“에너지 산업·탄소중립 성공은, ‘SMART와 융합’에 달렸다”
“에너지 산업·탄소중립 성공은, ‘SMART와 융합’에 달렸다”
  • 김하늬 기자
  • 승인 2024.01.02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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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국내 에너지 산업은 제조강국 코리아의 경제 발전을 지원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산업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래 에너지 망과 발전 방향에 대한 공감대 형성, 점차 복잡해지고 있는 이종 다수 에너지시스템에 관한 기술 대응, 그리고 관련 이행전략 수립과 실천, 회복력을 제공하는 유연한 운영 역량 확보 등 노력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원별 로드맵 수립의 체계도 필요하지만, 통합화·최적화·자율화되는 스마트한 에너지 체계 준비가 반드시 추진해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원자력, 화력, 태양광, 풍력 등 에너지 공급원, 에너지 믹스에 주목하고 있지만, 제5의 에너지원이라고 하는 에너지효율 증대 및 수요관리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에너지 산업의 중심에서는 ICT 기술이 글루(glue), 린치핀(linchpin)의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이러한 사회적 추세와 문제 해결이라는 아젠다 대응을 위해 2023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분야별 최전선 지능화 솔루션 개발 조직을 재구성했다. 기존의 산업·IoT연구단, 에너지·환경ICT연구단을 통합하는 산업·에너지융합연구본부를 발족한 것이다.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산업·에너지융합연구본부 에너지 분야에서는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인류 먹거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환경 및 에너지 친화형 청정 공간에서 작물, 가축, 수산물의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에 필요한 AI 먹거리 생산 메타팜 서비스 기술,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에너지 다소비 영역인 공장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디지털트윈과 인공지능 융합기술, 그리고 이러한 모든 객체(인간, 사물)의 모니터링-최적화-제어의 자율형 AIoT(AI of Things) 기술 및 고신뢰 자가망 네트워크 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 이에 <공학저널>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산업·에너지융합연구본부 이일우 본부장과 에너지 산업의 현황과 기술 개발, 전망과 발전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산업·에너지융합연구본부 이일우 본부장

산업·에너지융합연구본부에서 현재 주력하고 있는 에너지 분야 R&D는 무엇인지.

국가적 아젠다인 탄소중립, 에너지 효율화 분야 연구개발에 있어 국내는 양질의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과 보급확산 지원 표준플랫폼이 부재한 상황입니다. 이를 위해 본부는 에너지 다소비 공장에 확산 가능한 FEMS 표준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다양한 설비와 공정으로 구성된 다수의 중소중견기업에 적용하기 위해 DevOps/MSA(Micro Service Architecture) 채용을 통해 composable architecture 구조 기반의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FEMS 표준플랫폼의 참조모델, 정보모델 및 3-rd 연동표준 가이드라인과 측정·검증(M&V) 가이드라인, 보안 가이드라인을 설계했습니다.

특히, 공장의 규모, 업종, 공정(단속, 배치, 연속) 유형별 5가지 모델(배포형, 기본형, 고급형, 전문형, 연계형)에 따른 기본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공장의 형상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동적 플랫폼 기술입니다.

에너지 다소비 4대 업종에 대해서는 디지털트윈 지식베이스를 통한 디지털트윈 인스턴스 및 서비스 관리, 에너지(스팀, 전력) 사용량 수집·학습을 통한 데이터 모델 기반 에너지 이상 사용 패턴 분석 기술 등을 포함하는 에너지 다소비 업종대상 맞춤형 디지털트윈 FEMS 기술도 개발했습니다. 업종별 12~15% 에너지 절감을 목표로 용해, 제지, 바이오/의약, 식품 공장을 대상으로 실증과 기술검증, 성과분석을 완료했으며 FEMS 표준플랫폼 기술은 2023년 국가연구개발 100대 우수성과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에너지와 산업 분야에서는 저비용 친환경 에너지 생산과 생산성 향상, 시스템 안전성과 자율성 제고, 원 단위 및 효율 개선 등 궁극의 목표가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ICT 기술의 적극적 융합 R&D 연구를 통해 산업 분야 전반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ICT 에너지 산업의 현황은.

ICT 특히 인공지능 분야는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며 수많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에너지 AI 분야에서도 전력계통의 최적 조류제어(Optimal Power Flow: OPF)를 포함해서 수요와 공급의 예측과 최적화,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등에 활용되고 있으며, 점차 그 적용 범위가 확대될 전망입니다. IoT 기술은 에너지시스템 다양화, 형상 구성의 복잡도에 따라 고신뢰 자가 구성 망에 대한 요구가 점차 증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에너지 정보 가치화, 관련 시장 확대에 따라 말단 에너지 장치로부터 확보되는 데이터의 신뢰성 보장은 중요한 이슈이며, 고신뢰·실시간 네트워킹 기술은 지속적으로 개선 진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향후 에너지 분야의 기술은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될 것으로 전망하는지.

에너지의 디지털 전환, 스마트(SMART)가 탄소중립 실현의 여러 과정 중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몇 가지 주요 방향성을 SMART로 간략하게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S’는 표준(Standardization)과 보안(Security)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산업의 응용 서비스 확대와 성과 검증을 위해서는 설비와 장비, 데이터 및 연동 인터페이스 등 표준화가 필수적이며, 특히, 에너지시스템의 데이터 및 네트워크 보안은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공급은 그 무엇보다 우선돼야 합니다.

‘M’은 시장(Market) 원리 기반의 에너지 절감과 최적화를 통한 비용 절감, 온실가스 사업을 수행하는 이해당사자들에게 정책지원과 보급사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생태계 시장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에너지시스템의 데이터 수집 네트워킹, 모니터링을 위한 엣지 장치 등 인프라 구축 시장, 온실가스배출권 거래 시장, 수요관리(Demand Response) 시장 등 현존하는 시장연계형 시스템 기술이 필요합니다.

‘A’는 시스템에 운영자의 개입을 최소화하며 자동·자율화(Autonomy)돼야 함을 의미합니다. 아울러 이상 없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가용성(Availability) 또한 높아야 합니다.

‘R’은 각종 센서, 전력량계, 유량계, 열량계 등 미터기, 인버터, 에너지관리 및 운영시스템 등으로부터 실시간 수집되는 데이터의 신뢰성(Reliability) 확보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계통의 운영에 대한 회복력(Resilience)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공지능 기반 최적화 기술과 디지털트윈 등을 통한 시뮬레이션과 분석·예측 결과들이 신뢰성을 더할 수 있다고 봅니다.

‘T’는 에너지-IoT-ICT-엔지니어링의 복합적인 기술융합(Technical Merge)의 집합체입니다. 산업환경은 다양한 에너지 공급원과 각종 제조 공정과 설비, 그리고 특성이 다른 수요자원들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융합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ICT와 에너지 산업의 원활한 융합을 위해 필요한 점이 있다면.

미국의 정치가 아이젠하워는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는 확장해 보자’라고 말했습니다. 꾸준히 진화하고 있는 기술과 그들 간의 융합을 통한 산업의 확대는 주요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업 간, 기술 간 확장·융합기술은 2개 이상 분야의 도메인 지식이 밑바탕 돼야 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이끌 수 있는 기술·제품을 개발해야 할 것입니다.

융합의 기본 철학은 성찰과 조화로 봐야 함이 적절할 것으로 보입니다. 각자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어떤 노력을 하면 좀 더 성장할 수 있는지를 빠르게 파악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시도가 필요한 것입니다. ‘각자도생’의 마인드에서 벗어나 함께 멀리 갈 수 있는 ‘화이부동’의 자세로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향후 에너지 산업의 역할은 무엇이라 보는지.

차세대 대안적 자본주의인 자연·그린 자본주의 경제 체계가 대두되며 그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 탄소중립에 대한 각종 정책과 제도와 규제들이 봇물 터지듯 출현하고 있습니다. 주변 환경, 제도, 법 그리고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개별 시장의 혼재로 인한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이며, 원별 접근보다도 이제는 통합 메커니즘에 대한 구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또한, 탄소중립 기본계획,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 확정 등 여러 방안이 강구되고 있지만, ICT 국내 역량에 비추어 이를 적용하고 활용하기 위한 방법은 부족함이 있어 보입니다. 디지털과 ICT가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은 센싱·초연결·통합화·최적화·가시화 기술 기반의 디지털 탄소중립, 탄소저감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선인 것은 탄소배출 대상과 범위를 설정하고, 탄소배출의 양을 정밀 측정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탄소저감 활동으로 얼마만큼의 탄소배출 저감이 이루어졌는지 검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각종 탄소 관련 시장에서의 기본적인 재화가 되며, 당연히 투명하고 신뢰받을 수 있는 정보여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에너지시스템의 변화는 기술 진보와 융합의 측면에서 새롭게 개편되고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적, 혹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점이 있다면.

ICT를 다양한 분야, 에너지에 접목하기 위해서는 ICT와 산업 융합형 인재 양성과 탄소중립 등 대표 융합기술 달성을 위한 디지털 탄소중립 R&D 투자, 그리고 통합적이고 실효성이 있는 실천 전략 수립과 적극적 이행이라는 삼박자가 모두 갖춰져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최종 이해당사자인 국민의 수용성을 확대할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하며, 산학연 집단지성의 확보, 이를 통한 이해 관계자들 간의 갈등을 조정할 기구 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탄소가 글로벌 경제사회의 매개물(재화)로 등장하는 이른바 ‘팍스 카보니움(Pax Carbonium)’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투명하고 정확한 탄소배출, 탄소경제 사회적 기반 시스템 제공을 통해 갈등관리와 정밀한 탄소경제 메커니즘을 만들고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탄소 인터넷 서비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탄소배출과 관련한 모든 유무형 요소의 사물들이 인터넷에 연결돼 탄소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고, 이를 통합해 탄소저감, 탄소 경제활동으로 구동할 수 있는 정보 수집, 추적, 관제, 융통의 자동화 인터넷이 그것입니다. 이는 통합적인 시장 메커니즘의 뼈대가 되며, 과학·기술 기반 탄소중립 실현의 화수분이 될 것입니다.

어떠한 문제와 난제에 봉착했을 때, 더욱 확장하고 융합해 일을 벌이는 것이 VUCA((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 시대를 마주하는 우리 연구자들의 의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ICT는 초연결(hyper connectivity), 통합화(Integration), 최적화(Optimization), 자율화(Autonomous) 그리고 가시화(Visualization)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TRI는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과 에너지 분야 디지털 혁신과 전환을 주도할 것이며, 인간과 사회, 산업의 역동적 생태계 구축을 위한 디지털 엔진을 지속적으로 개발 견인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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