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도 칼럼] ‘7광구’ 자원 부국의 꿈이 사라진다
[정이도 칼럼] ‘7광구’ 자원 부국의 꿈이 사라진다
  • 공학저널
  • 승인 2023.12.2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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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대한민국은 산유국을 꿈꾸며 7광구의 대륙붕 영유권을 선포했다. 하지만 1978년 일본이 개입하고 한일 공동 개발 구역 협정을 체결하면서 그 꿈은 멀어졌다. 일본의 핑계로 탐사는 중단되었고, 2028년에 협정이 끝나면 대륙붕의 소유권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을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7광구는 제주해분 일대에 설정된 자원 탐사 구역으로 마라도 바로 밑에서 오키나와 위까지의 넓은 구역이다. 유엔 산하 아시아 경제개발위원회에서 1968년에 이미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많은 석유 매장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되었다.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정책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가 16조 리터, 천연가스는 약 6조㎥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예상하기에 경제성이 매우 크다. GDP가 세계 127위의 가이아나에 5조 L 이상의 유전이 묻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나왔는데 이를 개발하면 5년 후에는 우리나라의 GDP를 뛰어넘어 넘을 것으로 예측한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7광구가 개발되면 우리나라에 미치는 파급력은 엄청날 것이다.

당시 국제법 판례에 따르면 대륙붕은 기존 대륙에서 이어지는 연장선에 의해 개발권을 정했고, 1969년 북해 대륙붕 소유권 판결에서 대륙연장론이 채택되었으며, 우리나라가 먼저 7광구를 설정했기 때문에, '대륙연장선'으로 한반도에서 이어지는 7광구 대부분이 한국 소유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7광구를 개발할 기술이 없었던 우리나라는 7광구를 개발하여 발생하는 이익을 반반으로 하자는 일본의 제의를 수락했지만, 8년 후 일본은 돌연 탐사를 멈췄다. 1982년 유엔 국제해양법상의 배타적경제수역(EEZ) 개념이 도입되어 대륙붕 소유권으로 해역 관할권을 나눴던 1970년대와는 상황이 달라졌음에 일본이 꼼수를 쓴 것이다.

우리나라가 7광구의 영유권을 선포했을 당시에는 기존 대륙에서 이어지는 대륙붕의 연장선에 의해 개발권을 정했다. 하지만 자국 연안으로부터 370.4km까지의 독점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유엔 국제해양법상의 개념이 나타나면서 일본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그대로 개발을 멈췄다.

한·일 공동개발 조약은 2028년 만료되지만, 국제법상 만료되기 3년 전인 2025년에 한국과 일본 양국은 조약을 연장할 건지, 종료할 건지 상대국에 통보하게 돼 있다. 일본은 2025년 바로 조약 종료를 통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국제법을 적용하면 7광구의 90% 이상이 일본의 소유권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커 일본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7광구를 우리가 온전히 가져가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까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협정이 깨지거나 만료되면 중국은 무조건 7광구에 개입을 할 것이다. 한일 양국만 공동 개발한다고 했을 때도 중국이 반발했으나 당시에 중국의 국력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은 다르다.

특히, 일본 혼자서만 7광구를 가져가게 절대로 놔두지 않을 것이다. 이미 중국은 7광구 서쪽 바로 옆에서 독자적인 채굴과 상업 생산을 실시하고 있으며 한일 양국의 의사를 무시한 채 동쪽으로 계속 시추시설을 옮기고 조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략적으로 갈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도 일본은 로비에 강하기로 알려져 있다. 그런 일본이 국제기구에 로비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를 방류할 수 있게 했고 다양한 국제행사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만큼의 전략이 없는 것이 아쉽다.

나중에 발생할 경우의 수를 모두 대비해야 한다. 창의력이 필요하다. 세계 경제는 무서울 정도로 냉혹하다. 힘이 없으면 빼앗기고 침략당한다. 경제력이 약하면 외부 세력이 들어와 내부를 휘젓고 망가뜨린다. 놀랍도록 약육강식의 사회이기에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 침략했고 중국은 호시탐탐 대만을 노리고 있다. 7광구도 마찬가지.

한일 협정이 종료되면 일본은 바뀐 개념의 해역 관할권을 주장하며 7광구를 가져가려 할 것이고 중국도 같은 이유로 7광구를 가져가려 할 것이다. 그 논리에서 가장 취약한 것은 한국이기에 최악의 경우 7광구는 우리나라를 배제한 채 중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발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그나마 산업자원부에서 관련 예산을 배정했고 석유공사가 개발계획을 확정했다. 구조물을 세우고 시추까지 추진했다. 우리는 협정 원칙에 부합하기 위해 지속해서 탐사 및 개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일본은 하지 않았다고 문제가 생겼을 때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진척이 전혀 없기에 지금이라도 전담반을 조직하여 창의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세계 1위 미국을 내 편으로 만들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고 2, 3위인 중국과 일본을 싸우게 하고 틈이 생기면 그 순간을 파고들 수도 있다. 7광구의 소유권 다툼이 생기면 충분히 군사적 충돌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인데 이런 부분도 예측해서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미국의 총선을 이용한 전략을 마련할 수 있고, 중국과 손을 잡고 일본을 배척할 수도 있다. 차라리 일본이 공동개발 하지 않으면 나중에 중국이나 미국과 우리나라가 공동 개발한다는 뉘앙스를 풍겼다면 일본은 적극적으로 개발할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분명히 7광구를 온전히 다 가져갈 수 있는 전략도 있을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 땅임을 선포했는데 소유권의 개념이 바뀌었다고 자기네 땅이라고 마냥 우길 수는 없지는 않을까? 중국도 그래서 그동안 7광구를 건들지 못한 것이며, 일본도 당시 명확하게 자기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었다면 공동으로 개발하자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기술만 있었다면 일본과 손잡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전략을 짜긴 힘들 가능성이 있다. 욕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폐쇄적인 공무원 집단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나올까.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도 받아들여질 수나 있을까?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시간이 없고 전략이 없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도 없다. 절망적이다.

 

 

 

 

 

글_정이도
㈜드림기획 대표이사
공학전문기자/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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