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기술 난이도 최상 ‘현수교’… 세계로 뻗어나가는 설계 기술력
설계 기술 난이도 최상 ‘현수교’… 세계로 뻗어나가는 설계 기술력
  • 전찬민 기자
  • 승인 2022.10.21 0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높게 솟은 주탑과 길게 펼쳐져 케이블에 의해 지지되는 교량의 상판이 있는 케이블교량의 대표적인 형식은 사장교와 현수교를 들 수 있다. 사장교의 경우, 인천대교나 BTS가 ‘Butter’의 뮤직비디오를 찍어서 화제가 된 월드컵대교처럼 교량의 상판이 케이블에 의해 주탑에 직접 연결돼 전체적으로 곧고 직선적인 이미지를 준다.

반면, 현수교는 영종대교나 이순신대교처럼 주탑 꼭대기 사이에 곡선으로 걸쳐진 주 케이블과 그 주 케이블에서 내려진 지지케이블(행어)로 교량의 상판이 연결되는 형식이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곡선적인 이미지로 상징성이 뛰어나고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아름다운 교량 형식으로 알려져 있다.

외적으로 수려한 형상을 하고 있는 현수교는 밑에서 받치는 기둥 없이 케이블을 이용해 가장 길게 교량의 상판을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며, 이론적으로는 높은 강도의 케이블을 이용할 경우 주탑 사이의 주 경간장을 5000M 이상 길게 계획할 수 있다.

또한 현수교는 주 경간장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교량의 상판과 차량들의 하중보다 주 케이블의 자체 하중 비율이 늘어나 초 장대교량으로 계획되는 경우 차량 등 다른 하중의 영향이 무시될 수 있는 수준으로 작아지게 되고, 주 케이블이 현수교 전체의 거동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게 되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고 설계에 적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현수교는 교량의 폭에 대비해 길이가 매우 길고, 이렇게 세장한 구조물은 바람과 쉽게 공진하며 변위가 증폭돼 파괴될 수 있기 때문에 현수교의 설계과정에서 풍동실험 등을 통해 바람에 대한 안정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처럼 현수교의 설계는 고난이도 설계 기술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주탑간의 거리가 2023M에 이르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긴 주 경간장을 가진 튀르키에의 1915 차나칼레 현수교가 개통됐는데, 이 현수교는 우리나라의 설계·시공사가 건설해 국내 교량 기술력을 입증하게 됐다.

우리나라 현수교의 역사는 1973년 개통된 남해대교부터 시작으로 2000년대 초반에 개통된 광안대교와 영종대교를 통해 핵심 설계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됐지만 일본의 장대교량 전문 설계사가 현수교의 주설계를 실시해 설계 자립을 할 수 있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우리나라 현수교 설계의 본격적인 기술 자립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시행된 설계시공 일괄입찰제도, 즉, 턴키제도를 통해서 이뤄졌다.

이미 해외 시장에서 외국 설계사와 협업에 익숙한 시공사가 주도적으로 턴키입찰에 참여하게 되면서 외국 설계사, 시공사의 기술지원이나 자문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다양한 국내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통해 현수교 설계의 기술자립이 진행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주요 소재, 부품, 장비의 국산화와 독자적인 시공기술 개발까지 전반적인 현수교 기술의 독립이 이뤄지게 됐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유신은 현수교의 설계기술 자립을 국내 최초로 이뤄내며, 초 장대교량으로 가는 차세대 설계기술들을 선도적으로 도입해 왔다. 특히, 인천공항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영종대교의 설계를 수행하며 국내 현수교 설계의 초석을 마련했다.

이는 1990년대 초반부터 기본설계, 실시설계, 시공감리, 준공 후 유지관리 시스템 개발은 물론, 도로개통 후 추가 부설되는 공항철도를 위한 현수교 보강설계까지 현수교의 全주기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10여 년간 수행하며 현수교 관련 제반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던 중요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유신 이명재 부사장(사진)은 “영종대교의 설계는 일본의 장대교량 전문 설계사인 죠다이가 주관을 했지만 유신이 공동으로 수행해 현수교 세부 설계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이후 소록대교, 팔영대교 턴키사업의 설계 주관을 통해 자체 설계 기반을 조성할 수 있었다”며 “유신이 설계한 대표적인 현수교인 국내 최장의 이순신대교를 자체 설계함으로써 기술 자립을 완성했고, 현수교 실시설계 실적을 보유한 국내의 설계사도 유신이 유일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순신대교는 명칭의 유래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현수교의 위치가 임진왜란 당시 노량해전이 벌어졌던 곳으로 이순신장군의 탄생년도인 1545년을 주 경간장으로 설계됐다는 것이 특징이다. 주경간장 1545M는 설계 당시 세계 4위에 해당하는 길이로서, 장대 현수교 설계 선진그룹의 상징성인 주경간장 1Km의 벽을 뛰어넘는 성과이기도 하다.

주경간장의 상징성 이외에도 1860Mpa의 국산 초 고강도 케이블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으며, 송기시스템을 이용해 케이블과 보강거더의 녹 발생을 방지하고, 분리형 Twin Box를 보강거더에 적용해 바람에 대한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또한 Floating 시스템 도입을 통한 보강거더의 유지관리 최소화, 국내 최초로 Epoxy 아스팔트포장 적용, 신축장치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단부 버퍼시스템 도입, 지형에 순응하는 중력식·지중정착식 앵커리지의 이형방식 적용 등 초장대 현수교를 위한 차세대 설계 기술들이 다양하게 적용된 현수교다.

유신은 그 외에도 1960Mpa 초고강도 케이블 세계 최초 적용과 국내 최초로 1KM를 넘는 1150M의 1경간 현수교인 울산대교, Locked Cable Rope를 주 케이블로 채용한 인도 최대의 현수교인 Dobra-Chanti 현수교, A형 주탑과 2060Mpa 초고강도 케이블 세계 최초 적용과 3차원 주 케이블 배치를 적용한 주경간장 910M의 1경간 현수교 화태-백야 연도교 등 다양한 형식의 현수교를 지형과 조건에 순응하도록 계획하고 설계했다.

이러한 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의 TYLin International이 설계한 샌프란시스코에 1경간 3차원 자정식 현수교인 San Francisco-Oakland Bay Bridge의 주 케이블설계와 시공기술 자문을 수행한 것도 돋보이는 성과다.

이처럼 현수교는 설계의 기술적인 난이도는 최상인 만큼 세계적으로 계획돼 있는 발주 물량이 매우 적은 특수한 교량 형식이다. 이로 인해 초기 현수교 건설을 선도하던 미국이나 일본의 현수교 기술자들이 유럽이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등으로 넘어가 활동을 하게 되고 자국 기술자의 맥이 끊어지는 일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

이 부사장은 “기술자의 맥이 끊어지는 일은 우리나라에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애써 이룬 현수교의 기술자립 성과가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유신은 초장대교량 연구사업 등과 같은 국가 주도 연구사업의 참여와 세계 시장 개척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또한, 우리나라의 남해대교 성능개선 사업과 같이 세계 곳곳에 노후 현수교의 보강과 성능개선 사업들이 계획되고 있어 유지관리와 보수보강과 관련된 기술 확보에도 노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