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도로는 ‘친환경’이 핵심키워드
미래도로는 ‘친환경’이 핵심키워드
  • 김하늬 기자
  • 승인 2020.07.24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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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산업화의 기반으로 대표성을 띠었던 도로는 디지털 혁신을 통해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사람이 이동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통과하는 곳이 과거의 도로였다면, 이제는 도로 자체가 인간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래의 도로 모습이 빅데이터·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도로’로 변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양한 4차 산업기술을 통해 편리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있지만, 과연 환경적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이 확보되는 도로가 구축될 지는 물음표다.

1990년대 초반부터 조성된 4차로 국도는 그간 이동기능 중심의 양적확충 관점에서 추진됐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주변 환경과 조화, 용도를 고려하지 않고 디자인이 결여된 기능중심의 인공시설물을 도입해 삭막하고 번잡한 가로환경을 조성함과 동시에 소음, 대기오염 등 생활환경 피해에도 한몫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IT 기술과 함께 새롭게 변모될 스마트 도로가 ‘친환경성’까지 고려한 자연친화적인 그린네트워크 도로로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경관도로, 인간중심도로 적용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길 문화연구원 손원표 원장(사진)은 스마트도로 건설 산업도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편리성만을 고려하는 도로를 만들기보다 기존의 자연환경과 인간의 생활환경을 보전할 수 있도록 ‘공존’을 최대한 고려해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도로 구축에 모두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손 원장은 “이제 도로설계는 안전성과 주행성 확보는 물론 쾌적성과 경관성까지 겸비해야 한다. 도로 주행자에게 심리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주는 친환경·경관도로가 필요한 이유”라며 “전통적인 선형설계기술 중심에서 벗어나 도로공학뿐만 아니라 경관, 환경, 감성공학, 인간공학, 심리학,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와 도로설계를 효율적으로 연계시킨 도로경관디자인 설계기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친환경도로는 자연·생태적 측면, 경관적 측면, 주행쾌적성 측면과 더불어 교통 공해적 측면, 인간중심적 측면 등이 고려된다. 노선 선정 시에는 자연환경 분야 지형, 지질, 위락과 경관, 대기질, 소음 등이 고려되며, 노선 계획 시에는 녹지 훼손을 최대한 줄인 터널, 교량 등 구조물, 생태이동통로, 방음벽 등이 적용되고 있다.

특히 친환경도로의 시공에 있어 녹지 훼손 저감, 대절토, 고성토의 지양, 생활환경 저해요소 저감과 같은 환경관련 방지 시설과 공법의 철저한 적용은 물론 법규 준수가 필요하다. 시공에 적용되는 공법 또한 마찬가지다. 저소음 포장공법을 통한 생활환경 보전, 투수성 포장공법을 통한 물순환시스템 구축과 열섬현상 완화, 블록포장을 통한 통행속도 저감 등이 밑받침돼야 한다.

이러한 친환경도로와 함께 도로의 경관을 구성하는 다양한 도로요소, 연도요소 등이 조화를 이루는 경관도로 또한 주목해볼만 하다.

경관도로는 도로 주변의 자연적, 인공적 요소를 주행 중에 보고 느낄 수 있는 신개념 도로로, 지금까지의 단순 보수, 정비 개념에서 벗어나 정부, 지자체에서 시행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해 새롭게 재탄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환경성과 경관성은 물론 다양성을 갖춘 녹색도로의 확산이 가속화되고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소득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외로 조성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원주지방국토관리청에서는 아름다운 도로의 구현을 위해 경관도로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갖고 제2경춘국도 사업에 중점적으로 적용하려 시도하고 있으며, 강원도의 특성을 활용한 관광도로 조성사업에도 착수했다.

이와 관련 자문활동을 수행중인 손 원장은 “환경친화적인 도로정비의 개념으로 지방부 구간에서 자연과 생태계를 고려한 도로정비의 개념과 도시화 구간에서 가로경관과 연도환경 정비관점으로 구분해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Scenic Byway America, 일본의 풍경가도사업, 노르웨이의 국립관광도로 사업 등 아름다운 도로를 매개체로 관광사업과 지역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도로는 기능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미관적·생태적·심미적 가치를 높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자연·경관·디자인 등의 개념을 엔지니어링과 융합해 더 높은 가치를 창조하는 개념의 도로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로시설을 단순한 토목시설물의 건설이 아닌 도로문화의 창출로, 도로주변의 환경을 심미적으로 바라보는 사상의 정착을 목표로 도로경관을 만들어가야 도로이용자와 지역주민들에게 친근한 기반시설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게 손 원장의 생각이다.

손 원장은 향후 도로와 환경,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친환경·경관도로가 해답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술적, 기능적 관점에서의 도로에 충실하려는 인식에 가로막혀 있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형이하학적 사고에 머물러 있는 엔지니어들이 다양한 분야 소양과 융합적·창의적 사고의 수용을 통해 개방적인 사고로 도로에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정부 또한 기술적 관점에 인문학적 요소인 도로문화와 경관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더불어 경관편익에 대한 정량적인 연구가 이뤄져 경제성 분석의 편익항목에 경관편익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손 원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선진국에서 적용하고 있던 친환경·경관설계에 관심을 갖고 공감대 확산에 힘을 기울여 왔다. 환경친화적인 도로건설 포럼 위원으로 활동하며 ‘환경친화적인 도로 건설 지침(2004)’ 제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며, ‘경관도로 조성 기본계획(2007)’, ‘도로설계편람 제11편 경관(2013)’ 등에 주체적인 역할을 맡기도 했다.

최근 길 문화연구원을 통해 40여 년간 축적한 도로경관(Road scape), 친환경도로, 녹색도로, 교통정온화(Traffic calming) 등 지식과 기술을 전파하고 있으며, 2000년대 들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는 친환경도로의 정착을 위해 현재도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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