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발전기 시스템’ 원천기술 확보해, 수력·양수발전 국산화 이끈다
‘수차발전기 시스템’ 원천기술 확보해, 수력·양수발전 국산화 이끈다
  • 전찬민 기자
  • 승인 2024.02.0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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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재생에너지는 실시간 전력수요 변동에 따른 발전량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풍력, 태양광 등의 간헐성과 변동성에 대응하고 전력계통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 확충은 필수적 요인이 되고 있다.

양수발전은 대표적인 장주기 ESS 설비로, 특히, 가변속양수발전은 신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에 뛰어난 장점을 가지는 발전방식이다. 또한, 발전 시 공해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발전원으로 한 번 건설되면 수명이 최대 100년에 달해 경제적이면서 대량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발전원이다.

특히, 양수발전은 3분 내로 전력 생산이 가능해 급격한 전력수요 증가, 대용량발전소의 불시 정지나 대규모 정전(블랙아웃)과 같은 긴급 상황 발생 시 타 발전원에 기동전력을 공급하는 비상 전원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최근 그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수력/양수발전은 표준화된 모델로 사업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부지 특성(낙차, 유량, 용량 등)을 고려한 다양한 설계가 적용되기 때문에 사업 수행을 위해서는 축적된 원천기술이 핵심임에도 국내 기업들은 간헐적인 건설과 국제 경쟁입찰에 따른 공급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그동안 원천기술 확보와 인프라 구축에 한계가 있었다.

여전히 국내 산업계의 독자 설계와 기자재 공급이 어려우며, 경험과 기술을 보유한 해외업체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국내 수력산업 생태계를 다시 살리고 수력/양수발전을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신규 사업에 국산 기자재를 조달해 관련 산업 생산유발과 고용 창출을 극대화해야 하며, 핵심 설계기술 국산화를 위한 중장기적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최근 증가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의 높은 출력변동으로 전력계통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수력설비 사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기존 수력설비는 정격운전에 최적화된 설계가 적용돼 부분 부하 운전 시 효율저하, 설비 안전성, 수명 단축 등의 문제에 대한 기술적 대안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1년 ‘유연화 운전 대응 부분부하 구간 고효율 수력발전 시스템 개발’ 연구과제가 착수돼 고효율 수차발전기 설계, 제작 원천기술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번 연구과제의 목표는 정격출력 외 다양한 출력구간에서 운전할 수 있는 유연화 운전을 통해 전력계통의 변동성을 보완하고, 운전패턴 변화에 따른 설비 내구성 강화, 수명 증대, 수자원이용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고효율 수차발전기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산학연 공동연구로 추진된 이번 연구개발 과제는 주관연구개발기관인 두산에너빌리티가 ‘수차/발전기 설계 및 제작’을 진행하고 있으며, ‘축소모델시험 및 수차발전기 설계/제작/유연화성능 검증(한수원)’, ‘수차/발전기 유증기저감 수윤활 친환경 베어링 개발(터보링크)’, ‘가이드베인 주강품 제작기술 개발(삼영엠텍)’, ‘수차 효율 감시 시스템 및 제어감시 시스템 개발(우리기술)’, ‘수차 개념설계 프로그램 개발(연세대학교)’, ‘수차/발전기 설계검증기술 및 안전성 평가(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을 통해 국산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주요 정량적 목표인 원형수차 최고 효율(기존 88.9%) 목표는 92.2%이며, 현재 수력설계가 완료돼 축소모델 시험을 통해 확인된 결과 93.4%로, 목표 대비 약 1.2% 초과 달성했다. 또한, 유연화 운전 성능지표인 모델수차 저부하(50%) 운전 효율(기존 85.3%) 목표는 87%이며, 시험결과 88.5%로 목표 대비 약 1.5% 초과 달성해 시제품 제작 진행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추성민 팀장(사진)은 “이번 연구과제에서 개발 중인 기술은 기술 개발의 파급효과가 가장 큰 중수력(비속도 200급) 수차발전기 시스템으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국산화를 통해 사업화와 사업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기존 정격 설계점에서 고효율을 목표로 하는 수차가 아닌, 발전설비의 운전조건을 반영해 실제 운전빈도가 높은 저부하에서 고효율을 달성하고 안정적인 운전을 통해 설비 수명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한 이번 과제를 통해 개발된 기반기술을 양수설비 개발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라며 “특히, 수력/양수 현대화사업과 신규 사업에 적용해 외산 기자재 사용에 따른 국부 유출을 방지하고, 국내 산학연 수력 생태계 조성에 기여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따른 탄소중립 정책과 무탄소 전원확대(재생e, 원전)에 따라 전력계통 불안정성 증대로 유연성자원인 양수발전의 역할 변화와 ESS로서의 기능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기존 건설계획 중인 1.8GW의 양수발전소(영동, 홍천, 포천)에 이어 제10차,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로서 약4GW의 신규 양수발전소가 추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기존 노후 양수발전소의 설계 수명 도달과 현대화 시기 도래에 따라 현대화사업 수요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신규 사업과 현대화사업의 산업 순환 사이클이 형성된다면 향후 총 1.86조원의 시장이 형성되고, 약 4조원 규모의 생산유발효과와 약 1.1만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규 양수사업의 경우 전력계통의 간헐성 및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최신기술인 가변양수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러한 수력양수기술의 국산화를 위해 두산에너빌리티는 수력 분야의 Global Top-tier 기업인 해외 선진사와 협력협약을 체결해 사업 공동수행을 통한 단계적인 기술개발과 완전한 국산화 기술자립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전핵심기자재의 국산화, 풍력, 가스터빈 국산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규 수력/양수사업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 팀장은 “이번 개발과제를 포함해 학계, 국내외 연구기관과의 기술개발 협력과 R&D 역량 강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기자재 설계/제작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외국 기술 종속을 탈피하고 독자적인 사업 수행 능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며 “국내 신규양수건설 사업과 현대화 사업의 장기적인 물량 확보를 바탕으로 연구과제 참여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사업 참여, 소재, 부품, 장비 전문화 기업 개발 등 국내 수력 산업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며, 이는 정부, 발주처, 산학연이 하나가 돼 이뤄나가야 할 국가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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