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제조로봇 경쟁력, 본격적으로 갖춘다
국산 제조로봇 경쟁력, 본격적으로 갖춘다
  • 이상오 기자
  • 승인 2019.12.31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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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이상오 기자] 전자제품, IT제품 등 공정은 작업이 매우 정교하고 어려워 로봇과 작업자가 좁은 공간에서 함께 작업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제조로봇은 기술적인 측면과 안전적인 측면에서 현장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우리나라 제조로봇 기업들의 많은 수가 규모의 경제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규모가 작은 제조로봇 기업의 경우에는 아직 자사의 제어 솔루션을 갖추지 못했거나, 기술 경쟁력이 취약하다. 더욱이 이들 기업들이 사용할 공용 제어 솔루션이라고 할 만한 제품도 없는 실정으로 제조로봇의 발전이 이뤄지기란 쉽지 않은 환경이다.

이에 한국기계연구원에서 인간과 함께 작업하기에 안전한 협동 로봇 기술을 개발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기계연구원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은 지난 1981년 제어공학연구실로 설립 후 국내 최초 산업용 수직다관절로봇인 ‘KIMMGBOT-I, II’를 개발했다. 이후 30여 년간 관련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으며 근래에는 협동로봇, 양팔로봇, 병렬로봇, 로봇핸드, 감각피부, 소프트 그리퍼 등 차세대 산업로봇과 관련한 핵심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섬세한 작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는 기계연구원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 박찬훈 실장(사진)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구실에서 가장 큰 성과를 이룬 기술인 산업용로봇 아미로와 감각케이스에 대한 설명 바란다

과거 단순 반복작업에 머물던 산업용로봇은 점차 그 적용 범위가 조립/포장 등 복잡한 공정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야에서는 기존의 한팔 산업용 로봇과 달리 인간과 같이 양팔을 사용해서 작업할 수 있는 로봇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외형과 크기가 인간과 유사한 양팔로봇 AMIRO(아미로)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아미로는 인간 작업자의 조립/포장 공정을 대체/보완하기 위해 개발됐기 때문에 인간 작업자와 동일한 팔 길이를 가지며 한 팔당 7kg의 부하를 핸들링할 수 있는 경량 슬립형 양팔 로봇입니다. 기존의 구동모듈로는 이러한 경량/슬림화를 달성하기 어려워 중공형 로봇 구동모듈 설계 기술부터 개발했으며, 최종적으로는 양팔의 협조제어를 통하여 지그리스 작업을 위한 제어기술까지 개발하게 됐습니다.

또한 근래에는 펜스없이 설치해 작업자와 작업공간을 공유하는 협동로봇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기존 제조로봇 기업들도 협동로봇을 개발하고자 하지만, 협동로봇의 제작을 위해서는 로봇이 인간 작업자와의 충돌을 예측 혹은 감지해 안전하게 동작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은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연구인력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추가의 부품·제어기술이 필요해 제조 단가도 상승하게 됩니다. 저희가 개발한 감각케이스는 가까운 거리에 작업자가 다가오면 접촉하기 전에 작업자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고, 접촉 후에는 어떤 부분에 어떠한 크기의 접촉력이 어떠한 방향으로 가해지는지 감지할 수 있어, 앞서 설명한 충돌 감지기술 개발 없이도 협동로봇의 안전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혁신적인 솔루션입니다.

현재 연구실에서 주력하고 있는 연구 내용은

아미로(양팔로봇), 감각케이스, 소트프그리퍼, 매직그리퍼 등 산업용로봇의 관점에서 진행된 연구가 대표적이지만 현재는 인간의 손을 닮은 로봇핸드와 같이 좀더 긴 호흡의 원천연구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산업용로봇은 점차 인간 작업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대체해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위한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인간에 필적하는 로봇핸드 개발의 어려움에 있습니다. 인간과 유사한 로봇핸드 개발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난이도 있는 로봇기술이며 아직도 갈 길이 먼 기술입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인간의 손 크기로 하나의 손가락이 자유도3을 가지는 다섯 손가락 형태의 로봇핸드를 개발 중입니다.

정교한 로봇핸드를 만들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텐던 기반 설계를 버리고 완전히 기구적 동력전달 방식으로 설계해 로봇핸드 내부에 15개의 모터와 제어기를 모두 배치, 어떤 로봇의 말단에도 장착 가능한 형태의 로봇핸드라는 점이 혁신적입니다. 또한 손가락 끝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핑거팁 힘이 세계최고수준(30N)이며 손가락의 마지막 관절 끝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자유도6 힘 센서가 장착돼 손으로 작업물을 만질 때 발생하는 작업반력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미래에는 가까운 미래에 가위질과 같은 정교한 작업까지 가능한 로봇손이 완성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산화 되고 있는 감속기와 제어기 기술력의 현황과 전망은 어떻게 보는지

현재 로봇에 특히 산업용 로봇에 사용되는 감속기는 하모닉 감속기와 RV감속기가 100%에 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로봇용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부피가 아주 작아야 하고, 반면에 출력은 매우 큰 감속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불행히도 현재 이들 고정밀 감속기는 거의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일본이 거의 독점생산을 하고 있기도 하고, 국산 제품을 개발하기에는 국내 시장이 너무 작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들에서 이들 로봇용 고정밀 감속기 개발에 뛰어들어 근래에는 조금씩 시장에서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냉정한 시장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면 아직 일본제품과는 기술적 차이가 있고 특히 품질관리 측면에서 취약점을 보이고 있지만 매년 성능이 향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머지않아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이러한 긍정적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국내 감속기 부품을 적용하려는 국내 로봇기업의 긍정적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연구원 자체 기술 외에 기업들과 어떠한 협업을 진행 중인지

저희 연구실은 수십 년간 로봇분야 연구개발로 관련분야 기술이 훌륭히 축적돼 있습니다. 다만, 시장상황에 대한 이해, 그리고 제품개발 혹은 상용화의 능력은 부족한 현실입니다. 따라서 민간기업과의 적극적 협조를 통해 이를 보완하고 있습니다. 민간기업은 개발이 시급한 공정과 관련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로봇기술에 대한 시장 특성을 제공하고, 저희는 그러한 시장 특성을 고려해 새로운 로봇기술을 개발해 나가고 있습니다.

연구·개발을 진행하며 애로사항이 있다면

어떠한 분야든 세계적으로 경쟁 가능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끈질기게 하나의 분야에서 연구를 지속해야 합니다. 이는 로봇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PBS제도는 연구예산의 확보를 위해 연속성 있는 연구보다는 연구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구자로서는 차기 사업 기획 시 가능한 이전 연구와의 연속성을 살려서 기획하려 노력하지만, PBS제조 하에서는 경쟁을 통해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특히 실패할 가능성이 높거나, 당장 어디에 쓰일지는 알 수 없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예산을 확보하기가 더욱 어렵기 때문에 해외 연구자와는 완전히 다른 발상의 연구에 대한 시도는 더더욱 어렵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의 어려움입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인간과 로봇이 함께 공존하는 미래를 위한 차세대 로봇 핵심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연구실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현재 집중하고 있는 로봇핸드, 로봇감각, 로봇그리퍼, 초경량구동기, 협동로봇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나감과 동시에 이들 하드웨어의 성능을 혁신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기반 센서융합 기술 인재들을 적극 확보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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