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경제로의 가교, 블루 수소의 균형 잡힌 발전 필수
수소 경제로의 가교, 블루 수소의 균형 잡힌 발전 필수
  • 김하늬 기자
  • 승인 2024.09.24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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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국가 전력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2023)’의 시행을 기점으로, 수전해를 통한 수소 생산, 수소 저장·운송 및 수소연료전지 관련 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전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 산업 육성을 목표로 수소 관련 분야 R&D 예산을 지난해 28억 원에서 올해 478억 원으로 대폭 증액해 국내 수소 산업의 급속한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투자가 수소 활용, 특히 수소 모빌리티 관련 분야에 편중되면서, 수소 생산 및 유통 서비스 부문에서도 균형 잡힌 성장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수소는 생산 방식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여러 종류로 구분되며, 이 중 ‘그린 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물을 전기분해하여 생산된 수소를 의미한다. 이 방식은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가장 이상적인 수소 생산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그린 수소의 높은 생산 단가와 낮은 수전해 설비 효율로 인해 대규모 상용화에는 여전히 경제적·기술적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탄소 중립 사회로의 유연한 전환을 위해, 현재의 수소 생산 방식과 그린 수소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대안 기술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블루 수소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수행할 잠재력을 지닌다. 블루 수소는 현재 수소 생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그레이 수소, 즉 화석연료로부터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에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을 접목한 것으로, 친환경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수소 생산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경제성이 높은 그레이 수소를 통해 국내 수소 인프라를 신속히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블루 수소의 활성화를 목표로 해외 제도와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국내 상황에 맞는 제도 마련과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 창원 수소에너지 순환시스템 실증 단지에서 블루 수소화 설비의 시범운영이 시작되며, 블루 수소의 상용화를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세워졌다. 그러나 블루 수소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안전기준을 비롯한 법적 규정과 제도의 신속한 마련이 필수적인 요소로 손꼽힌다.

한국화학공학회 에너지환경부문위원회 노현석 위원장(사진)은 “올해 3월 ‘청정 수소 인증제’가 시행되면서, 블루 수소가 청정 수소로 인정받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는 블루 수소가 향후 수소 경제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최근 SK E&S와 한국중부발전이 보령 LNG 터미널 인근에 연간 25만 톤 규모의 블루 수소 생산 기지를 구축하기 위한 실증 특례 승인을 받았으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된 블루 수소는 전국 수소충전소와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용 연료로 공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블루 수소 생산 기지의 구축은 단기적으로 그레이 수소 기반 인프라를 확장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블루 수소의 활성화와 그린 수소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제도 마련을 통해, 수소 경제의 다양한 분야에서 균형 잡힌 성장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화학공학회 에너지환경부문위원회는 이러한 블루 수소 생산 등 전 세계가 직면한 환경-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계, 학계, 연구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지속 가능하고 환경친화적인 화학공학 분야의 연구와 적용에 대해 교류하고 이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지속 가능성’이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음에 따라, 위원회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에너지환경부문위원회와 강원지부가 공동 주최한 ‘2024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공동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 심포지엄은 한국화학공학회 총회와 학술대회의 일환으로 개최됐으며,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화학공학 기술의 최신 연구 동향과 기술개발 현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했다.

에너지환경부문위원회는 매년 국내외 연사를 초청하여 심포지엄을 개최하며, 환경 및 에너지 전 분야에서 폭넓고 질 높은 교류와 소통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한국화학공학회 봄 총회 및 학술대회에서 ‘청정 수소 생산 기술 동향 심포지엄’을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며, 이어 가을 총회 및 학술대회에서는 ‘온실가스 및 대기오염 저감 기술’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준비 중이다.

노 위원장은 “향후 한국화학공학회 에너지환경부문위원회는 환경-에너지 관련 분야 전반의 발전과 확대를 위해 학술 교류와 공동연구 기회의 장을 더욱 넓히고자 한다. 올해 위원회의 키워드인 ‘지속 가능성’을 중심으로, 연구와 교육 모두에서 지속 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 SCIE급 논문 234건 게재, 세계 Top 2% 과학자로 3년 연속 선정되는 등 연구 역량을 인정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대학원생과 신진 연구자들이 환경 및 에너지 융합 분야에서 핵심 전문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에너지환경부문위원회는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환경 및 에너지 융합 분야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고, 관련 연구와 협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노 위원장은 2000년부터 약 25 년간 수소 생산 시스템을 위한 촉매 개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그는 현재 가장 경제적인 수소 생산 방법으로 천연가스 내 메탄(CH4)으로부터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을 연구하며, 이 과정에서 탈황, 개질, 수성가스전이(Water-Gas Shift), 일산화탄소(CO) 제거 과정을 통해 고순도 수소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설계해왔다. 특히, 개질 반응을 통해 수소와 일산화탄소로 구성된 합성가스를 생성하고, 이를 유기화학물질 합성의 원료로 사용하는 공정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폐자원을 활용한 수소 생산 시스템용 촉매 개발 연구도 선도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폐기물 가스화 기술을 통해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를 완전히 분해하면서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는 융합기술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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