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공학인 기획] 선택과 집중의 시기, 무리보다 생존이 해답
[여성공학인 기획] 선택과 집중의 시기, 무리보다 생존이 해답
  • 김하영 기자
  • 승인 2019.12.13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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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김하영 기자] 남성의 전유물이다시피 했던 기계공학과에서 여풍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 현재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박수경 교수(사진)는 뼛속까지 기계공학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이스트 기계공학 학-석사를 마치고, 미시건대학 기계공학 박사를 거쳐 하버드의대/매사추세츠 Eye and ear infirmary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한국기계연구원에서도 재직했던 경력이 있을 만큼 기계 분야에 있어서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다.

첫 기계공학과 여성 교수, 그 외의 수많은 업적을 뒤로하고 박 교수는 자신의 가장 큰 업적으로 ‘현재까지 잘 생존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우스갯소리로 들리겠지만 그가 여성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점은 바로 생존이다.

일반 직장인들을 포함해 커리어를 발전시킨다는 측면에서 모멘텀을 쌓아가는 시기는 30대로 꼽을 수 있다. 가정을 꾸리고 아내와 엄마로서의 새로운 역할이 부여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 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기도,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도 한다.

박 교수는 자신의 30대를 ‘높은 파도가 몰려왔던 시기’라고 표현한다. 일과 가정의 기로에서 수백 번 고민하던 시기였다고 회상하는 그는 두 마리 토끼는 잡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나갔다.

시간과 체력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주어진 다양한 역할을 다 잘 해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무리’를 선택, 쉽게 지쳐버리고 만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박 교수는 “당시 시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시간과 노력을 쏟고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포기해야 하거나 선방 수준에서 만족해야 하는 것은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일과 가정의 양립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타협했다. 신경 쓸 부분이 줄어든 만큼 커리어에서도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인체의 보행특성을 활용한 웨어러블 기기의 정보를 이용해 스포츠, 재활 등 다양한 분야 연구로 로 확장하는 연구를 진행 중인 그는 교육적인 부분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기계공학적 시스템을 설계, 구현에 활용하는 졸업설계 교과 개편에 주도적으로 나선 것이다. 그 결과 AI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 구현을 목표로 하는 교과 과정을 개발‧완료해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박 교수는 자신의 그간의 성과를 스스로의 전략이 아닌 여성 과학자라는 집단의 역사 속에서 받았던 ‘혜택’이라고 지칭한다. 첫 기계과 여성 교수로, ‘최초’ 타이틀을 차지했던 그도 잠시 우쭐했던 적이 있었다고 전한다. 하지만 그는 곧 자신이 걸었던 길목에는 곧 선배들의 피땀 흘리는 노력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수십 년 전부터 첫 물리학과 여성교수로, 첫 화학과 여성연구원으로, 첫 출연연 기관장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어려웠던 시기 고군분투하며 여성 과학자의 길을 닦아 온 수많은 선배 여성과학자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박 교수는 자신의 생존과 존재 자체만으로도 여성공학도의 길을 선택한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후배 양성에도 관심을 기울일 예정이다.

한편, 여성 공학인의 경력개발 지원을 위해 신진인력부터 리더급 인력까지 경력 단계별로 다양한 정책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박 교수 또한 여성공학인들이 지속적으로 의견을 내고, 활동할 수 있는 자리에 꾸준히 참여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 교수는 “좋은 취지에서 수립한 정책이 현장에 들어가서 취지와 달리 운영되는 현황 등을 파악하게 되면 정책을 개선, 보완하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책이 사회의 인식과 문화의 변화를 유도하는 방법 중의 하나인 만큼 정책자체에 의존하기 보다는 여성공학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성장을 지원하는 사회변화를 이끌어 가기 위해 각 사회 구성원으로서 여성들 개인의 노력과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의 존재가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개인으로만이 아니라 사회가 바라보는 ‘여성공학인’ 이라는 집단의 구성원의 한 표본으로서의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숙지하면 좋겠다”며 “노력한 만큼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선배 여성공학도로서 길을 닦아 놓을 테니 후배들은 그 길을 당당히 걸어갈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는데 최선을 다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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