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에너지 소비 데이터 통합관리해, 건물부문 탄소중립 달성 ‘가속화’
건물에너지 소비 데이터 통합관리해, 건물부문 탄소중립 달성 ‘가속화’
  • 전찬민
  • 승인 2023.10.11 1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건물부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각 건물의 에너지 성능은 높아야 하며, 낭비는 최소화되고, 신재생 기술을 통해 에너지가 생산돼야 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러한 높은 성능 기준을 충족하는 건물이 지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제로에너지 인증 등이 이에 발맞춰 강화되고 있지만, 신축이 아닌 기축 부문으로 보면, 전체 물량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준공 15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은 어떻게 에너지 효율화 (저탄소화)를 해야 할지에 대한 숙제가 남겨져 있다. 이로 인해 상당한 비용을 들여 재건축할 것인지, 적정 비용을 들여 그린리모델링할 것인지 비용 효율적 관점의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린리모델링의 관점에서는 전국의 에너지 다소비 건물을 신속 발굴해 실효적인 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다소비 건물은 무엇이며, 그 물량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답변은 전문가들 입장에서도 쉽게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단순히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Y) 건물은 에너지 성능이 좋지 않다’라고 단정 짓는 것은 성급한 결론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급배수, 취사, 사무기기, 전산실, 목욕탕 등 건물 에너지 성능과 관련이 낮은 에너지 소비가 있을 수 있으며, 대형병원, 대학, 음식점, 판매시설, 데이터 센터 등과 같이, 건물용도에 따른 기능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 에너지가 많이 소비될 수 있다. 또한, 난방 측면에서는 강원도가 제주도 보다 춥기 때문에 해당 지역 건물들은 다소비 건물로 판단될 수 있고, 이러한 부분을 감안해 다소비 건물을 판단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다소비 수준을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X)을 최대한 고려해야 하며, 객관적 판단기준(f(X))을 기반해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장 고려해야 할 요인으로는 기상, 건축적 특징, 설비적 특징, 운영적 특징, 영업적 특징, 사용자 특징, 주변 공간적 특징, 지역 사회·문화적 특징 등이 있으며, 이렇게 건물에서 에너지가 소비된 맥락을 잘 이해해 대상 건물이 다소비인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소비 판단은 어떤 기준값(benchmark 또는 baseline)과의 비교를 통해 이뤄지는데, 이 기준값은 대상 건물과 유사한 특성을 갖는 또래집단(peer group)의 에너지 소비 분포를 기반해 만들어지며, 이 또래 집단은 고려해야 할 다양한 요인(X)을 통해 설계된다. 하지만, 다소비 판단의 핵심은 또래 집단 설계임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연계-통합된 영향인자 데이터셋이 없기 때문에 객관적 비교평가가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영향인자 데이터셋은 국토부, 행안부 등 각 부처에서 서로 다른 목적으로 생성, 개방하고 있지만, 여러 곳에 파편화돼 있어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설령 찾는다고 하더라도 데이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승인을 통해야만 원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더욱이 데이터 결합-분석 작업은 까다롭기 때문에 통합된 데이터셋 기반한 분석을 수행해내기 어려워 많은 연구소, 대학, 기업 등에서 데이터 수집-연계-분석을 시도하고 있음에도 시간과 비용 문제로 인해 시범적으로만 진행됐다.

이러한 학계와 산업 생태계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을 극복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건물부문 탄소중립 가속화를 위한 건물에너지 소비 데이터 통합관리 기반기술 개발’ 연구과제가 지난 4월 시작됐다. 이번 연구과제의 성과를 통해 건물에너지사용량, 기상, 건축적 특징, 설비적 특징, 운영적 특징, 영업적 특징, 사용자 특징, 주변 공간적 특징, 지역 사회·문화적 특징 정보를 아우르는 연계-통합DB를 구축·개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연구과제는 데이터 결합-분석 애로 등의 저해요인 문제 극복을 위해서 추진됐지만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보다 근원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데이터 사일로화, 열악한 인공지능 기술 기반, 건물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치 상향 등에 대응하고자 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과제 추진 배경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덕우 수석연구원(사진)은 “부서, 사업단위로 고립된 데이터를 일컫는 데이터 사일로화는 건물 에너지 분야에서 유독 이슈가 많으며, 데이터 간 연계를 고민하지 않고 개발-구축됐기 때문에 다양한 데이터를 아우르는 분석은 대단히 까다롭다”며 “이러한 사일로화로 데이터 간 연계 분석을 위한 매칭키(key)가 부재하며, 그로 인해 수작업 매칭 작업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결과적으로, 기관 간, 학자 간 상이한 결과가 도출되며 결과 신뢰성이 떨어지게 되고, 결과의 재현성 문제가 야기되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건물 에너지 분야의 학계, 산업계 발전에 저해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다행스럽게도 데이터 활용과 관련된 정책적 제개정과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 등의 움직임을 볼 때 사일로화 문제 해결을 위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의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인프라 강화와 데이터 개방 가속화에 발맞춰, 기계친화적 건물-에너지 융합 데이터셋 확보 체계와 품질 강화 기술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실제 건물의 생생한 현장정보를 담고 있는 영상, 단기측정, 인터뷰, 설문 등의 자료들이 단순 문서형태로 저장, 방치되고 있으며, 이를 다크 데이터라고 부른다.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에 의해 추진되는 기존 건축물의 성능개선사업, 그린리모델링사업 등에서도 일반적으로 획득하기 어려운 정보가 수집-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미활용되는 다크데이터의 잠재가치가 상당할 것으로 연구진은 판단하고 있다.

또한, 건물·건설 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2018년 기준으로 2030년까지 32.8%, 2050년까지 88% 감축의 도전적 목표치는 현재의 국부적-수동적인 그린리모델링, 에너지 개선, 소비감축 계도 노력만으로는 달성이 어렵다.

이러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전수적-능동적으로 평가, 개선, 지원, 관리가 선순환될 때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연구과제에서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크게 세 가지 핵심 기술이 개발될 예정이다. 핵심 기술을 살펴보면 첫 번째는 건물에너지 소비데이터의 통합DB 구축 기술이다.

건물부문에는 많은 데이터가 산재돼 있기 때문에 연구단에서는 건물 에너지 소비량(Y)과 영향인자 데이터(X)에 대한 22종 데이터를 연차별 통합하고, 건물 에너지 소비량과 영향인자 데이터는 ‘건축물대장 표제부’를 기준으로 매칭된다. 이때 위치정보(지번-동-층-호) 킷값으로 참조하게 되는데, 상당수 위치정보가 비표준화돼 있어서 고도화된 주소정제 기술 확보가 중요하며, 연차별 통합되는 DB를 대상으로 고품질화 연구와 특징추출(feature engineering), 정보 압축 연구, 이상처리, 해상도 증강 연구가 수행된다.

두 번째 핵심기술로는 건물용도별 에너지 소비수준 평가 기술로 공동주택, 영유아시설, 교육시설, 문화시설, 의료시설, 업무시설별 에너지 소비에 야기되는 데이터가 다르기 때문에 건물용도별 에너지소비 영향인자를 면밀하게 분석해 이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통계모형(Y=f(X)) 개발 연구가 수행된다.

건물부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전국 규모의 개별 건물에 대한 소비수준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비로소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물량을 파악하고 향후 전략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첫 번째와 두 번째 핵심 기술의 성과물을 담아낼 수 있는 차세대 데이터 플랫폼 기술이라고 볼 수 있으며, 22종 이상의 다양한 데이터가 안정적으로 추출, 변환, 적재되며 소비수준 평가 알고리즘이 탑재된 데이터 플랫폼이 구축될 예정이다. 더 나아가 데이터 플랫폼 기반한 소관 부처용 건물부문 탄소중립 대쉬보드 서비스, 지자체용 건물부문 온실가스 총량제 지원 서비스, 민간용 지능형 데이터 검색 서비스 등 응용서비스 3종이 시범운영된다.

특히, 중점을 두는 부분은 지자체용 건물부문 온실가스 총량제 지원 서비스다. ‘건축물 선별’ 이 돼야 각 지자체에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능동적으로 건물의 에너지 소비수준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국 단위 다소비 건물 선별이 이뤄진 후, 선별된 건축물을 추려서 면밀하게 살펴보고 정밀진단 및 컨설팅 기업 등과 연계해 신속하게 조치하게 되고, 이렇게 선별과 조치가 환류되는 구조가 준비돼야 건물부문의 탄소중립이 가속화될 수 있는 것이다.

김 수석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정책적으로는 소관 부처의 제로에너지빌딩·그린리모델링 관련 정책 의사결정 시, 보다 데이터 기반의 숙고가 이뤄질 것”이라며 “또한 전국 개별 건물의 에너지 소비수준 관리가 쉬워지기 때문에 식별-점검-지원-관리의 환류 체계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학 기술적으로는 ‘증거’기반의 객관적 성능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실소비량 평가 결과의 신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으며, 평가 신뢰성 향상은 곧 경제적 기대효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즉,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 대한 진단/효율화 시장이 활성화되고 데이터 기반 신산업도 예상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차세대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건물부문 탄소중립 달성 가속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연구과제의 주요 성과물인 데이터와 시스템은 그 수혜자를 정부, 지자체로 상정하고 있으며, 공익 증진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도권 내에서 책임-관리돼 운영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김 수석연구원의 의견이다. 데이터와 시스템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쓸 만한 데이터가 담겨 있어야 하며, 책임운영 주체가 있어야 마찬가지로 믿고 쓸 수 있을 것이다.

즉, 공익 증진을 위한 데이터 플랫폼의 운용 사항에 대해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령’ 등에 제도적으로 명문화될 필요가 있으며, 운용 주체, 역할과 책임, 데이터 품질과 시스템 유지관리 대책 등이 구체화 돼야 한다고 김 수석연구원은 강조했다.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이번 연구사업은 사업의 방향성과 성과물 수준에 대해 각 참여기관 간 공감을 형성하고 이해를 높이고자 산·학·연·관 총 16개 기관과 144명이 참여하는 중대형 과제로써 참여 구성원 모두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연구 성과물에 대한 수요 파악과 실사용자 의견수렴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시,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 관심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해당 지자체를 대상으로 사업 설명을 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꼭 필요한 시스템이 되도록 구현할 예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