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의 미래 비전… ‘디지털화가 답이다’
건설산업의 미래 비전… ‘디지털화가 답이다’
  • 전찬민 기자
  • 승인 2023.12.0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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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현재 건설산업은 매우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으며, 단편적이고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건설산업의 디지털화를 통해 디지털 현장을 구현하고 스마트건설기술을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서 이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인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건설산업의 디지털화가 종전에 관행적으로 수행해 왔던 업무절차와 조직, 프로젝트 수행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시키는 것에서 스마트건설이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건설산업에 내재된 여러 비효율과 낭비요소를 걷어내서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산업시스템으로 변화시킬 수 있어야만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령, BIM이 3차원으로 설계도면을 작성하는 형식적인 수준을 넘어서, 모든 프로젝트 참여주체들이 사업초기 단계부터 BIM 플랫폼을 통해 협업해 설계-시공간의 인터페이스 문제를 사전에 해결해 나갈 수 있다. 또한, 공사기간 중에도 시공관련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디지털 설계도면에 저장하고 이를 유지관리 단계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발주체계, 입낙찰 제도, 협업 프로세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전문인력과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해야만 BIM 디지털화는 그 본래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8년 스마트건설 로드맵을 발표하며 스마트건설에 대한 연구개발이 정부주도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스마트건설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스마트건설 스타트업들도 새로운 비지니스 업무영역을 점차 개척해 나가고 있다. 또한, 민간 건설기업들도 실무적인 현장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모듈화, 탈현장 건설(OSC), BIM 플랫폼, 드론 측량, 디지털 센싱, 건설현장 모니터링시스템, 스마트 안전장비, 건설자동화 장비 등 여러 융·복합 기술들을 건설현장에 접목시키는 노력들이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산업의 디지털화가 갖는 본질적인 관점에서 중소기업들의 스마트건설에 대한 체감도는 여전히 매우 낮은 상황이며, 스마트건설에 대한 성숙도는 아직까지 시범 적용 또는 기회창출 단계라고 평가되고 있다. 때문에 스마트건설이 건설산업의 게임 체인저로서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산·학·연·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중요한 시기에 놓여져 있다.

현재 해외 글로벌건설기업들은 디지털 전환 기술을 도입함에 있어 이에 대한 전략을 먼저 세우고, 그 전략을 실행할 수 있도록 꾸준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갖고 있다. 즉, 스마트기술은 도입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수단일 뿐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먼저 전략을 세우고 그 다음에 그 목적에 맞는 기술을 도입해서 확산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 전략을 세우기 전에 기술을 도입하다 보니 겉보기용이나 기술형 입찰서 점수받기용, 데코레이션으로만 활용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BIM의 경우에도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인식해서는 안 되는 것과 같다.

즉, BIM 3차원 모델을 만드는 것보다 3차원 모델에 어떤 정보를 넣고 그 정보를 이용해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대한 ‘희망과 전략을 먼저 정의’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한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단순히 데이터수집, 스마트기술 적용 수준을 넘어 새로운 기업 가치를 만들고 인사이트를 찾는데 집중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현업의 의사결정을 쉽게 도울 수 있을지를 화두로 삼아야 스마트건설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연세대학교 한승헌 교수(사진)는 “스마트건설기술은 본질적으로 전통기술에 비해 리스크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1~9레벨의 기술성숙도(TRL) 측면에서는 4~5레벨 정도에 머무는 기술이 많다”며 “문제는 기술성숙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을 건설산업에 혁신적으로 적용시키는 과정에서 이러한 리스크를 전적으로 기업에게 전가시켜서는 스마트건설 매커니즘이 작동될 수 없다는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요자인 발주자는 검증되고 안정성이 입증된 기존 기술을 선호하기 때문에 창의적인 연구결과물은 현장 시험적용 단계까지 가기도 쉽지 않고, 이 기술을 상용화하는 스타트업들도 수요자인 발주자가 그 기술을 구매하지 않으면 판로를 개척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런 축면에서, 첨단 융복합 스마트기술을 적용 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발주자도 기업이 갖는 리스크를 공유 또는 분담하겠다는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외의 경우에는 많이 활용 되는 IPD (Integrated Project Delivery) 또는 IDD(Integrated Digital Delivery) 발주방식도 궁극적으로는 혁신적인 첨단기술을 프로젝트 초기단계부터 적용하면서 이에 따른 위험과 이익을 공유하는 체계를 만들어 가는데 핵심적인 함의점이 있다. 싱가폴 사례에서도 잘 나타나 있지만 첨단 스마트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인 인센티브 부여나 세금감면 또는 보조금 정책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 한 교수의 의견이다.

이는 이러한 정책들이 기업이 갖고 있는 위험이나 부담을 현저하게 낮춰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기술연구원 같은 공적조직에서 스마트건설에 대한 신속 인증체계와 잠정기준(Quick Reference) 체계를 갖춰서 발주자가 스마트기술을 도입하는데 있어 거부감이나 걸림돌을 낮춰주는 방안도 중요한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외에도 스마트 건설에 관련된 원가기준이나 품셈, 각종 시방관련 지침 또는 규정들을 새로운 스마트건설 산업시스템에 맞게 유연하게 손질하는 작업들도 가시적으로 진행돼야 스마트 건설이 제대로 정착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건설기술인협회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젊은 청년층들이 건설산업을 외면하는 3가지 이유로 임금차이, 수직적 조직문화, 미래비전 미흡이 가장 순위가 높게 나타났다. 반면,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에서 발표한 자료에서는 모든 산업분야 중에서 건설 관련 공학 연봉수준이 금융업 보다 높은 전체 4위를 차지했고, 지난 10월 대만 토목학회(CICHE) 50주년 행사엔 대만 차이잉원 총통이 직접 참석해서 건설기술인들을 격려하며 국내 건설산업과는 다른 사회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건설산업은 현재 가시적인 변화들이 드러나지 않고, 부실시공 문제로 건설산업 이미지까지 추락하면서 젊은 청년층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임금처우 문제는 적정공사비나 여러 대가기준을 현실화시키려는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산업계의 수익구조가 개선되면 건설기술인에 대한 사회인식 구조가 달라지는 것과 같이 임금격차가 점차 극복 되어 나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조직문화 또한 과거 수직적이고 남성적인 문화에서 수평적인 문화 그리고 여성 친화적인 조직 문화로 더 속도감 있게 변화해 가고 있고, 적정 공사기간 확보와 워라벨, 근무시간 강도에 대한 인식이 청년세대들을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어 조직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적이다.

한 교수는 “이러한 측면에서 건설산업 디지털화, 스마트건설의 전면적인 도입은 역시 중요한 함의점을 가지고 있다”며 “20~30년 후에 공장생산 방식, OSC 방식이 보편화되고 스마트건설은 일상화 될 것이며 건설산업과 빅테크 기업들이 융합된 탈산업화 현상도 두드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한, 건설과 비건설분야 업역구분과 비즈니스 경계도 사라지고 현재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건설분야 전공자들이 제대로 대우를 받고 있는 모습이 우리 학생들의 미래 비전이 될 수 있다”며 “문제는 그 시점을 얼마나 속도감 있게 우리가 만들어 나가느냐에 달려 있고, 그런 비전을 기성세대들이 책임감 있게 보여주고 실행에 옮겨야만 더 이상 실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승헌 교수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을 역임할 당시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을 통해 스마트건설지원센터를 처음 설립하고 스마트건설기술 로드맵을 수립해 스마트건설분야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연구조직들의 씨앗을 뿌리는데 드라이브를 걸었던 것이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 교수는 앞으로도 건설산업의 디지털화, 스마트건설기술을 수용할 수 있는 산업시스템과 생태계를 좀 더 앞당기기 위해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세우고 이에 걸맞는 실행계획을 세워나가는 역할에 충실할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대학도 달라져 한다. 막연한 미래 비전, 주입된 비전에 요즘 학생들은 감동을 받지 않고, 미래산업의 새로운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커리큘럼 교과과정에 대해서도 관심들이 매우 높다. 또한, 산업체와 인턴협력 또는 현장교육을 통해 실무능력을 배양하는 부분에도 관심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AI 건설이나 건설 빅데이타 분석, 프로젝트 금융설계, 타당성 분석, 건설법제와 계약관리, 스마트건설기술의 이론, 실제 응용사례와 관련된 커리큘럼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몇몇 선도대학에서 이와 유사한 새로운 과목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토목학회 등이 중심이 돼 모범적인 커리큘럼의 스탠다드를 정립하고 관련 지식과 경험을 상호 공유해서 이와 같은 커리큘럼들이 널리 전파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런 부분들이 밑바탕이 된다면 젊은 학생들이 건설산업에 대한 비전을 스스로 세워나갈 수 있을 것이며, 기업 또한 지금까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잘해 왔듯이 정부정책에 수동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스마트건설기술의 적용을 위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교수는 “디지털 스마트기술을 형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차원을 넘어서 기업의 경쟁력, 프로세스 혁신,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이런 기술들을 선도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이들 기술들을 적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 확보와 역량강화에도 앞장서야 한다”며 “대학이나 연구기관과의 협력체계도 마찬가지로 보다 전향적이고 개척자적인 자세가 어느 때 보다 절실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할 수 있는 브리징 역할을 찾아 꾸준히 정부와 산업계, 대학과의 협력지점을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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