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도 칼럼] 안전! 안전! 안전!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정이도 칼럼] 안전! 안전! 안전!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 공학저널
  • 승인 2023.08.3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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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량판 구조. 오래전 500여 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삼풍백화점도 무량판 구조.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도 무량판 구조였다. 그리고 이번에 붕괴한 인천 자이 아파트도 무량판 구조다. 이젠 붕괴 사고가 나면 무량판구조를 먼저 의심해 봐야 한다.

하지만 무량판구조가 문제일까? 물론 철근을 빼먹은 것이 문제다. 철근 빼돌리기, 부식 철근 사용, KS 인증 규격에 맞지 않은 질 떨어지는 철근 사용. 철근과 관련한 종합선물 세트다. 이 중 문제가 된 것은 철근 개수 누락.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전 국민이 아는 핫 이슈다.

무량판구조는 다른 구조에 비해 구조가 간단해 시공이 쉽지만 다른 구조에 비해 비싸다. 그렇지만 슬라브 두께가 두껍고 기둥식 구조라 다른 구조에 비해 층간소음이 적어 최근에는 무량판구조로 시공하는 아파트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공사비가 비싸다.

구조 특성상 공사비가 비싸기에 명분이 확실하다. 공사비를 비싸게 책정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위에서 말한 철근 종합세트로 수익을 더 낼 수 있다. 벽식구조나 라멘식 구조보다는 확실히 자재를 아꼈을 때 수익을 크게 올릴 수 있다. 벽식구조는 어차피 공사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니 자재를 이용해 별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어쩌면 자재를 아껴 수익을 올리기 가장 좋은 구조가 무량판구조가 아닐까? 그래서 아끼고 아끼다가 결국에는 무너져 내리는 것이 아닐까? 최근에 기술의 발달로 과거에 비해 자재를 최소화해 안전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안전에 지장 받지 않은 철근을 빼면서 수익이 만들어지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무량판구조로 지어지는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이 아닐까 의문도 든다. 게다가 이렇게 자재를 이용하여 수익을 높이는 것이 관행이라고 하니 말 다 했다. 간단하게 말해 무량판구조의 아파트로 남겨 먹을 수 있는 것이 많다는 말이다.

분명 확대해석할 수 있고 말이 안 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무량판구조가 돈이 되는 구조일 수 있다. 슬라브만 무너지지 않게 잘 빼먹는다면 수익을 많이 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좋지 않은 방법으로 수익을 남기는 구조니까 아파트에도 점점 적용되는 건수가 늘어나는 것일 수 있다.

제대로 시공만 한다면 무량판구조는 매우 튼튼한 구조이기도 하다. 삼풍백화점도 무량판구조였기에 며칠을 버텼던 것이지 다른 구조였다면 금방 무너졌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제대로 시공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오로지 수익을 남기기 위해 제대로 시공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해결될 수 없을까? 건설사의 수익을 위해 안전을 저버리는 문제는 심각한 문제이기에 수익과 안전을 균형 있게 조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과거부터 지속되어 온 부실시공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해결할 방법은 있다.

투명성 강화. 건설 현장에서 건설사의 수익을 위한 안전 저하 현상은 부적절한 행동과 정보의 비대칭으로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설사는 건설 프로젝트의 모든 단계에서 투명하고 공개적인 정보 제공을 실천해야 한다.

계약서, 자재 구입 기록, 시공 일정, 안전 점검 결과 등의 정보를 외부에 공개함으로써 이해관계자들이 건설 현장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건설사는 수익 추구와 동시에 안전과 품질 관리를 적절하게 이룰 수 있다.

품질 관리 강화. 건설 현장에서 안전과 품질은 상호 보완적인 요소다. 품질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 자체 품질 보증 시스템을 구축하고, 품질 검사 및 감사를 철저히 실시해야 한다.

또한, 자재 선택에 있어서는 안전성과 품질을 우선시하는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비록 초기에는 비용이 추가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전사고 및 재작업으로 인한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교육과 의식 개선. 건설사의 수익 추구로 인한 안전 저하 현상은 종종 작업자의 의식 부족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건설사는 작업자들에게 안전과 품질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철저히 실시해야 한다.

작업자들은 안전 절차 및 규정을 숙지하고, 자신의 작업에 대한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건설사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작업자들의 의식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내용은 말 그대로 원론적인 얘기다. 정말 원론적인 얘기들은 지켜지기 어렵다. 결국 규제가 답이다. 극단적으로 무량판구조를 금지하던지 건설사의 이익을 적당하게 보장하게 해주던지. 아니면 안전상에 문제가 발생하면 사업을 금지하던지.

규제할 방법은 정말 다양하게 많이 있다. 탁상행정으로 만들어진 규제들만 벗겨내고 현장의 소리를 듣거나 현장 관계자가 참여하는 좀 더 발전적인 규제를 만들고 시행한다면 안전 문제에서는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한다.

안전 문제는 결국 사람의 목숨과도 연관이 되기에 현장이 행정 참여를 한다면 어떻게든 그들의 이익과 목숨을 모두 지킬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까 한다. 탁상행정이 만연한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다. 나라뿐만 아니다. 개인부터 조직까지 모두 마찬가지다.

이제는 제발 탁상행정이 줄어들어야 한다. 현장 경험이 녹아야 제대로 된 규칙이 만들어질 수 있다. 계속되는 안전 문제는 개인 혹은 기업이 과도하게 내려 한 이익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 적절한 규칙이 있다면 과도한 이익을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꼭 현장의 소리가 들어간 적절한 규칙이 있다면 가능할 것이다.

 

 

 

 

 

글_정이도
㈜드림기획 대표이사
공학전문기자/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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