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위기 극복, 패러다임 변화로부터
철강업계 위기 극복, 패러다임 변화로부터
  • 이상오 기자
  • 승인 2020.05.20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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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이상오 기자] 한국 철강 산업은 지난 1960년대 불모지 땅에서 시작해 현재 세계 5위 조강 생산국에 위치할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달성했다.

그간 철강 산업은 주력산업인 자동차, 조선, 기계 산업 등에 핵심 기초소재를 공급함으로써 국내 경제성장을 견인한 국가기간산업의 소임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인 철강 공급과잉으로 각국의 보호주의가 강화·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철강 수요는 장기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 여파는 국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EU, 인도, 동남아 등에서는 한국산 철강재에 대해 20개국에 걸쳐 규제·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의 해외 수입규제 건수의 43%를 철강재가 차지해 수출 여건이 좋지 못한 상황에 처해 있다.

또한 국내 건설업의 부진과 주력 수요산업이 성숙기를 지나고 있는 현재 철강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국내산과 수입산과의 가격차이로 인해 수입산의 국내수요 점유는 30%를 초과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규제 강화 기조가 강해짐에 따라 업계 부담 또한 가중되고 있어 철강 업계가 위기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철강협회 손정근 상무(사진)는 국내 철강 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산업계가 관심을 갖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손 상무는 “근본적인 철강 수요정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건설 분야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한 ‘스마트 모듈러’와 같은 건설 혁신을 추진하고 대일 수입량이 많은 제품 위주의 기반 R&D 과제를 지속 발굴하고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모듈러는 블록 형태의 철골유닛 구조체에 창호, 외벽체 등 70% 이상의 부품을 공장에서 제작 후 현장에서 조립하는 건축시스템으로 공기단축, 고품질, 친환경 등의 장점을 지닌 스마트 컨스트럭션 기술의 일종이다.

건설 시장 역시 경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내수시장 확보와 신규 수요 창출을 위한 다양한 기술, 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손 상무의 의견이다.

이와 함께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보호무역 조치에 대응해 정부의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EU 등 기존 보호무역조치 완화를 위한 지속 협의·쿼터 관리를 수행하고, 신남방 등 신규 FTA 협상 등을 활용해 해외 新수출시장 개척을 위한 발판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가장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는 환경규제는 철강 산업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 민감한 사항 중 하나다. 올해 철강업계를 흔들었던 고로 브리더 사용에 따른 대기환경보전법 문제와 미세먼지, 온실가스 등의 이슈는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철강 업계는 고로에서 대규모로 발생하는 SOx, NOx 등의 오염물질을 저감하기 위한 수소환원제철공법과 미세먼지 감축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를 지속 추진하고 있다.

철강 산업의 환경 문제는 일부 오해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철강 산업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사회적 인식은 국내외로 굳게 자리 잡고있다.

하지만 제품 전주기적 관점에서 철강 산업을 바라보면 100% 재활용이 가능하고, 재활용을 통한 제품 생산 시 탄소배출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철강 업계는 철강재의 재활용 증대를 위해 주요 제조업 중 최초로 LCA(전생애환경평가기법)와 관련한 KS를 제정하고, 국내외적으로 재사용·재활용을 촉진하고자 선도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손 상무는 “한국의 친환경 경쟁력은 매우 뛰어나다. 우리나라 철강기업의 에너지효율(탄소저감 기술 등)은 이미 세계 철강업계 중 정상권에 위치해 있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조치를 선도적으로 이행하고 있다”며 “한국의 친환경 경쟁력이 제대로 평가받아, 사회적 인식이 개선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현재 산학연관은 미래 철강 산업을 위해 코크스 기반 고로공법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소환원제철(CO2저감) 기술의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손 상무는 우수한 철강 기술들이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비열처리 고강도 유전개발용 강관 제조기술을 개발했으나, 현장적용사례가 없어 선진국 수요시장에 진입할 수 없었던 안타까운 경험이 있다”며 “철강 산업의 발전을 위해 산학연에서 개발된 우수한 기술들이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수요가를 참여시켜 실증 R&D 관련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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