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 산업 디지털전환, 핵심은 ‘빅데이터 플랫폼’
엔지니어링 산업 디지털전환, 핵심은 ‘빅데이터 플랫폼’
  • 김하늬 기자
  • 승인 2024.06.04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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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국내 엔지니어링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를 타개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도입을 시도하고 있는 디지털전환을 통해서다. 기술로서 엔지니어링 산업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엔지니어링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엔지니어링 빅데이터 플랫폼은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엔지니어링 산업은 고부가가치를 지닌 대표적인 지식기반 산업으로 손꼽힌다. 기획, 설계, 해석, 감리, 운영 등 주된 활동 목적물을 위한 각종 데이터의 생산, 관리, 활용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시공과 달리 엔지니어링은 과정과 결과가 개별 데이터 또는 데이터의 집합체로, 다분히 데이터가 중심인 산업일 수밖에 없기에 이의 생산, 활용, 관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적정하게 할 수 있는지가 기업의 수익 창출, 미래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직결되고 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핵심 요소인 작업시간 단축, 인건비 절감, 노동 집약의 지양, 연구와 투자 확대, 양질의 인력 확보 등은 엔지니어링 기업의 본질적인 사업 영위 수단인 ‘데이터의 관리’에서 출발하며, 이를 위한 기업조직의 혁신을 모색하는 것이 최근 산업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데이터가 아닌 사람의 경험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기존 엔지니어링 시스템은 엔지니어링 산업의 전환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이공계 기피와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신규 청년 인재들이 유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의 경험과 노하우가 전수되지 못하고 사장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들은 오랜 시간 동안 비교적 정형화된 사업 환경으로 인해 투자와 개발, 성장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고 현실의 한계에 봉착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디지털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의 디지털전환은 법령으로 강제하기 어렵고, 산업 특성상 기업이 스스로 달성하기도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기업과 일부 중견기업은 이미 자체 관리 시스템과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활용하는 등 다양한 데이터 플랫폼이 구축되고 있지만, 활용 방법 부재가 문제로 지적된다.

엔지니어링 데이터와 디지털전환의 의미를 재고하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이를 지원하고자 엔지니어링 정보의 통합과 디지털화 기반을 조성하고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빅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엔지니어링 전주기 데이터를 수집·체계화해 상호 간 정보 활용이 가능한 클라우드 기반의 ‘엔지니어링 빅데이터 플랫폼’이 그 주인공이다. 기업·공공의 엔지니어링 데이터에 대한 지속적 수집 체계를 마련하고 데이터의 디지털 변환과 분석을 지원하며, 특히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해 데이터 공유와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 편의성까지 높였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020년 발표한 「엔지니어링 산업 혁신전략」의 추진 과제를 통해 지난 2021년부터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엔지니어링 빅데이터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플랫폼은 지난 2022년 6월 1차 공개 후 올해 현재 리뉴얼을 통해 엔지니어링 빅데이터 플랫폼 서비스(bigdata-eng.com)를 제공하고 있다.

엔지니어링협회 전략기획본부 산업혁신팀 박정준 팀장(사진)은 “AI,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기술을 활용한 엔지니어링 산업의 디지털전환, 고부가가치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기업의 엔지니어링 데이터 활용이라고 판단해 플랫폼을 구축하기 시작했다”며 “AI 기반 레퍼런스 검색, 도로설계 지원, 발주정보 분석, BIM 라이브러리 제공, 기업별 산출물 저장소, SW 클라우드 활용 등 9개 서비스를 개발해 2023년 10월 현재 사용이 가능하며, 안정화를 위해 서비스별 기업 자문단을 운영하는 등 완성도 제고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지니어링 빅데이터 플랫폼은 크게 9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표준 BIM 라이브러리 서비스, 엔지니어링 대가산정 서비스, 엔지니어링SW 클라우드 서비스, 엔지니어링 AI 분석지원 플랫폼, 설계 데이터 AI 검색 서비스,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발주정보 분석 서비스, 위치정보 기반 도로 설계지원 서비스, 공공데이터 제공 및 분석 서비스, 엔지니어링 산출물 저장소 등이다.

이중 엔지니어링SW 클라우드 서비스는 건축·토목·플랜트 분야 설계·해석·엔지니어링 SW 17종을 활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플랫폼 구축 이전부터 서비스를 해왔던 분야로 엔지니어링에 필요한 설계, 구조해석, 시험 소프트웨어들이 포함된다. 중소기업의 경우 SW 사용에 비용적인 어려움이 있는데, 필요한 SW를 신청하면 클라우드에 탑재해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다.

도로설계 지원 서비스는 건설 인허가 관련 법령, 설계 지형정보, 토지정보, 지장물 정보, 교통정보 등을 제공해 최적 설계를 지원한다. 공공데이터와 수집데이터를 활용해 최적 노선을 검토하고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요인 등 종합적인 분석결과를 제공한다. 많은 자원과 비용이 들어간 서비스로 도로설계의 경우 GIS가 가장 중요한데, 플랫폼은 국내에서 획득 가능한 공간정보를 대부분 포함했다. 국토부, 지리원, 환경부 데이터 등을 활용해 설계도 직접 할 수 있도록 했다. 도로 선형을 결정할 때 필요한 지적도, 지형도, 경사도 등 정보를 포함하며 정부 지원으로 구축했음에도 상용 소프트웨어에 가까운 핵심 서비스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엔지니어링 AI 분석지원 플랫폼은 인공지능 모델을 쉽게 개발하고 모델을 배포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 분석·개발 통합 플랫폼으로 AI·빅데이터 기반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고가용성·고성능 기반의 인프라를 제공한다. AI 자원을 활용한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으며, 도로설계 지원 서비스와 유사하게 유료화를 모색할 정도로 높은 서비스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엔지니어링 산출물 저장소는 프라이빗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기업별 클라우드 저장소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데이터를 보관하고 활용할 수 있으며, 해당 기업만 데이터의 보관·활용이 가능하다.

박 팀장은 “디지털전환을 위해선 빅데이터 플랫폼이 필수지만 아직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문제도 산재한다. 그럼에도 기업에게는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엔지니어링 산업의 그릇이 되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립화 계획을 수립해서 진행하려고 한다. 디지털전환이 엔지니어링 업계에 왜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현재 위기의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무언가 대책이 필요하고 청년 인재 공백을 시스템으로 채우는 것이 방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선적인 사안은 축적된 자산을 데이터화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엔지니어링협회는 엔지니어링 사업자·기술자의 발전과 엔지니어링 산업의 진흥 도모를 위해 지난 1974년 설립 이후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했다. 엔지니어링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 수탁 업무를 비롯해 정부와 산업의 가교역할을 수행하며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왔다. 향후 협회는 미래 50년을 계획하고 발전해 나가기 위한 시스템 마련을 준비 중이다.

현재 협회는 엔지니어링 기업을 대상으로 ‘엔지니어링 빅데이터 플랫폼’ 주요 서비스를 안내하고 기업 활용 확대, 업계 의견수렴 등 사용자 관심 제고를 위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박 팀장은 “올해는 플랫폼 자립하고 운영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생산기술연구원과 모색하려고 한다. 디지털전환의 필요성을 업계도 공감하고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엔지니어링 데이터 활용이 가능해지면, 정부와 기업은 데이터 소유와 활용 방법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 발주자와 엔지니어링사 간의 데이터 공유와 활용 또한 효율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프로젝트 비용 절감과 안전사고 예방 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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