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도시의 핵심은 무엇인가
탄소중립 도시의 핵심은 무엇인가
  • 전찬민 기자
  • 승인 2023.10.19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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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지난 2021년 9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됐다. 탄소중립기본법의 주요 내용 중 도시계획 분야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중장기적인 목표 설정과 계획수립, 시행방안 마련이라는 계획 절차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 국가 온실가스 감축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해 5년마다 연동계획으로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은 국가기본계획과 관할 구역의 특성을 고려해 1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시·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과 시·군·구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마찬가지로 5년마다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 계획은 각 지자체의 도시·군기본계획과 정합성을 확보하게 돼 있는데, 2021년 12월에는 탄소중립기본법에서 제시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탄소중립 계획 요소를 반영하기 위해 도시·군 기본계획수립지침도 일부 개정됐다. 또한, 2022년 3월 제정된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에서는 기후변화영향평가 대상, 탄소중립도시의 지정,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를 공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탄소공간지도의 구축과 활용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실제 지역과 도시 차원에서의 대응은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에너지, 산업공정, 폐기물, 수송 등 배출원별 기술개발에는 중점적으로 투자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공간 단위나 지자체 도시계획 분야에서의 대응은 미흡한 상황이다.

해외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탄소공간지도를 제작하여 공간계획수립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오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일부 지자체를 대상으로 건물부문의 에너지 사용량을 기반으로 탄소배출량을 시각화하거나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계획수립과 정책평가에 활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탄소중립기본법 제정과 후속조치에 따른 도시계획수립지침의 개정과 탄소공간지도의 구축은 탄소중립도시계획 수립에 필요한 기초자료의 확보와 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기반의 도시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도시공간에서의 탄소배출활동과 흡수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탄소공간지도는 2023년 6월 30일 시스템이 대외 공개(www.carbonmap.kr) 됐으며, 지난 4월 착수된 ‘탄소공간지도기반 계획지원 기술개발 연구과제’를 통해 고도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과제를 통해 고도화되는 탄소공간지도는 해상도의 향상으로 현행 최소 격자크기가 100m에서 10m로 개선한다는 것이 가장 주목할 점이다. 이 경우 건물의 위치와 흡수원의 경계, 도로망의 구분이 명확해져 배출원인자 파악과 대안 수립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송부문의 경우에는 현재 주요간선도로를 중심으로 배출량을 계산해 표출하고 있어 세부 도로망별 교통량과 속도를 추정해 배출량을 산정하는 알고리즘을 탑재할 계획이다. 또한, 흡수원은 도시공간에 산재한 가로수, 도시공간내 식재 등 흡수원 정보와 흡수원의 탄소흡수량을 시스템에 반영하고, 지자체가 흡수원 확보 계획을 수립할 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고도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과제에서 탄소공간지도의 공간정보를 활용해 개발되는 기술은 계획지원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된 네 가지 기술로 구분되며, 첫 번째는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도시공간구조를 시뮬레이션 하는 기능이다.

도·시·군 기본계획 수립 지침에는 탄소배출을 적게 할 수 있는 도시공간구조를 설정하도록 돼 있는데, 아직 공식화된 시뮬레이션 방법론이 미흡하며, 탄소공간과 도시공간과의 관계를 연구한 사례도 많지 않다. 이에 도시내 토지이용과 교통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동수요를 줄여 탄소배출이 최소화될 수 있는 도시공간구조를 제시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모듈을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는 탄소흡수원의 규모와 위치, 도시공간의 용도와 밀도 등 탄소배출에 영향을 미치는 도시계획 수립요소들을 이용해 계획수립 대안별로 탄소배출량을 예측할 수 있는 계획지원 도구가 개발될 예정이다.

또한, 세 번째 기술은 지자체별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량을 탄소중립도시계획을 통해 설정하고, 감축이행수준을 모니터링하는 모듈이다. 모니터링은 탄소배출량 외에 지자체 목표달성 또는 미달성시 지자체의 탄소중립도시정책의 기여도를 분석할 수 있어 탄소중립도시정책의 수정과 보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개발사업에 대한 탄소배출 시뮬레이션의 경우는 신규택지개발,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도시정비사업 등 개발사업으로 인한 탄소배출수준을 사전에 대안별로 시뮬레이션해 검토할 수 있게 하는 모듈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정승현 연구위원(사진)은 “이번 연구개발과제를 통해 지자체가 탄소중립도시계획을 수립하는데 필요한 탄소배출량과 흡수량 정보를 제공하고, 계획수립을 위한 다양한 시뮬레이션 기능을 지원함으로써 탄소중립 도시계획이 데이터에 근거해 체계적 수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실증도시를 선정하고 연구성과인 탄소중립 도시계획수립지원 플랫폼을 이용해 계획수립을 수행함으로써 연구성과의 활용도 제고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뿐만 아니라 탄소공간지도의 정책 활용성 제고를 위해 지자체와 일선 도시계획수립 실무자와의 교류를 추진할 계획이며 아무리 좋은 연구성과라 하더라도 실무에서 외면 받거나, 실제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라 한다면 의미가 없다”며 “이를 위해 한국도시계획기술사협회와 협력을 통해 도시계획 수립 단계에서 연구성과의 활용성 확보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 실무자 인터뷰 등을 적극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탄소중립도시계획에 대한 실체가 흐릿한 상황이지만, 탄소공간지도가 고도화되고 사용자가 확대되면 탄소중립도시계획에 대한 기대와 요구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탄소중립도시계획연구단은 이러한 수요와 요구와 부응해 실무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는 성과창출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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