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저널 전수진 기자] 산사태의 직접적 원인으로는 강우, 지진, 해빙과 같은 자연적 원인과 비탈면 공사, 산림벌채, 광산개발 등 인간의 활동에 의한 인위적 요인 등이 있는데 국내에서는 대부분 여름철 집중호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직접적 원인과는 다르게 간접적 원인은 연약한 지반, 암반의 단층, 층리와 같은 불연속면, 하천이나 파도 등에 의한 비탈기슭의 침식, 산불 등과 산사태 위험성을 높여서 더 쉽게 산사태가 발생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산사태는 매우 다양한 형태를 가지며 흙 덩어리가 원호나 평면 형태로 무너져 내리거나 이동을 하는 토사사면 붕괴와 암반사면에서 낙석, 암석사태 등과 같이 무너져 내리는 경우가 있다.
특히, 흐름의 형태를 가지는 토석류와 같은 재해가 있는데, 토석류는 다른 형태의 산사태와 비교했을 때, 몇 가지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로 일반적인 산사태가 붕괴후 붕괴면 아래쪽에 대부분 쌓이는 것과 비교하여 토석류는 큰 유동성을 가지고 먼거리를 이동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강릉원주대학교가 연구를 수행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토석류는 평균 420m정도를 이동하며 1km이상을 이동하는 경우도 많다.
두 번째는 이동에 따라 규모가 증가한다는 점으로, 대부분의 토석류는 소규모의 사면붕괴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먼거리를 이동하면서 하부의 지반을 세굴시키면서 부피가 증가해 10배이상 그 규모가 증가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세 번째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국제적인 산사태 연구자인 Cruden과 Varnes는 산사태의 속도등급을 7단계로 구분했는데 1단계는 1년에 1.6mm이하로 매우 느리지만 7단계는 초당 5m 이상(시속 18km)으로 매우 빠르다. 토석류는 7단계에 속하는 속도를 가지고 있으며, 지난 2012년 우면산 토석류 재해 당시 아파트에 피해를 입혔던 토석류의 경우, 시속 100km에 달하는 매우 빠른 속도로 아파트를 덮쳤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토석류는 다른 종류의 산사태와 비교해 매우 큰 동적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산사태 재해로 발생하는 인명피해의 대부분이 토석류 재해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토석류, 산사태 등으로 인한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크게 구조적 방법과 비구조적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구조적 방법은 다양한 형태의 대책구조물을 설치해 토석류의 운동에너지를 저감하거나 토석류를 가두어 하류부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비구조적 방법은 토석류가 발생하기 쉬운 지역과 토석류 발생 시 토석류로 인해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위험지역을 찾아내고, 센서를 설치하거나 토석류가 발생할 수 있는 강우 수준을 분석해 예상되는 강우 수준에 따라 주민들에게 예·경보를 내리고 대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또한, 토석류 대책공법은 그 설치 위치에 따라서 다양한 목적과 형태를 가지며, 토석류는 30~40° 정도의 경사를 갖는 사면에서 발생해 10~20° 정도의 경사를 따라 이동하고 경사가 10° 이하가 되면 퇴적이 되는 특징을 갖는다. 이에 따라 토석류 대책공법도 발생부, 이동부, 퇴적부에 따라 적절한 공법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
발생부에서는 주로 비탈면 녹화, 유로보강, 배수시설 설치 등을 통해 사면붕괴를 억제하는 공법이 적용되고 있으며, 이동부에서는 안정화를 통한 세굴방지, 차단과 지체, 여과와 완화, 에너지 소산 등의 목적을 가지고 다양한 형태의 사방댐, 브레이커, 기둥형 구조물, 연성구조물 등이 설치되고 있다. 토석류 퇴적부에서는 토석류의 퇴적을 유도하는 퇴적지형과 연계한 사방댐 혹은 흐름을 유도하는 토석류 우회시설(deflection wall) 등이 설치되고 있다.
강릉원주대학교 윤찬영 교수(사진)는 “현재 급경사지 붕괴, 산사태, 토석류 등의 재해가 발생하는 지역에 따라 관리주체가 다양하기 때문에 대책 수립과 저감을 위해서도 다양한 국가기관이 관련돼 있다”며 “예를 들어 국유림에서 발생하는 재해에 대해서는 산림청,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이 있으며, 고속도로 주변에서 발생하는 재해는 한국도로공사, 국도주변에서 발생하는 재해는 국토교통부, 철도시설 주변에 대해서는 철도공사, 민가나 사유지에서 발생하는 재해에 대해서는 행안부와 지자체가 그 관리 주체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로 인해 각 관리주체마다 관리하는 방법과 대책기법이 상이하고 때로는 상호간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토석류는 그 먼 거리를 이동하는 특성상 발생 시 다양한 관리주체와 연관될 수 있으므로, 상호 협력과 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홍콩의 경우에는 CEDD(우리나라의 국토교통부) 산하의 GEO(지반공학국)에서 사면재해와 관련한 모든 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라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강릉원주대에 부임한 2007년부터 현재까지 산사태, 토석류 등의 지반재해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왔다. 대표적으로는 전국적인 토석류 현장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토석류 특성을 규명한 바 있으며, 원통형 배플, 강성·연성 사방댐, 그라운드앵커, 쏘일네일, 록볼트와 같은 산사태, 토석류 피해 저감 공법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최근에는 지반 침식과 연행을 고려한 토석류와 대책구조물의 동적 상호작용 실증과 리스크 평가기법을 개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산지 태양광 시설의 사면 안정성 평가와 이를 평가할 수 있는 정량적 점수화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특히, 강릉원주대에서 보유하고 있는 토석류 실험장은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고 있으며, 실제 규모의 토석류와 그 대책구조물을 모사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실험으로, 2012년부터 실험장을 활용해 다양한 실험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홍콩,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이 실험장을 견학하기 위해서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4년마다 개최되는 토석류 분야 세계 최대 학술대회인 DFHM(International Conference on Debris Flow Hazard Mitigation)을 한국에서 유치해 2027년 개최예정이며, 학술발표회 기간 중 현장견학 장소로 실규모 토석류 실험장이 예정돼 있다.
윤 교수는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극한강우의 강도와 빈도가 점점 더 잦아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규모의 재해도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미 발생한 재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를 예방하는 것에 비해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며,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는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선제적 예방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토석류와 관련해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연구, 수준 높은 연구가 수행됐지만, 방재 선진국과 비교하면 향후에도 많은 연구와 개선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해 토석류, 지반재해 연구에 대해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국제적 연구를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