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지반 위 신공항 건설, 글로벌 수준 지반공학 기술로 완성된다
연약지반 위 신공항 건설, 글로벌 수준 지반공학 기술로 완성된다
  • 전찬민 기자
  • 승인 2023.06.2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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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오는 2029년 12월 개항 예정인 가덕도 신공항은 새로운 국제공항의 건설과 함께 국토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에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같은 해상 공사에서는 해안의 퇴적 환경 상 지반이 매우 연약하기 때문에 이 위에 축조되는 구조물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반공학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가덕도 신공항은 연약점토층의 깊이가 10~45m에 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될 침하량은 4~10m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처리해야 할 연약지반 면적이 473ha(심도10~45m), 매립물량이 2.16억m3에 달하기 때문에 약 5년 공사기간의 난공사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간사이국제공항 1기 공사는 연약지반 처리 면적이 510ha(심도20m), 매립물량이 1.8억m3로 7년의 공사기간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약 5년이라는 공사기간은 유례없는 급속시공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급속시공 시에는 시공 중 호안 슬라이딩 가능성, 시공 후 잔류침하량 과대 발생할 수 있어 정밀 지반조사를 바탕으로 지반 거동 예측 기술과 지반개량 기술 등 지반공학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급속시공, 난공사가 예상됨에도 설계와 시공 실적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지반공학 기술은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풍부한 설계와 시공경험이 발휘된다면 성공적인 개항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 대규모 연약지반개량의 시작으로 볼 수 있는 인천공항은 연약지반의 평균깊이가 5m로 지반 침하를 촉진 시키는 공법인 SD공법과 PBD공법이 적용됐으며, 개항 20년간 침하는 3cm이내로 그치고 있어 우수한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SD공법과 PBD공법은 연약지반 내의 물을 빼내기 위해 지반 내 배수로의 역할을 하는 모래(SD공법) 또는 판형의 플라스틱(PBD공법)을 연약지반 내에 설치하는 공법이다. 연약지반위에 매립을 하거나 구조물을 올리면 오랜 기간에 걸쳐 침하가 발생하는데, SD공법과 PBD공법으로 연약지반을 개량하면 단기간에 침하를 발생시켜 장기적인 침하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연약지반 개량 사례로 들 수 있는 부산 신항의 경우, 연약지반의 평균 두께가 40m에 달하며, SCP공법과 PBD공법이 적용됐다. SCP공법은 연약지반내에 모래를 다져서 모래기둥을 형성하는 것으로 침하를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안벽 케이슨 하부에 적용됐으며, 그 배면에는 PBD공법이 적용돼 성공적으로 지반개량이 마무리됐다.

또한, 연약지반 두께 40m이상의 대심도 해상공사가 이뤄지는 울산 신항에서는 연약지반에 시멘트를 섞어서 고결시키는 것으로 원주형 고결체를 연약지반 내에 형성시키는 DCM공법이 적용됐다. DCM공법은 무거운 케이슨과 같은 중량물이 침하와 활동하지 않게 만드는 공법으로 호안 안정성을 위해 널리 적용되고 있는 공법이다.

한국지반공학회 연약지반 기술위원회 김하영 위원장(사진)은 “가덕도 신공항의 경우는 대규모 해상 PBD공법과 대심도 DCM공법이 지반개량공법으로 적용될 예정인데, 해상 PBD 공법은 국내에서는 사례가 없고, 해외에서도 사례가 적다”며 “공사기간이 단기간인 점을 고려한다면 이 공법을 적용 시에는 해상 PBD 시공 기술의 발전, 정확한 잔류침하량 예측과 대책이 수반돼야만 급속시공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으며, 이는 지반공학 기술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한 우리나라 지반공학 기술의 발전 과정 속에는 국내 지반공학 전문가들의 피땀의 노력과 더불어 한국지반공학회의 중추적 역할이 있었다. 또한, 연약지반의 공학적 문제를 탐구하고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지반공학회 연약지반 기술위원회는 공항, 항만, 도로 등의 하부기초의 지반공학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바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연약지반 관련 기술 발전을 위해 연약지반 기술위원회는 최신 연약지반 기술의 현장 적용 사례 학습과 공유를 위한 현장 견학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규모가 큰 연약지반 관련 현장에서의 지반공학 이슈들은 개인적으로는 경험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술위원회 차원에서 현장 견학을 마련해 많은 기술자들이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연약지반 전문 기술 교류를 위한 학술 세미나를 분기에 1회 주기로 개최해 활발한 기술 발표와 토론으로 회원들의 기술 역량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가 건설기준 제·개정에 참여해 연약지반 관련 국가 건설기준의 사용성, 적합성, 신뢰성 향상, 건설기준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도 이어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위원회는 연약지반 관련 최신 연구결과와 동향 파악을 위한 국내외 학술 대회, 워크숍 개최, 연약지반 분야 전문가 간 정보 교류·공유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특히, 매년 봄, 가을 2회 개최되는 지반공학회 학술대회에서는 전문 세션을 개최해 현재의 기술이슈와 기술동향을 파악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한편, 연약지반 분야에서도 탄소중립 등 친환경 정책에 따라 지반개량 시 시멘트를 줄이려는 공법이 개발되고 있다.

지반개량 분야에서는 이미 보통포틀랜드 시멘트 대신에 용광로 부산물인 고로슬래그를 30~60% 첨가한 고로슬래그 시멘트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시멘트 함량을 최소화 하거나 비시멘트계의 친환경 고화재와 친환경 지반개량공법들이 연구개발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예를 들어 종이제조공장에서 배출되는 제지슬러지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고화재, 육가크롬 등의 중금속이 용출되지 않고 토량환경 기준을 만족하는 중성고화재 등이 있지만 비시멘트계의 친환경 고화재와 친환경 지반개량공법들은 가격이 고가인 단점이 있다”며 “건설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현실 속에서 친환경 공법을 도입하기는 매우 어려운 점이 있는데, 정부 차원의 친환경공법에 대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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