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도 칼럼] ‘화물연대 파업’ 누가 책임져야 하나?
[정이도 칼럼] ‘화물연대 파업’ 누가 책임져야 하나?
  • 공학저널
  • 승인 2022.12.2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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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16강 진출의 축제를 즐기는 동안 한쪽에서는 화물연대가 16일 만에 파업을 철회하고 복귀했다. 안전 운임제의 확대 및 영구화하자는 화물연대의 요구에 정부는 지난 6월에 있었던 1차 파업에서 합의했던 안전 운임제를 3년 연장하겠다는 방침도 재검토하겠다는 의견이다.

‘화물자동차 안전 운임제’는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을 결정하고 공표하는 제도다. 제도 덕분에 화물차 기사의 수입은 늘고 근로 시간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화물차 사고는 증가해 본질적인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화물연대는 안전 운임제의 확대 및 영구화를 요구했지만 1차 파업 때 합의했던 안전 운임제 3년 연장마저도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파업으로 인한 손실에 책임을 물어 관련 내용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태도로 바뀌었다.

대략적인 역사는 이러하다. 대형운송면허를 따면 등록제로 운영되었기에 화물운송의 진입장벽이 낮았다. 경제가 커져 운송 수요가 늘어나면서 많은 이들이 화물차를 사 사업에 뛰어들었다. 화물차 구매 시 보통은 대출을 많이 받기에 이자를 내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일해야 한다.

경제 성장 속도가 빠르면 상관없지만 느리면 운송수요가 줄어들게 되어 잘못하면 이자마저도 내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결국 2003년에는 물류대란이 발생하고 화물차 운송은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뀌었다. 화물차 면허가 늘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보호해 주기로 했다.

허가제로 바뀌어도 문제는 발생한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화물차 기사는 많은 화물을 운송하게 되는데 수면 부족과 피로의 극대화로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게 되었다. 이런 사고가 발생하게 되자 과적과 과속, 졸음운전의 원인을 낮은 임금이라 판단하여 최저임금을 보장할 수 있게 하려고 지금의 안전 운임제를 도입했다.

현재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수요가 줄어들었고 갑자기 10% 넘게 오른 최저임금으로 인해 화물차 기사들의 수입은 일반적인 아르바이트 수입과 크게 다를 바 없어지게 되었기에 3년 한정 사업으로 도입된 안전 운임제를 확대 연장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지난 6월 8일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정부는 산업계에 1조 6,000억 원의 손실을 입혔고 이번 파업으로 3조 5,000억 원의 손실을 입혔다고 추산했다. 2차 파업에서는 정부의 강경 입장으로 그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고 운임제의 3년 연장도 불확실해졌다.

결국 이번 화물연대의 1, 2차 파업은 산업계에 5조의 경제손실을 입혔고 안전 운임제의 3년 연장마저도 취소될 경우에는 약 한 달간의 파업은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크게 넘어서 해서는 안 되었던 일이 될 수도 있다. 치명적인 상처만 남게 되는 파업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파업을 화물연대의 책임으로 몰아갈 것이다. 이번 사태를 화물연대의 잘못으로 몰고 가기 위해 안전 운임제의 연장을 취소하고 지금까지 시행해 왔던 화물차 유가보조금 등의 혜택을 확대하는 회유책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너희가 잘못은 했지만, 정부가 도와주겠다는 형태로.

이번 파업은 정말로 화물연대의 잘못일까? 가장 큰 문제는 화물운송은 하청에 재하청 등으로 실제로 화물차운송으로 버는 수익이 크지 않다는 것에 있다. 화주라고 불리는 알선업체에서 받아 가는 중간 수수료가 크고 운임이 들쑥날쑥하기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

그나마 안전 운임제의 시행으로 이런 문제들이 줄어들었기에 혜택을 본 화물연대는 화물 품목의 확대를 요구하는 것이고 영구화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화주가 문제일까? 아니다. 본질을 살펴보면 재하도급의 문제다.

하청에 재하청에 다시 재하청으로 가면서 업체에서 중간마진은 마진대로 남겨 먹고 화물운송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적기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 건설 재하도급 문제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중간마진이 발생하면서 실제 공급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적어진다.

하청시스템은 산업 전반에 거쳐 공급 및 수요를 연결해 주는 중요한 시스템이기에 이를 탓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위에서 말한 화주에게 잘못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것. 결국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는 시장에서 파업을 할 수 밖에 없는 화물시장은 공급 우의다.

기업도 잉여 인력이 많아지면 구조조정을 한다. 화물차운송업도 마찬가지. 시장의 모든 경제 주체는 공급과 수요의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올라가고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은 내려간다.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내려가고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올라간다.

하지만 이에 반하는 원칙도 있다. 명품시장처럼 수요가 적어도 고품질의 서비스나 제품은 선호도가 높고 가격도 높다. 물론 운송업에 명품시장을 도입하기에는 어려움은 있지만 일부는 적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적재 및 신호 위반 등 각종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적정 운행 시간을 지키는 운전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마련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과로, 과적, 과속 운전하지 않은 명품 운전자에게 주는 혜택을 높이면 과로, 과적, 과속하는 운전자는 시장에서 점점 탈락할 것이고 자연히 수요와 공급은 맞춰질 것이다.

내년부터는 경기침체가 불 보듯 뻔하고 운송수요는 당연히 줄어들 것이기에 화물연대도 살길을 마련하기 위해 파업도 진행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로부터 확답받지 않으면 내년부터는 운송업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의 가계가 몰락할 수 있다.

운송업뿐만 아니다. 자영업자는 물론 대기업마저도 몰락하는 기업이 여기저기에서 발생할 수 있다. 지금도 경기침체에 너무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준비하지 않은 채 맞는 상황과 준비하고 맞이하는 상황은 그 차이가 크다.

지금은 누군가가 책임을 질 때가 아니라 책임감을 가질 때다.

 

 

 

 

 

 

 

글_정이도
㈜드림기획 대표이사
공학전문기자/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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