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수자원 분야 기술이 데이터와 AI 기반의 물리적 시뮬레이터가 융합되는 형태로 발전할 전망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가뭄과 같은 수자원 재해의 예측,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데이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수자원 관련 데이터의 양과 적용 범위 또한 더 크고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로 인해 데이터 분석을 위한 자료의 품질관리는 데이터 기반의 AI 모델링을 통해 적정 주기별로 자동화해 재해의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도(Risk)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50년이라는 기간 동안 우리나라 최고의 종합 물관리 전문기관으로 도약한 K-water는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 시책에 발맞춰 디지털과 AI, 빅데이터의 생산과 활용 등에 있어 큰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K-water 기술개발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는 K-water연구원은 지난 2021년 5월 AI연구센터를 출범하고, 디지털 전환 시대의 핵심기술인 AI를 물관리에 접목해 스마트 물관리의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AI연구센터는 디지털 기반의 물관리를 위한 업무 프로세스 정립과 공통 요소기술 확보, 효과적인 AI 솔루션 개발 등의 핵심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공학저널>은 한국수자원공사 K-water연구원 AI연구센터 김성훈 센터장(사진)을 만나 수자원 분야 기술개발 현황과 전망, AI연구센터의 중점 추진사항과 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INTERVIEW. 한국수자원공사 K-water연구원 AI연구센터 김성훈 센터장
AI연구센터의 주요 추진 사안은 무엇인지.
수자원 분야에 AI를 접목해 추진한 연구는 유역의 디지털 트윈에 필요한 AI 홍수예측 기술개발, 다목적댐과 용수댐의 스마트 안전관리, 하굿둑의 수질예측, 인공위성이나 드론, 항공자료를 활용한 광역적인 댐·하천 녹조 모니터링, 홍수 시 하천의 수위예측, 정수장의 약품 투입 최적화, 막여과 수처리 공정에서의 설비 효율 예측, 장·단기 물 수요예측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합니다.
특히 수자원 재난재해 관리 분야에서는 지난 2년간 과기정통부 과제로 ‘섬진강 디지털트윈 유역물관리플랫폼 선도사업’을 통해 AI를 활용한 홍수분석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올해는 그 성과를 대내외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실용화 기술개발에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섬진강 외에도 한강과 금강 등 본류와 주요 지류 등에 대한 홍수분석을 데이터 기반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하는 기술을 적용했고, 운영관리 고도화를 위해 AI 기술을 의사결정 지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환경부 주관 ‘이상 홍수 대응을 위한 홍수방어시설 초연결 최적 운영 기술개발 연구단’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AI를 통한 안전혁신 기술개발을 꼽을 수 있습니다. 올해에는 ‘스마트 댐 안전관리’ 혁신 사업 중 ‘드론 기반의 AI 댐 결함검출’ 연구개발 과제를 집중적으로 수행했습니다.
본 과제는 K-water가 관리 중인 다목적댐과 용수댐 37개소에 대해 드론으로 촬영된 이미지를 기반으로 3D로 변환하여 댐 디지털 트윈을 구축합니다. 다음으로 컴퓨터 비전(CV) 기법을 이용해 댐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균열이나 박리, 박락, 누수 등의 결함을 AI가 찾아내게 하고, 그 결과를 다시 디지털 트윈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현재 이러한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AI연구센터의 주요 기술이전 사례를 꼽는다면.
서울 도림천 범람사고 이후 환경부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침수 스마트 대응사업’과 관련해 서울시 도림천의 CCTV 활용을 위한 컴퓨터 비전 기술을 서울시와 환경부에서 실용화해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이전했습니다.
또한, 연구센터에서 개발한 스마트 센싱과 관련한 AI 기술은 ‘가상센서(Virtual Sensor) 기술’의 한 형태로 정의해 각종 SW 저작권 등록 및 국가수도정보센터와 공동 특허가 출원된 상태입니다. 향후 국내외 유사한 문제를 해결할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이상 홍수 대응을 위한 홍수방어시설 초연결 최적 운영 기술개발’ 과제는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추진되는 국가과제로서 본 과제에서 예상되는 성과인 AI 유입량 추정기법, 댐 하류 하천에 대한 수위예측, 댐 운영 의사결정을 위한 자동화 기술 등에 있어서도 다양한 실용 기술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 내부를 위한 기술개발도 진행했다고.
수자원 관리에 있어 기술적인 역량의 강화도 필요하지만, AI를 활용한 실무적 의사결정이나 상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주요 선진국에서는 공공부문 AI 도입의 여러 장애 요인(고품질 데이터 부족, 신뢰도, 편향 이슈)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미국은 연방기관을 중심으로 AI 도입률이 50%에 이른다고 합니다.
AI연구센터가 공식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것은 수자원 연구·개발 및 기술 기획적 측면에서 언어모델을 활용해 사람을 대신하거나 보조적인 수단으로써 객관적이고 명확한 특허·논문, 추세를 분석하고, 나아가 유망기술을 도출하는 내용입니다. 이는 2024년까지 수행될 내용으로서 현재는 물 분야에 특화된 특허와 논문 분석에 AI를 도입하는 중간단계에 와 있습니다.
다만 파생적인 연구의 중간산출물로서 오픈소스 AI 모델기반의 감사 양정 처분을 추천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는 수천만 건의 단어로 이루어진 기존의 감사보고서를 AI가 효과적으로 학습하고, 상황에 따라 주어지는 내용의 처분을 AI가 확률적 추론을 통해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술입니다. 실제 결과와 정확도를 90% 이상으로 확보했기 때문에 실제 우리공사에서 감사업무에 AI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수자원공사에서의 성공적인 AI 도입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응용하면 대부분의 공학적 분야, 공공 행정 분야 등 다양한 영역은 물론 향후에는 SME(중소기업) 생태계에서도 확산되어 유용한 업무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수자원 분야 기술의 발전과 보급 확산을 위해 필요한 점이 있다면.
디지털 전환의 시대 속에 살고 있지만, 이제는 모두가 체감해 경험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홍수, 가뭄과 같은 수자원 중에서도 재해를 다루는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기상과 기후라는 예측·제어가 불가능한 불확실성과 댐이나 하굿둑 등의 사회기반시설 운영관리가 중대한 재난재해 파급력에 직결되는 측면 때문입니다. 따라서, 수자원 재난재해 관리에 있어서는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도(Risk)를 최소화하기 위해 운영의 여유분을 다소 크게 유지하는 측면 또한 일정 부분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과 기후 특성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통계학적으로 중장기적인 추세마저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시설의 운영 등과 관련해 거버넌스 관점에서 지금보다 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자원 분야에 대한 기술적 분석과 함께 정책적이고 제도적인 검토에도 보다 과학적인 방법론과 데이터 분석이 활용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서 수자원 시설의 건설과 운영을 위한 사회적 의사결정의 최적점에 이를 수 있으며, 이를 물리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첨단 엔지니어링 기술, 빅데이터의 수집·분석 및 수자원 분야에 적합한 AI의 도입 등 기존 기술과 디지털이 융·복합화된 방향으로 지속 발전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수자원 분야의 기술들은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할 전망인지.
인공신경망의 발전과 함께 컴퓨팅 환경이 CPU 기반에서 GPU 기반의 프로세싱 집약적으로 변화되면서 전반적인 AI 기술의 향상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수자원 기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당분간은 기존의 연역적인 기작(mechanism) 기반의 수치모의와 함께 축적된 데이터 기반의 AI 모델링이 보조적인 수단으로 작동하겠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AI 기술이 리딩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AI 기술을 광범위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미계측의 자료 획득과 분석을 위해서는 기작 기반의 수치모의를 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치모델링 기반의 연구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궁극적으로는 AI가 도출하는 결과에 대해 설명력을 담보하면서도 실제 현상을 모의하는 데 있어 부족한 자료나 의사결정을 기존의 방식이 지원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동반 성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이에 대한 검증을 위한 계측 기술도 보강되어야 할 것이며, 이 분야에서는 더 나아가서는 드론의 활용, 나아가서는 위성 기술의 활용성도 증대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수자원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예정인지.
지금까지 수자원 분야는 건설 사업과 밀접한 관계를 통해 설계·시공 중심으로 발전해오다가 최근에는 운영 효율화 및 노후 인프라 관리·운영 등의 관점으로 전환되는 추세입니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의 시대에는 일정 부분 신규 인프라의 개발도 필요하고 관리는 더욱더 중요합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AI를 통해 필요한 기술이 가지는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허브(hub)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공부문에서는 AI연구센터가 한 축을 담당하고자 합니다. 수자원 AI 분야의 산학연 기술 생태계가 소통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교류의 장을 구축하고, 향후에는 글로벌 기술과 산업 네트워크를 확대해 국내 산업을 넘어 해외 진출에도 힘쓰고자 합니다.
이와 관련해 구글이 2019년 AI 모델을 기반으로 개도국인 인도와 방글라데시에 구축한 홍수 예·경보 시스템(Flood-Hub)이 동아시아를 넘어 최근에는 유럽, 중동,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확대되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를 단숨에 뛰어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수자원 산업의 측면에서는 단지 ICT 기술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설계, 시공, 모니터링, 엔지니어링 등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인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분야의 연구개발을 통해 우리나라의 경쟁력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디지털 전환의 흐름 속에서 수자원 분야의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고 적용하면서 물 산업을 진흥하고, 또한 물이 가지는 공익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물 분야 이해 당사자와 기술개발자, 정책입안자 간의 다양한 논의와 협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특히, 공학적인 답안이 즉각적으로 최종적인 의사결정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 가급적 상위의 가치조정을 통한 의사결정을 이루는 것이 적절합니다.
이를 위한 핵심은 데이터의 공유에 있으며, 이미 물 관련 데이터들이 다양한 관계기관으로부터 개방 및 공유되고 있기는 하지만, 수자원 분야 디지털 전환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혁신적인 수준의 데이터 개방도 고려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예를 들어 K-water의 경우에는 2021년 물 분야 디지털 플랫폼 전문 부서를 설치하고 운영 중이며, 현재 데이터 개방 수준은 50~60%(개방 가능한 1,270개 테이블 중 714종 개방)로서 낮은 수준은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물 플랫폼 기반의 참여자 맞춤형 개방 등 다양한 데이터 공유 방안도 추진될 수 있습니다.
센터는 이러한 데이터 공유의 확대를 기반으로 AI 최신 기술 동향을 주시하며 머신러닝, 딥러닝, 자연어 처리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자 합니다. 글로벌 기술 공유 커뮤니티인 GIt-Hub의 적극 활용 등 수자원 AI기술 네트워크 확대로 연구 성과를 공유할 채비도 갖추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환경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디지털 물산업 혁신인재 양성사업(Water + AI)’에도 참여·지원하는 등 수자원 AI 기술 혁신에 적합한 인재 유치와 양성을 위한 교육 및 협력 프로그램도 활성화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