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엔지니어링 위기, ‘트윈 전환’으로 극복한다
플랜트 엔지니어링 위기, ‘트윈 전환’으로 극복한다
  • 김하늬 기자
  • 승인 2024.05.28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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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2015년 이후 위기를 맞고 있는 플랜트 산업은 2023년 해외 플랜트 수주에 힘입어 최대 성과를 이뤘지만, 계속되는 국내외 경제 여건의 어려움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전 세계 플랜트 관련 엔지니어링 시장 전망에 따라 AI,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접목한 산업의 디지털화와 지능화, 글로벌 의제인 탄소중립을 위한 친환경 플랜트 시장의 확대 등 자료를 발표했다. 국내 기업들이 플랜트 분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글로벌 변화에 적극적 대응과 전환이 시급하다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는 현재 생산성 형상, 비용 절감, 안전성 강화 그리고 유지보수·운영의 용이성을 위한 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녹색 전환(GX, Green Transformation)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그간 개별적으로 추진했던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을 함께 수행하는 트윈 전환(Twin Transformation)이 떠오르고 있다.

이미 조선 해양 플랜트 분야에서는 이미 플랜트 생애주기(설계, 구매, 시공, 운전, 유지관리 및 폐기) 관점에서 디지털 전환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녹색 전환을 위한 선박 연료 전환, 선상 온실가스 포집 등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또한, 육상 플랜트 분야 역시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지만 수소, 소형원자로 등 무탄소 플랜트 분야에서 녹색 전환을 위한 설계 역량 강화와 트랙레코드 축적 등을 통해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공학저널>은 최근 트윈 전환을 모토로 디지털 기술, 녹색 기술을 플랜트에 적용하는 등 플랜트 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시도와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고등기술연구원 플랜트본부 유영돈 본부장(사진)을 만나 현재 개발 중인 플랜트 기술과 더불어 산업의 현황과 전망까지 알아봤다.

INTERVIEW. 고등기술연구원 플랜트본부 유영돈 본부장

고등기술연구원 플랜트본부에 대한 소개 바란다.

비영리 민간연구소인 고등기술연구원은 정부 출연 연구소와 기업 연구소의 중간 단계 역할로 기술이전과 라이센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연구소로의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고등기술연구원의 슬로건은 ‘Something Different! and Find Niche!’로, 기술 개발 차별화와 틈새 전략을 통해 수요자 중심의 한발 앞선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플랜트본부는 5개 센터, 120여 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재생에너지·장주기 에너지 저장, 수소 생산·저장 운송, 탄소중립 연료, CO2 포집·전환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플랜트에 적용하는 디지털 엔지니어링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플랜트본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사안은 무엇인지.

현재 개발하고 있는 기술을 상업화까지 연계시키는 것을 중점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미 잘 알려진 성과로는 2022년부터 충주에 바이오가스로부터 일일 500kg의 수소를 생산하는 수소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많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국내 최초로 청정수소를 국내 최저가로 판매하는 상업운전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며, 더욱이 기업이 아닌 연구소가 직접 운영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도입될 때 기술력을 갖는 운영기관에서 직접 운영을 통해 운전 자료 확보와 이를 통한 성능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기술 개발 전략입니다.

또한, 상업용 규모로 CO2 포집과 동시에 드라이아이스로 저장할 수 있는 CO2 동결포집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며, 올해 내 상업화까지 성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가연성 폐기물 가스화 기술, 유기성 폐기물 혐기성 소화 기술, 이동형 3D 스캐닝 기술, CO2 메탄화 기술 등은 기술이전 또는 라이센싱까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고등기술연구원이 국내 유일하게 보유한 원천기술로는 수소 슬러시(slush) 제조 기술이 있습니다. 수소를 액체와 고체로 동시에 존재하게 하는 기술로, 액체 수소의 저장·운송 시 발생하는 증발가스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이러한 수소 슬러시 기술을 이용해 해외 수소 도입 모델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중소기업과의 교류가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떠한 협력을 진행 중인지.

고등기술연구원에서는 특정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대부분 연구개발 프로젝트 단계에서 중소기업과 다양한 협력을 진행 중입니다.

중소기업은 연구 인프라와 우수한 연구 인력 확보에 한계가 있기에 일부 중소기업의 연구소 역할까지도 수행하는 경우도 있으며, 정부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등 용역과제 형태로 기술 개발에 협력하고 있습니다.

플랜트본부 이외에도 소재 분야, 로봇, 제어·용접 등 다양한 업종의 중소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연구 역량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플랜트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정책적·사회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최근 언론 기사를 보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 기존 사례가 없고 현행법 내 기준이 부재해 ‘규제샌드박스’로 해결했다는 내용을 적지 않게 접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주위에는 많은 규제가 있고 정책적 뒷받침이 부족해 새로운 산업이나 연구에 도전하기 어렵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혁신과 도전을 어렵게 하는 포지티브 규제에서 법률이나 정책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 적극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선 허용-후 규제와 같은 포괄적 네거티브 정책도 과감하게 추진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중요합니다. 최근 수소 관련 시설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막연한 불안감, 과학적이지 않은 주장이 주민들의 불안을 야기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이는 기술적 안전성이 반드시 담보돼야 하며 주민들과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고, 지역 활성화와 연계를 통해 상생 모델로 발전이 필요합니다.

특히, 투명한 소통과 정보제공, 안전 및 위험관리 강화, 지역사회와의 협력 등이 앞으로 플랜트 산업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플랜트 산업과 기술은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는지.

최근 2~3년 사이에 인공지능 기술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확대 적용되기 시작해 의미 있는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플랜트 분야에서도 지금보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연계되어 큰 변화가 예측됩니다. 디지털트윈, 예측 정비 및 유지보수, 자율 운전 등 플랜트 운영 효율성과 안전성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플랜트 분야에서 디지털트윈은 실 플랜트 상황을 가상 플랜트와 연계해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품질향상, 생산량 증대 그리고 에너지 절감을 달성하는 운전 조건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기대할 만큼 디지털트윈 구축에 따른 효과나 성과는 제한적입니다.

때문에 선결해야 할 과제로 실 플랜트 상황을 가상 플랜트에서 실시간 수준으로 해석 또는 모사할 수 있어야 하지만, 아직 해석·모사를 실시간으로 수행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플랜트 설계·운영 기술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와 같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도메인 기술을 보유한 엔지니어의 디지털 도구 활용 능력이 중요합니다. 디지털 도구 활용 능력은 미래 플랜트 산업을 이끌고 나갈 유능한 인력이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이라고 생각합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플랜트 산업의 발전 방향은.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발전 플랜트, 석유화학, 시멘트·철강 등과 같은 산업 분야에서 연료나 원료의 저탄소화 또는 무탄소로의 전환과 플랜트 전주기(설계, EPC, 운영 및 폐기)의 각 과정에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플랜트 운전에 필요한 연료를 무탄소 연료인 수소 및 암모니아로 전환 또는 탄소중립 연료인 e-fuel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연료는 재생 전기기반의 전기화(Electrification)로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녹색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성입니다. 아직 녹색 전환은 시장 논리만을 기업 자체적으로 이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이제 첫발을 내딛는 단계에서 정부 주도의 지원을 통해 기업들이 하나하나 필요한 핵심 기술을 확보하면서 실적을 쌓을 수 있는 여건 마련이 미래 성공의 관건입니다.

플랜트본부의 향후 계획은.

에너지 환경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생성하고 원천기술을 확보·실증하는 것은 물론 시장으로의 기술이전을 통해 지속가능한 수익을 창출하는 민간 비영리 연구소로서 고등기술연구원 플랜트본부가 되고자 합니다. 특히, 중소기업과 협업을 통해 중소기업이 직면한 기술 개발 어려움을 극복하고 현실적인 솔루션을 제공해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플랜트 분야 연구는 공학적 지식과 더불어 열정 있는 연구자가 다양한 해석과 디지털 도구를 이용해 현장의 풍부한 경험을 갖는 엔지니어와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연구원들의 R&D 수행 역량과 엔지니어의 현장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 기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으며,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는 플랜트 분야 연구 성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현장 경험이 있는 퇴직 엔지니어들이 연구소에서 수행하는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연계 플랫폼이 있다면 지금보다 쉽게 필요한 인력과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플랜트 분야의 인력과 일자리를 매칭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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