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에너지 기술 확산 위해선, 사용자 인식 전환 필수”
“스마트에너지 기술 확산 위해선, 사용자 인식 전환 필수”
  • 박인교 기자
  • 승인 2023.12.13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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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박인교 기자] 과거 에너지산업이 화석연료 중심이었다면 스마트에너지 산업은 고효율·저탄소 에너지라고 볼 수 있다. 전 세계는 오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화석연료에 최적화되어 있는 현재의 에너지시스템을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에너지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국가로,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위해서는 산업·건물·수송 전 부문에 걸쳐 효율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비용부담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러한 문제를 기술개발을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스마트에너지·머신연구본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에너지 신산업 창출을 이루는 고효율·저탄소 에너지시스템의 핵심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본부는 디지털 기술을 토대로 에너지의 생산·저장·소비에 이르는 전 부문에 걸친 효율 향상과 분산화·전기화 등 메가트렌드에 대응하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빅데이터·디지털트윈 등 디지털 기반 수요관리와 생산·운영 예측 등 효율을 높이는 에너지·IT 융합기술, 리튬·전고체 등 다양한 유형의 전지를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차세대 전지기술과 수소 등 신에너지에 대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으며, 머신 부문은 전력변환시스템의 고효율, 고밀도, 고신뢰성 기술과 모빌리티용 전동력기기, 고효율 산업 전동기 등 메카트로닉스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공학저널>은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스마트에너지·머신연구본부 이상학 본부장(사진)을 만나 스마트에너지 분야 기술과 산업의 현황, 미래 전망까지 들어봤다. <편집자 주>

INTERVIEW.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스마트에너지·머신연구본부 이상학 본부장

현재 스마트에너지 분야 본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기술개발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현재 에너지산업도 디지털전환이 급격히 추진되고 있어 빅데이터의 활용과 AI 알고리즘의 개발은 공통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에너지 IT 부문에서는 데이터에 기반을 둔 수요관리와 디지털트윈 기술을 중점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수요관리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소비를 낮출 뿐만 아니라 시간대별 수요를 유연하게 조절해 전력망의 수급을 안정화하는 것입니다. 에너지관리시스템(EMS, Energy Management System)이 대표 기술로 가정·건물·공장 등에서 자율운전 수준의 자동화된 설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차세대전지 부문에서는 리튬이온전지의 고용량·고출력 양음극 소재, 고체 전해질 소재·전고체 전지, 레독스(redox) 흐름전지 등을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태양광·수소 부문에서는 수전해 소재·수전해 셀과 실리콘/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모듈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지에서 해결해야 할 고밀도와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들어 전기차에서 전지 모듈의 안전성 개선과 급속충전용 전지에 대한 기술 개발과 ESS의 장수명화, 열화 분석 기술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전력제어시스템 부문에서는 차세대 전력반도체 기반 고효율·고밀도 전력변환시스템과 EV, UAM 등 미래 모빌리티용 전기추진 전력변환 기술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탄소 중립 이행을 위해 소비부문이 전기화되면서 고효율 전력변환 기술은 효율을 높이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분야로 모터 구동 인버터 제어 기술을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미래 모빌리티용 고효율·고밀도 인버터의 설계와 모터제어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능메카트로닉스 부문에서는 전동력 기기의 해설과 설계, 그리고 스마트 에너지관리 기술개발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동기는 산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다소비 기기의 대표적 품목입니다. 슈퍼프리미엄급(IE4), 울트라프리미엄급(IE5) 전동기에 대한 설계·제작기술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에너지관리에서는 효율 개선을 위한 유동 최적제어·유체기계 최적 운전 기술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본부의 주요 기술이전 사례는.

본부의 대표적 기술이전 사례 중 하나는 전지 분야입니다. 전고체 전지 핵심소재인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의 대기 안전성을 개선하면서 이온전도도를 높일 수 있는 소재 기술을 씨아이에스에 이전한 바 있습니다.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 전지는 이온 전도에 유리해 고용량 대형 전지 제조에 적합한 소재로 꼽히지만, 대기 노출 시 수분과의 반응으로 황화수소 가스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KETI 차세대전지연구센터는 기존 고체 전해질의 양이온과 음이온을 조절한 특정 조성을 설계해 이온 전도가 가능하고 대기 노출 시에도 황화수소 가스 발생량을 1/4수준으로 줄이는 기술을 개발해 고체 전해질 전문 기업인 씨아이에스와 나노캠프 사에 2건의 기술 이전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전력제어시스템연구센터는 축적된 연구성과를 토대로 국내 대·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 10년 동안 30건 이상의 기술이전 및 기업수탁과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사례는 90%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급속충전기용 파워모듈의 설계, 제어방법에 관한 기술을 ㈜솔루엠에 이전해 제품 개발에 성공했으며 현재 초도 양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급속충전기용 파워모듈의 국산화와 유럽·미주에 수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군용 구동기에 사용되는 직접 구동형(Direct-Drive; DD) 저속/고토크 모터 기술이전 사례도 있습니다. 지능메카트로닉스 연구센터에서 보유하고 있는 100극 이상의 다극 영구자석 모터 설계기술과 자석 이탈 방지 기술 특허를 적용해 별도의 감속기 없이 DD 방식으로 2,000 Nm 이상의 높은 토크를 낼 수 있습니다. 그 동안 독일 등 선진사 제품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다가 이번에 베스트모션㈜과 함께 국산화 개발에 성공한 모터입니다. 현재 시제품 시험 등 주요 테스트를 거치고 있으며, 성공하면 국내 방산 수요는 물론,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 국내 스마트에너지 분야 산업의 현황은.

에너지산업은 과거 주력산업을 뒷받침하는 역할에 그치다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한 이후 탄소 중립을 이행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

건물 부문은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제도가 자리 잡고 있고 신축 건물과 공공건물 중심으로 우선 도입이 이루어지고 있기에 효율 개선과 에너지자립률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제어, 에너지관리 기술에서는 여전히 하니웰,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술개발을 강화해야 합니다.

수송 부문은 전동화가 핵심인데 EV, 충전기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제 승용차는 전기차가 주류가 됐고 대형 트럭 등은 수소차와 전기차가 경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기차 충전기는 국내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로, 핵심 부품인 파워모듈에서 중국의 시장점유율이 높기에 이 부문 역시 혁신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산업부문은 탄소 중립으로 가기 위한 가장 난제가 되는 부문입니다. 다소비업종 중심의 제조업을 주력산업으로 하는 우리나라는 효율을 높이고 연료전환을 통해 배출량을 낮춰야 하는데 이는 산업경쟁력과 직결되는 내용입니다. 본부에서 수행하고 있는 전력변환장치, 전동기 등이 대표적인 다소비 산업기기이기 때문에 시장을 고효율 기기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과 기술이 병행돼야 할 것 같습니다.

전지산업은 우리나라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분야입니다. 차량, 선박, 항공기 등 모빌리티의 전동화의 핵심 부품이며 미래 전력망에서 에너지저장장치의 핵심 요소입니다. 전기차의 전지는 가격과 에너지밀도 등 기준에 따라 기술이 경쟁하고 있으며, 전고체 전지 역시 상용화를 위해 치열하게 기술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스마트에너지 분야 기술의 발전과 보급 확산을 위해 정책적, 혹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점이 있다면.

에너지는 우리의 모든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과거에서부터 지속해서 사용하던 것이기 때문에 이를 새롭게 바꾼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에너지 소비자로서는 아무리 좋은 에너지라 할지라도 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의 보급 확산을 위해 재정을 투입하는 이유는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기존 제품 대비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술의 성장을 위한 방안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사회적 동의와 지지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고 효율 기준을 강화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원동력은 시민들의 인식과 동의입니다. 스마트에너지 기술이 발전하고 확산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적으로 사실에 기반을 둔 우리나라의 현재 위치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인식입니다. 기후변화는 이제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많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좀 더 획기적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스마트에너지 산업의 역할은.

스마트에너지 산업은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핵심 수단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탄소 중립은 우리 사회 특정 집단만의 이슈는 아닙니다. 정부, 기업, 시민 모두가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생활방식을 바꾸거나 인식 전환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에너지 산업이 해결해야 할 숙제 중 하나가 바로 시민의 수용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편의나 안전과 같은 이슈를 해결하면서 에너지효율을 높인다면 정부의 정책지원이 없더라도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입니다.

스마트에너지 산업의 또 다른 역할은 바로 효율입니다. 에너지의 소비와 생산이 예측된다면 잉여 에너지를 더 만들어 낭비하거나 버릴 필요가 없으므로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습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스마트에너지에서도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미래 에너지사업자는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데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 본부에서도 부문별 데이터를 축적 중이며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과 협업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 본부는 전지, 재생에너지, 수요관리, 다소비 기기, 스마트그리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많은 성과를 이루어 왔습니다. 스마트에너지 산업에서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의 기술 정체성을 인정받고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디지털전환이라는 큰 파고에 올라타 도움을 받은 부분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에너지산업의 흐름에 따라가는 연구원이 아니라 흐름을 만들어 주도하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앞서 언급한 전지, 태양광, 디지털트윈, 통합발전소, 전동기, 전력 변환 기술 등에 대해 핵심역량을 도출하고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어 정부 R&D와 정합성을 확보하는 한편, 미래 발전상을 그려 산업계와 함께 사업을 제안해 보려 합니다. 그동안 많은 과제와 사업을 제안해왔지만, 앞으로는 부문별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이에 필요한 사업들을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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