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해상에는 선박이 통행하는 항로가 있는 경우가 많아 해상교량은 선박의 안정적인 통행을 위해 교각과 교각 사이의 거리, 그리고 해수면으로부터 상판의 높이를 일정수준 이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바다는 수심이 깊어서 교각을 세우는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교각과 교각사이의 거리, 즉 경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이에 따라 해상교량은 필연적으로 현수교, 사장교, 아치교 등 장경간 케이블 교량으로 설계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케이블 장대교량은 바람에 취약한데, 바람이 상대적으로 많이 부는 해상에서는 특히, 바람에 대한 저항성을 만족시키는 내풍설계가 매우 중요하다.
또한, 교량 하부의 항로에 대형 선박이 통행하는 경우에는 선박이 교량에 충돌하는 경우에 대비한 선박충돌설계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설계뿐 아니라 공법을 선정할 때도 해상의 강풍, 통행 선박 등을 고려한 공법 선정과 시공 중 안정성을 고려하는 것 또한 중요한 사항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기술적 측면뿐만 아니라 장대교량의 관광자원으로써 역할도 고려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부산의 광안대교와 같이 교량이 지역간 연결수단을 넘어서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룸과 동시에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경관설계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해상교량의 까다로운 제약조건들을 기술적 측면과 경관까지 고려해 설계에 반영된 대표적인 교량이 새만금 ‘만경대교’다. 만경대교는 새만금개발청이 발주한 새만금 남북도로 1단계 구간 중 제3공구 사업의 일환으로 튀르키예 ‘차나칼레대교’를 준공한 DL이앤씨가 이 사업을 수주해 세계 최초 ‘비대칭 리버스 아치교’를 준공하며 새만금의 랜드마크로 조성했다.
만경대교는 형식 선정 시 가장 중요한 제약조건이 민항기의 고도제한으로, 만경대교의 북측에 위치한 군산공항과 향후 새만금 신공항 항공기 운항에 따른 고도제한을 충족하는 것이 중요했다. 또한, 만경대교의 위치가 대형 선박이 통행하는 항로가 아니기 때문에 장대교량의 필요성이 낮은 지역으로, 이에 DL이앤씨는 무의미하게 경간장을 키우기 보다는 관련 계획에 부합하는 최적의 설계를 위해 생각의 반전을 통한 ‘비대칭 리버스 아치교’를 설계에 적용했다.
이는 새만금의 발전과 비상을 이미지화한 것으로, 경관성 확보뿐 아니라 세계 최초의 새로운 교량형식이 탄생하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대한토목학회한 주최한 ‘올해의 토목구조물 공모전’에서 만경대교가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 건설기술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토목구조물로 호평을 받았다.
이처럼 세계적인 토목 기술력을 입증한 만경대교는 구조적 설계만 보더라도 단연 돋보이는 교량으로, 만경대교의 리버스 아치리브는 축력을 분담하며, 단부와 중간 지지재는 압축 전담부재, 행어케이블은 인장 전단부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리버스 아치리브의 중앙 경간의 경우, 아치리브와 보강형 간의 간격이 좁아 케이블 꺾임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강박스 형태의 행어를 적용해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설계됐다. 측경간 케이블은 2면으로 배치해 보강형 비틀림, 아치리브 자유단 변위 등 면외안정성에 대응하도록 했다.
또한, 2, 4경간에 적용된 케이블은 보강형 처짐과 단면력(응력)에 대해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1면으로 배치됐으며, 파단에 대한 안전성 확보를 위해 2면으로 적용됐다. 특히, 케이블은 경사형 배치로 적용됐는데, 이는 보강형의 단부지지재 부근에서 시·종점 방형으로 밀려서 발생하는 인장을 케이블 분력을 통해 저감하도록 설계된 것 또한 특징이다.
이와 같이 아치리브와 케이블이 적용됨에 따라 보강형의 휨모멘트는 35% 저감할 수 있었으며, 보강형은 HSB 600, 아치리브는 HSB 800을 적용해 구조물의 안전성과 용접 작업성을 확보했다. 또한, 세라믹도장을 적용해 해안에 위치한 만경대교의 내구성까지도 확보될 수 있도록 했다.
만경대교의 강구조물의 시공과정을 살펴보면, ㈜삼일씨엔에스의 군산공장에서 제작된 강구조물 즉, 보강형과 아치리브는 철저한 용접상태와 가조립 검사 후 현장에 반입됐고, 제작공장에서 비응항 물양장까지 트랜스포터, 물양장에서 현장까지 이용해 운송됐다. 특히, 3분할로 나눠진 보강형은 설치 전에 가설벤트를 설치 후 650ton 크롤러 크레인으로 인양·거치됐으며(최대 인양중량 약 270ton) 횡방향 이음부는 볼트로, 종방향 이음부는 용접으로 적용됐다.
아치리브 또한 크롤러 크레인과 보강형 위에 설치된 가설벤트를 이용해 설치됐으며, 각각 연결부는 용접이 적용됐다. 중앙경간 아치리브는 보강형 상단에 설치된 행어박스 하단부와 아치리브와 연결된 행어박스 상단과 아치리브를 용접으로 연결됐는데, 만경대교의 시공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에 하나는 단부 지지재와 아치리브가 만나는 구간의 설치과정이었다.
해당구간은 연결점이 2개소이기 때문에 기 설치된 강교의 측량과 반입된 부재의 실측, 시공단계해석을 통해 경사진 단부지지재의 설치단계부터 최종 설치 시 예상되는 변위를 미리 산정해 현장팀과 교신하면서 정확히 설치됐다.
DL이앤씨 토목사업본부 임형덕 담당임원(사진)은 “새만금 내부지역의 간선도로의 역할을 통해 지역개발을 촉진함은 물론, 독창적인 교량 설계와 시공의 기술적 우수성을 알리는 성과를 이뤘다”며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과 도로이용자에게 시각적으로 아름다움을 제공해 관광자원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DL이앤씨가 만경대교를 성공적으로 준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내 최대 경간장의 현수교 ‘이순신대교’를 시공부터 설계와 시공기술의 자립화, 내재화에 무엇보다 큰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단순히 전문 협력기업이나 엔지니어링사에 맡기는 대신 DL이앤씨의 특수교량 전문조직을 구성해 특수교량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반에 걸쳐 관련 기술을 습득하고 연구개발에 집중했다.
이에 양성한 기술자들을 각 현장에 직접 보내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기술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했으며, 현장경험을 보유한 전문 기술자들은 다시 본사에서 기술력을 전파하고 다시 새로운 직원이 현장에 나가는 선순환 과정을 통해 DL이앤씨의 교량 기술력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임 담당임원은 “최근 성공적으로 완료된 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 사업에도 증명한 바와 같이 국내 기업들의 특수교량 설계와 시공 기술력은 해외에서도 정상급 수준에 올라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차나칼레 교량사업에서는 DL이앤씨뿐만 아니라, 시공엔지니어링, 케이블 시공, 케이블 자재 제작, 주탑 진동제어장치 제작·설계 등 특수교량 시공의 키가 되는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국내 기업이 참여했다. 이와 같은 메가 프로젝트 수행 경험으로 축적된 노하우는 국내 특수교량 기술력을 한 단계 더 고도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DL이앤씨는 국내·외 수많은 교량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향후 발주 예정인 교량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교량 외에도 GTX-A, 신월-여의 지하차도 등 도로/철도 터널 분야에서도 설계와 시공능력을 증명했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꾸준히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아갈 예정이다.
또한, 교통 인프라 외에도 앞으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수처리 시설이나 복합에너지타운(소각장)과 같은 환경 인프라 분야도 지속적인 참여해 세계 정상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끝없는 혁신과 창의적인 도전을 이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