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로봇의 공존 목표… 기술 융합으로 로봇의 한계 돌파할 것”
“인간과 로봇의 공존 목표… 기술 융합으로 로봇의 한계 돌파할 것”
  • 김하늬 기자
  • 승인 2024.05.22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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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현재 로봇 기술은 과거의 발전 속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저출산, 고령화 등에 따른 사회적 변화도 로봇 시장 확대의 주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에서는 사람과 로봇의 지속 가능한 공존을 위한 로봇산업 규제 샌드박스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반이 조성된다면 향후 국내 로봇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른 로봇 기술의 발전 방향 설정과 더불어 최신 ICT 기술의 융합을 통한 기술 개발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기계연구원(KIMM)은 올해 AI로봇연구소를 설립해 다가오는 로봇 시대를 대비할 준비를 마쳤다.

1980년대부터 로봇 연구를 시작해 온 기계연구원은 2010년대 초반까지는 주로 산업용 로봇 연구에 집중했으며, 2010년 이후부터는 서비스용 로봇, 물류 로봇, 인공지능기반 자율작업 로봇, 웨어러블로봇이나 장애인용 로봇과 같은 인간지원 로봇을 아우르는 폭넓은 연구 스펙트럼역량을 보유한 정부 출연 연구원으로 발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로봇메카트노닉스연구실과 인공지능기계연구실의 개별 연구실 체제가 첨단로봇연구센터, 인공지능기계연구실, 바이오기계연구실로 구성되는 AI로봇연구소로 확대 개편됨에 따라 로봇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재 AI로봇연구소는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를 위한 차세대 로봇 원천기술 확보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핵심부품기술, 고난도작업 로봇 기술, 인간 로봇협력기술, 농업/물류/산업 모바일 로봇 기술, 인간지원 로봇 기술 등 5개 연구 카테고리의 로봇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핵심부품 기술

핸드를 장착한 로봇이 가위로 분무기로 물을 뿌리고, 가위로 종이를 자르는 모습
핸드를 장착한 로봇이 가위로 분무기로 물을 뿌리고, 가위로 종이를 자르는 모습

이러한 핵심부품 분야에서 AI로봇연구소가 특히 집중하고 있는 기술은 그리퍼, 핸드, 인공 근육, 변형 휠과 같은 미래 로봇 기술에서 핵심이 될 부품기술과 하모닉감속기, 모듈형구동모듈과 같은 국가 단위에서 필요한 구동 부품기술이다.

그리퍼와 핸드는 인간의 손과 같은 역할을 한다. 현재의 그리퍼 기술은 사람처럼 모든 형태의 물체를 잡지 못하기 때문에 로봇이 잡아야 하는 물체가 바뀌면 많은 경우 그리퍼를 교환해야 한다. 이는 로봇이 널리 사용되지 못하는 매우 큰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AI로봇연구소는 만능형 그리퍼 기술 개발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어떤 형태의 물체든 하나의 그리퍼로 잡을 수 있는 기술로, 집게형으로 집어서 모든 물체를 잡는 ‘집게형 만능 그리퍼’와 흡입방식으로 모든 물체를 잡는 ‘흡입형 만능 그리퍼’를 개발했다. 이와 함께 AI로봇연구소는 모든 물체를 잡는 것을 넘어 로봇이 일상생활 도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인간형 로봇핸드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KIMM에서 개발된 핸드는 손목부터 잘리는 모듈형 구조로 되어있고, 모든 모터와 제어기를 모듈 속에 내장하고 있어 어떠한 로봇에도 장착이 가능한 장점을 갖는다. 사람 손가락의 모든 자유도를 손가락마다 구현해 작업능력이 매우 우수하며, 손가락은 그 자체로 모듈형으로 제작됐다.

손가락의 최하부에 3개의 모터가 장착되고, 모터의 구동력은 병렬기구를 통해 4개의 관절을 움직이게 된다. 이처럼 손가락 그 자체가 모듈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3지핸드, 4지핸드, 5지핸드를 손쉽게 구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손가락 모듈을 이용해 다양한 다지 그리퍼도 제작할 수 있어 매우 활용도가 높은 기술이다.

현재 AI로봇연구소가 개발하고 있는 의복형 웨어러블로봇 기술은 일반적으로 단단한 외피를 가지는 웨어러블로봇과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차별화되고 있다.

보통의 웨어러블로봇은 강한 힘을 내기 위해 모터를 사용해 단단한 로봇의 형태를 가지고, 이것이 착용성과 사용성에 큰 제약이 되지만, 현재 개발되고 있는 의복형 웨어러블로봇은 말 그대로 의복처럼 쉽게 입고 벗을 수 있고, 착용 후 원하는 때에 의복(로봇)이 보조적인 힘을 발생하는 개념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옷감과 같이 매우 유연하고 얇은 천과 같은 구조를 가지는 구동기가 필수적으로 개발돼야 한다. 이에 연구소는 매우 가는 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든 스프링으로 구현했으며, 이를 옷감형 구동기라고 부른다. 수십g의 옷감형 구동기가 5kg의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하면 의복형 웨어러블로봇을 매우 쉽게 구현할 수 있다.

한국기계연구원 AI로봇연구소 박찬훈 소장(사진)은 “최근 인공지능 기술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로봇은 물리적 실체를 가지고 있는 ‘몸’이 필요하다”며 “이 때문에 로봇에서 핵심부품기술은 국가적으로 반드시 확보되어야 하는 기술 분야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로봇시스템 기술

AI로봇연구소는 이러한 혁신적인 부품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차세대 로봇시스템 기술을 개발 중이다.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은 유연체를 다룰 수 있는 로봇 기술이다. 로봇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조립과 같은 난도가 높은 공정은 자동화 비율이 매우 낮고, 특히 케이블과 같이 대부분 자동차, 가전 등에 사용되는 유연체가 포함되는 조립공정의 자동화 비율은 제로다.

박 소장은 “고난도 공정을 수행하는 로봇의 수요는 향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대비해 케이블과 같은 유연체를 직접 만들거나, 이를 적용해 조립을 진행하는 공정의 자동화에 사용될 수 있는 로봇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러한 로봇은 유연체를 다룰 수 있는 그리퍼 기술, 2대 이상의 로봇이 서로 협조해서 작업할 수 있는 협력기술, 케이블과 같이 공정 중에 형상이 자유롭게 변하는 대상체를 인식하고 대응하기 위한 지능기술 등 매우 높은 수준의 로봇 시스템기술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로봇시스템에서 중요한 기술로 손꼽히는 또 다른 분야는 모듈화다. 로봇은 적용되는 공정/작업마다 다른 스펙을 가진 로봇을 필요로 한다. 가령 팔이 길고 가벼운 물체를 드는데 사용되는 로봇이 있는가 하면, 팔의 길이가 매우 짧지만 무거운 물체를 들어야 하는 로봇도 있다. 단순히 자율적으로 이동만 하면 되는 모바일 로봇도 있지만, 이동과 동시에 로봇팔로 작업을 해야 하는 공정도 있기 때문이다.

모듈화를 위한 2축 구동기(Ball)와 이것을 이용하여 6개의 Ball로 만든 양팔로봇
모듈화를 위한 2축 구동기(Ball)와 이것을 이용하여 6개의 Ball로 만든 양팔로봇

박 소장은 이에 대해 로봇의 시장이 ‘파편화’됐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는 “로봇의 공급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파편화된 시장은 매우 대응하기 어렵다. 수백 대의 동일한 로봇을 한꺼번에 제작해 공급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이유로 모듈화가 가능한 로봇 기술의 개발은 매우 중요하다. 연구소는 로봇팔과 이동로봇 모두에서 이러한 모듈화된 로봇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어 인식 기술

로봇 활용의 측면에서 자연어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한 발전은 느린 속도에서 근래 LLM(대형언어모델)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급속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AI로봇연구소는 이러한 LLM 기술을 이용해 로봇이 사용자의 자연어를 인식해 작업을 수행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작업을 지시하는 작업자가 매우 쉽고 직관적으로 로봇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은 작업자의 구체적 명령을 이해하고 지시대로 동작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 작업자들이 서로 협조작업을 하기 위해 교환하는 매우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표현들도 이해하고, 주변 상황의 문맥에 맞게 대응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간·로봇 협력기술

로봇이 인간의 신체 기능을 보조하는 분야로 발전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방향이다. AI로봇연구소 또한 이러한 로봇 기술을 장애인들의 이동 수단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해외에서 이미 계단을 오르는 휠체어, 일어서서 이동하며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있는 휠체어 기술이 개발된 바 있지만, 계단을 오르는 장치의 부피가 크고, 일어서서 다양한 자세를 취하게 하기 위한 스탠딩 장치 또한 구조가 매우 복잡해 개별적인 휠체어 기술로만 개발된 상태다.

AI로봇연구소는 ‘ㄹ’자 형태의 크롤러를 기반으로 계단을 오르는 장치의 구조를 매우 효과적으로 구현했다. 스탠딩 장치의 구조도 로봇팔 기술을 적용해 단순화함으로써 한 대의 휠체어에 계단을 오르는 기능과 일어서서 이동하는 기능을 모두 탑재했다.

박 소장은 “아직 기술적으로 보완돼야 할 부분이 많지만 향후 하지 장애인들의 이동능력 향상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래에는 로봇의 시대, 인간과 로봇이 서로 공존하며 함께 살아가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이에 대비해 국내 연구진들이 준비하고 있는 수많은 원천기술은 이러한 로봇의 시대에 매우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 소장은 “바이오, 인공지능, 로봇 하드웨어 기술의 통합을 통해 기존 로봇 기술의 한계를 돌파하는 차세대 로봇 기술을 구현하고자 한다. 이러한 목적으로 AI로봇연구소는 확보된 기술들을 바탕으로 인간의 지능과 유사한 수준의 자율성과 인간의 운동능력에 필적하는 물리적 신체 능력을 갖춘 로봇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다가오는 로봇의 시대에 대한민국 로봇 기술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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