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지하공간에 대한 인식 변화 필요
터널·지하공간에 대한 인식 변화 필요
  • 김하영 기자
  • 승인 2020.08.25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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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김하영 기자]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경기침체에 빠진 건설 산업에서는 사회간접시설(SOC) 투자확대 전망과 더불어 지하공간창출기술의 핵심이 되는 ‘기존 도로의 지하화 또는 대심도 및 대규모 지하공간활용’에 대한 부분이 향후 SOC 시장의 핵심사업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터널·지하공간에 대한 패러다임도 점차 바뀌어가는 추세다. 기존의 터널·지하공간은 어둡고 닫힌 공간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기술적 문제가 거의 해결된 지금 지하공간은 오히려 다양한 장점을 갖는다.

그간 문제가 됐던 지하수 유출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도 배수로를 통해 해결됐으며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도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견인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터널·지하공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정적인 안정감을 꼽을 수 있다. 기후나 온도가 수시로 바뀌는 외부와는 달리 지하공간에서는 필요에 따라 정밀하게 환경을 조정할 수 있다. 자외선이나 전자파, 먼지, 소음, 진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이전에는 산을 돌아가기 어려울 때만 불가피하게 터널을 뚫었다. 건물의 지하공간도 창고나 주차장 또는 기계실을 설치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점차 안정감과 환경적 장점이 부각되면서 터널·지하공간 활용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 이석원 회장(사진)은 “터널·지하공간을 만들어도 지하수를 보전하는 방향으로만 형성된다면 자연훼손이 없을 것이다. 자연환경과 밀접한 좋은 구조물임에도 불구하고 어둠, 고난, 역경, 해방의 이미지로만 묘사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며 “최근 터널·지하공간 구축을 통해 삶이 매우 윤택해지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지하 고속도로’ 활용 계획도 눈여겨 볼만하다.

지하 고속도로란 지상에 공원이나 녹지 등을 만들고, 지하에 터널 형태로 고속도로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인천시의 경우 경인고속도로의 도화IC∼서인천IC 6.75㎞ 구간을 지하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고속도로보다는 최고속도가 낮은 고속화도로지만 왕복 4차선이고 신호등과 건널목이 없다.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경부고속도로 개통 50주년 기념 ‘도로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이에 힘을 실었다.

그는 “지난 50년은 빠른 도로를 만들기 위해 질주했다면 앞으로 100년은 바른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하 고속도로를 개발해 녹지공간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언급했다.

미래 터널·지하공간 계획에 있어 한국은 유리한 점이 많다는 것이 이 회장의 생각이다.

그간 국내 터널 산업은 세계적인 암반굴착 기술을 갖추고 있고 대규모 지하공간 구축경험을 통해 지식을 축적했다.

또한 일부 석회암 지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화강암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지진우려도 적어 안정적인 지하공간 구축에 유리하다. 특히 도심 주변에 산이 많은 서울은 굳이 지하로 들어가지 않고도 평지 수준에서 산을 이용한 지하공간을 구축할 수 있다.

이 회장은 “지하공간의 활용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대심도 지하도로망, 터널을 이용한 재해방지 등 지하공간 중심의 도시계획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하지만 앞으로 공간계획의 관점은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는 개방감을 확보하거나 조명 환기를 통해 터널·지하공간의 밝은 환경을 조성하는데 힘써왔지만 향후에는 터널·지하공간만의 특징을 부각시켜 나가야 한다”며 “터널·지하공간을 지상의 보조적 공간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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