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 ‘파워모듈’ 국산화해, 해외 기술경쟁 앞서나간다
전기차 충전기 ‘파워모듈’ 국산화해, 해외 기술경쟁 앞서나간다
  • 송강식 기자
  • 승인 2023.12.18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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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송강식 기자] 파워모듈은 3상 교류(AC)를 직류(DC)로 변환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전기차 급속 충전기의 핵심 부품 중 하나다. 현재 시중에 보급된 전기차가 400V급, 800V급 배터리를 채용하고 있어, 이러한 사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150V부터 1000V까지의 폭넓은 출력전압 지원이 요구되고 있으며, 넓은 범위의 출력 전압 제공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파워모듈이다.

현재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로 재편되면서 이와 관련된 소부장의 중요성과 전기차의 수요가 커짐에 따라, 환경부에서도 향후 충전기 공급 물량이 늘어날 때를 대비해 파워모듈 국산화와 양산화를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제3차 지역별 무공해차 전환 브랜드 사업’ 선정 평가에 ‘파워모듈 국산화’ 항목을 추가한 것도 그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파워모듈은 충전기 원가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고가의 부품임에도 불구하고 국산화를 추진하는 기업이 드물어 대부분 중국산 파워모듈을 수입하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전기차 충전기 산업 전반에서 중국산 비중이 매우 커 업계에서는 파워모듈의 성능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다.

일부 중국 기업의 경우, 저품질의 부품을 사용해 파워 모듈의 품질 불량 문제가 잦았고, 이는 곧 급속충전기와 파워모듈 전체의 성능에도 영향을 끼쳤다. 뿐만 아니라 내열성이 취약해 출력 저하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솔루엠은 30kW급 파워모듈을 개발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중국산 제품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했다. 이 30kW급 파워모듈은 외부 온도가 높아지면 출력 효율이 떨어지는 타사 제품과 달리 내열성이 우수해 최대 60도의 고온에서도 높은 출력을 낼 수 있고, 충전 모듈별로 하드웨어 ID 설정이 가능해 고장이 난 기기의 식별과 수리가 용이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RJ45 잭을 이용함으로써 최대 256개 모듈간 쉽게 연결이 가능해 확장성이 뛰어나며, 차세대 전력반도체인 SiC FET를 적용해 최대효율 96% 이상을 달성했다. 아울러 제품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고온, 고습, 염수분무, 진동, 열충격, 방진, 살수 등의 특수환경 시험도 가장 악조건을 가정해 완료했으며, FAN의 경우도 IP65등급의 제품을 적용함으로써 단위부품의 방수/방진 불량인자를 사전 차단했다.

최근 이 제품에 대해 국내 제조사 최초로 유럽 인증인 CE인증과 국내인증인 KC규격을 동시 취득해 파워모듈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솔루엠은 파워모듈을 포함한 다양한 파워분야에서 350여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차별화된 회로, 자성체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7개의 연구원, 대학교와 대외협력 과제를 수행하면서 고밀도 파워 설계 기술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에서 확연한 우위를 점한다는 목표를 내비쳤다.

솔루엠 지상근 그룹장(사진)은 “솔루엠의 고속 충전용 30kW 파워모듈은 시중에 보급됐던 중국산 제품이 가진 단점을 보완했기 때문에 충전기 성능 향상은 물론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파워모듈에 있어서는 가장 먼저 기술 자립화를 이뤘고, 나아가 공급망 안정화와 더불어 국내 기업의 전기차 충전기 보급률을 높이는데 일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솔루엠이 파워모듈 개발을 고려할 때만 해도 국내 시장은 중국산 파워모듈이 장악한 상태였기 때문에 개발을 하더라도 수익과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낮았고, 국내 기업들은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산 부품’에 대한 장벽을 높이면서 고품질의 국산 파워모듈에 대한 니즈는 더욱 커졌던 것이다.

이에 솔루엠은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기회삼아 충전기를 개발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청취해왔고, 이를 통해 수집된 고객의 페인 포인트를 기초로 제품의 고신뢰성과 고용량, 고밀도를 자랑하는 파워모듈 개발에 성공했다. 그 결과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전기차 충전기용 파워모듈과 같은 친환경 에너지와 헬스케어로 사업영역을 확장했으며, 현재 경기도 용인에 본사를 두고 미국, 유럽, 일본 등 총 6개 국가에 해외 영업 거점을, 베트남, 중국, 인도, 멕시코 등에 생산 공장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는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스마트에너지·머신연구본부와의 협력도 있었다. 특히, 전력제어시스템연구센터와 함께 진행한 ‘차세대 전력반도체(WBG) 소자의 저손실 구동 공통 기술 개발’ 과제는 많은 성과를 낸 사례로, TV용 전력변환장치의 고밀도 설계기술을 개발해 국내 TV업체에 양산 적용됐다.

이 같은 협업 성공 사례는 전기차 충전기 파워모듈의 제어기 개발 분야 협력으로 이어졌다. 파워모듈은 내부에 2개의 블록으로 나뉘는데, 그 중 AC/DC 블록, DC/DC 블록에서 CC/CV (정전류/정전압) 제어기 설계에 대해 협력했으며, 출력 전압/전류 특성 테스트부터 실차 충전 시험도 함께 해 우수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한편, 솔루엠은 이번 CE / KC 인증을 통해 국내외로 파워모듈 판매 요건을 갖추며 신규 고객사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충전소 구축과 함께 충전기용 파워모듈 양산을 위한 협의를 활발히 진행 중이며, 이 외에도 기존에 ESL 사업으로 확보한 리테일 기업이나 현지 충전 사업자 등과 사업 모델에 관한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지 그룹장은 “현재 중국산 파워모듈의 원가 경쟁력에 대응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 따라 국산 파워모듈은 산업 전반이 아닌 세부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차별적 집중화 전략이 필요하다”며 “중국산 제품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은 미국 시장과 시장 선점이 진행되지 않은 50kW 이상의 고용량 제품 등에 집중하는 것이 국내 기업의 성공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에 솔루엠 또한 최근 CE인증을 획득한 30kW급 파워모듈에 대해 미국인증인 UL을 추가로 취득할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다”며 “전략 모델로 50kW급 단방향/양방향, 공냉/수냉용 파워모듈 개발을 통해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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