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저널 김하영 기자] 토목의 Life Cycle 안에서 엔지니어링은 고부가가치를 지닌다. 엔지니어가 설계를 잘못해 교량, 터널, 댐 등이 무너진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기 때문이다.
토목 엔지니어링 분야는 독창적인 연구 성과를 반영한 설계기법과 그 뒷받침이 되는 설계기준의 정립이 필수적인 요소로 손꼽히고 있다.
이에 정부는 국내 건설 시장에서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 업계의 디지털 엔지니어링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설계부터 시설운전・유지보수까지 단계별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인공지능 기술 등을 활용해 업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엔지니어링 환경 조성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설계-프로젝트 관리-운영’ 등 전주기 통합 빅테이터를 구축해 활용하기 위한 디지털 엔지니어링 기술개발 예타 추진, 인력양성과 엔지니어링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할 방침이다.
한국교량및구조공학회 서석구 회장(사진)은 국내 엔지니어링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술 확보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엔지니어링 체계부터 글로벌하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간 국내 엔지니어링 기술, 기준 등이 산업적인 면에서 발전한 것은 맞지만 글로벌스탠다드와는 조금은 상이한 방향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교량의 설계·시공 기술 수준을 정량적으로 외국과 비교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에 속한다. 설계 면에서 타당성 조사, 기본계획, 상세설계 및 시공설계 등의 여러 단계가 있으며 그 각각의 단계별로 상대적 수준이 서로 다르고 시공 면에서도 소재, 공법, 장비, 공사관리 기술 등의 상대적 수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6000여 엔지니어링 기업 중 3%만이 해외수주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서 회장은 "국내 엔지니어링 산업이 내수 의존도가 큰데 비해 해외시장 경쟁력에서 부족함이 드러나는 사례라며 이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험이 많고 선진기술을 체득하고 있는 해외 시공사와 설계사가 보다 쉽게 국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국제입찰제도를 변경해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 주게 되면 국내에서도 해외시장에 대비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가제도의 변화와 국제적 인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서 회장의 생각이다.
서 회장은 “외국은 기관 발주 시 외부기관에게 평가를 맡긴다. 하지만 국내는 엔지니어 위주보다는 비즈니스 형태로 이뤄지고 있어 기술을 갖췄다고 해도 수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학회에서는 설계기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기술적인 부분에서 산업의 서포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업계의 시장 개척과 다변화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권역별 수주지원체계 구축과 타당성조사 지원 확대, 고부가 영역의 실적 축적을 위한 시범사업 기획, 통상협력 계기 수주확대 지원 등이 추진된다.
서 회장은 “업계도 시장 다변화, 4차 산업혁명 신기술 접목 등 새로운 도전에 나서 젊은 엔지니어가 비전을 갖도록 위상 제고에 노력해야 한다”며 “디지털시대, 혁신을 통한 엔지니어링의 새로운 미래 건설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발표가 수주로 이어지는 해외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학생들을 교육하는 교수들은 현장경험이 필수적”이라며 “실무경험을 두루 갖춘 전문가 육성을 통해 엔지니어링 산업이 가진 고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