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레이저 기술 개발, 전문인력·지속 지원 필요
국산 레이저 기술 개발, 전문인력·지속 지원 필요
  • 이상오 기자
  • 승인 2020.08.0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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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이상오 기자] 올해는 지난 1960년 최초의 레이저가 첫 발진을 한지 60년이 되는 해다. 국내에서는 60~70년대 레이저 기술의 근간을 이루는 많은 원천 기술들이 개발된 해이기도 하다. 강력한 광원을 얻음으로써 기초과학 분야에서도 큰 진보를 가져왔지만 산업적으로 유용한 출력과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해 실용적인 활용 수요는 낮았다. 80년대에 이르러 산업적인 활용이 가능한 수준의 고출력 레이저가 출현하면서 레이저에 기반 한 비접촉식 가공(절단, 천공, 용접, 표면처리 등)이 주목받게 됐다.

하지만 40년이 흐른 지금 국내 레이저 관련 기술·시장은 심한 부조화의 국면에 처해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첨단 제조 산업에서 최고의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나라로 그 생산 현장에는 레이저·광학 분야 cutting-edge 기술들이 모두 접목 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첨단 레이저 응용 기술을 바탕으로 한 최고의 시장에서 국산 기업들을 찾아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레이저 가공기를 구성하는 레이저 광원, 핵심 광학 모듈, 제어기 등 핵심 모듈들은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작년의 일본 수출규제 상황에서 레이저 관련 분야도 결코 안전한 지대는 아니었다.

한국기계연구원 광응용장비연구실 최지연 실장(사진)은 “이러한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레이저 광원·핵심 광학 모듈들을 국산화 하거나 최소한 수입을 줄이고 국산 제품이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갖추는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국내 레이저 관련 기술 개발과 산업의 확산을 위한 방안이 있다면

레이저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고급 광학 기술, 전자공학, 기계공학 등 선진국들이 수십 년에 걸쳐 쌓았던 기초 원천 기술과 제조 인프라를 하루아침에 얻을 수는 없습니다. 주력 산업 제조현장에 필요한 핵심 모듈 중심으로 집중해 정부와 산학연이 같이 노력한다면 머지않아 성과를 거두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제조 인프라를 갖추는 데 중요한 것은 단순한 시설·설비 투자가 아니라 그것을 올바르게 활용하고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지속적인 공급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산업 규모 수준에서 필요한 레이저 전문 인력의 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봅니다. 따라서 레이저 전문 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기관을 지속해서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연구를 수행하며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무엇인지

다양한 연구기관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정부출연연구소의 역할은 국가 발전과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고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증진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의 지속적인 공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원천 기술은 하루아침에 연구비를 쏟아 붓는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좋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 연구비가 중요한 항목이기는 하지만 우수한 인적 자원과 시간 자원 또한 같이 투입돼야 하고 모든 자원은 효율적으로 사용돼야 합니다. 그런데 때로는 연구비라는 자원을 아끼기 위해 인적 자원과 시간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포기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연구 몰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불필요한 연구행정 업무·과제의 선정·평가를 간소화하는 등의 변화가 최근에 시작되고 있지만 아직도 시간을 꽤 많이 써야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레이저 응용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실로서 바라는 점은 레이저 분야를 포함한 광융합 기술 발전을 위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입니다. 다행히 2018년 9월 ‘광융합기술 개발·기반조성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지만, 아직 전주기적 관점에서의 체계적인 R&D 지원이 부족한 듯합니다. 레이저·포토닉스 관련 기술을 미래 GDP 생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중요 cash cow로 보고 집중 지원을 하는 선진국이나 중국의 사례를 참고할 만한 점이 있다고 봅니다.

현재 연구실에서 주력하는 분야가 있다면

현재 저희 연구실이 수행 중인 과제 관점에서 볼 때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는 주력산업 제조업 섹터로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자동차 분야의 정밀 가공 기술 개발입니다. 디스플레이 제조 분야를 예로 들면 OLED 불량화소 리페어(복원) 공정이 있는데 제조과정에서 불량화소가 발생한 모바일 기기의 디스플레이 패널을 폐기하지 않고 수리해 제조 수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화소 수가 많아지고 회로 선폭이 가늘어지면서 마이크로미터급의 정밀 가공이 가능한 극초단 레이저 미세 가공 기술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두 개의 국제공동기술개발사업을 통해 1차로 유럽의 연구소·회사와 협력해 2㎛ 수준의 극초단 레이저 미세 패터닝 기술을 2015년에 개발했고, 얼마 전에 종료된 최근 과제에서는 1㎛ 수준의 미세 선폭이 가능한 레이저 빔 변조 광학모듈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극초단 레이저를 활용하는 미세 가공 기술은 반도체 분야에서 유리 기판에 Through glass vias (TGVs)를 생성하는 기술 개발 과제와 초박형 실리콘 웨이퍼를 절단하는 기술·이를 구현하는 장비 개발 과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가공 속도를 높이기 위해 레이저 스캐너와 스테이지를 실시간으로 연동한 다축 연동 기술이 적용된 복합가공기술 역시 연구원 내부 사업을 통해 개발한 난가공재료 5축 가공 기술에서 현재 수행하고 있는 대면적 고속 절단/드릴링 복합 가공장비 실증 과제로 이어져 꾸준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광기반 측정·진단 기술을 포함한 고출력 레이저 기반 표면처리 기술로서 현재 연구원 주요사업(내부사업)으로 원전해체를 위한 레이저 제염기술 (표면 방사성 오염 제거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레이저 클리닝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여러 분야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우리나라에서 레이저 응용 기술로 지속적인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강소기업, 중견기업들이 많아져서 세계적으로 레이저 기술을 선도하는 날이 올 때까지 레이저 응용 원천 기술 개발·산업계로의 이전을 계속 하고자 하고, 관련된 산학연 기관들이 튼튼한 생태계를 이루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지원 방안 제안도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적어도 레이저 응용 분야에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언제든지 기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기댈 언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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