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이 이렇게 소중한 것이었나요?”
“빗물이 이렇게 소중한 것이었나요?”
  • 전찬민 기자
  • 승인 2020.06.1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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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와 가뭄, 수질오염, 폭염, 산불 등 자연재해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빗물 관리’가 자연재해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기후변화로 나타나는 현상들이 빗물과 관련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효과적인 빗물관리를 통해 재해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빗물 관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로 손꼽히는 한국은 그간 기후변화에 따라 다양한 문제를 겪어왔다. 여름에 집중되는 강우로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고, 국토의 70%가 산지로 구성돼 있어 물 관리가 열악한 나라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많은 연구진들은 국내에서 오랜 기간 동안 빗물에 대한 연구와 관리를 지속해온 덕분에 물 관리 선진국으로 자리 잡게 됐다.

‘빗물 박사’로 잘 알려져 있는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사진)는 “탄소만 해결한다고 해서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빗물을 버리지 않고 잘 관리하면 탄소 저감, 홍수, 산불, 열섬현상, 미세먼지까지 기후변화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해 국내에 떨어지는 1300억톤의 빗물 중 대부분은 버려지고 있다. 도시 침수의 원인 역시 하수관 용량보다 더 많은 빗물이 흘러 내려가기 때문에 일어난다. 하수·배수시설의 용량을 키우는 방법도 있지만,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해 실질적인 방안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한 교수는 빗물 관리를 단순히 한 곳에 저장하는 목적이 아닌 다목적 분산형으로 인식하고, ‘빗물 저류지’를 설치해 효과적으로 빗물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빗물을 저장하면 수자원 확보와 물 순환 조절, 홍수 조절, 가뭄해소, 산불 진압 등 다목적으로 빗물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 또는 공공으로 각자 분산형 빗물 저류조를 설치하면 집중호우 시 전체적으로 내려가는 빗물의 양이 줄어들어 홍수에 대비할 수도 있다.

한 교수는 “하수관에 빗물이 들어가기 전 미리 저장해두면 하수관의 침수를 막고 수자원도 확보할 수 있다”며 “새로운 개념의 ‘빗물관리’가 기후위기를 대응하는데 최적의 대안으로 손꼽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과적인 빗물 관리를 실현하기 위해 한 교수는 오랜 시간동안 빗물의 인식 변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간 ‘산성비는 나쁘다’는 부정적인 국민의 인식과 함께, 효과적이지 못한 빗물 활용 정책과 제도가 상하수도, 수자원과 도시 계획을 수행하는 전문가들의 부정적인 사고로 이어져 왔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목소리를 높인 결과 최근 정부와 많은 이들이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물관리기본법’ 제정 후 물 관리 일원화를 위한 법이 개정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 관리를 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된 것이다.

물관리기본법은 빗물로부터 시작된 물 순환 주기의 모든 물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도록 빗물 관리와 수요 관리가 포함돼 있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에 홍수와 폭염을 포함시키고, 적극적인 빗물 관리로 물순환 체계를 정비, 수해를 예방하도록 하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도 개정됐다.

그간 자연재해에는 가뭄과 같은 물 부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홍수, 폭염 같은 재해에 대응하고 관리하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이번 개정안 통과로 빗물 저류조를 적극 활용해 가뭄과 홍수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오랫동안 빗물 관리 중요성에 대한 한 교수의 연구와 노력은 법 제정과 빗물에 대한 국민 인식 전환의 단초 마련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빗물 연구와 활동에 결실을 맺은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시설이 바로 ‘스타시티’다.

지난 2006년 완공된 서울 광진구 주상복합 건물 스타시티는 빗물을 생활용수로 사용하기 때문에 입주민들은 수도 이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더불어 에너지도 효과적으로 절약하고 있다.

심지어 비가 오면 자주 침수되던 지역이었으나 스타시티 건설 후 단 한 번의 침수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러한 스타시티의 빗물 시설은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 2008년 국제물학회지의 커버스토리에 ‘세계적인 미래형 물 관리 모델’로 소개되기도 했다.

현재 한 교수는 개도국에 식수가 부족으로 고통 받는 주민들을 위해 빗물 식수화 시설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의 빗물관리의 역사와 철학, 기술을 알려주기 위한 국제측우기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남태평양의 바누아투공화국과 남태평양측우기 네트워크를 시작했다.

한 교수는 “빗물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일반시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늘물’ 브랜드를 만들 계획”이라며,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빗물의 고마움을 알고, 스스로 빗물을 모으도록 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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