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초저온장비, 가스산업 패러다임 바꾼다
작지만 강한 초저온장비, 가스산업 패러다임 바꾼다
  • 김하늬 기자
  • 승인 2019.12.03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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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우리는 지금 급격한 기술 패러다임 변혁기에 살고 있다. 과거에 상상도 할 수 없던 일들이 기술혁신을 통해 현실로 나타나기도 하고 영원히 지속할 것 같았던 산업이 어느새 사양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가스산업이다.

그전까지는 석탄, 석유가 독점하던 에너지 영역에서 이제는 천연가스, 수소 등의 가스가 그 자리를 넘보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기술의 중심축이 고체에서 액체로, 액체에서 기체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초저온기술은 국내 가스산업에서 기술발전이 더딘 분야 중 하나다. 특히 산업용 초저온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인력과 경험이 부족해 많은 부분을 해외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최근 초저온기술을 중심으로 설계기술과 제작기술이 함께 보완·발전해나가는 중이다.

특히 ㈜에이원은 국내 초저온장비 분야에서 리더를 꿈꾸는 작지만 강한 전문기업라고 할 수 있다. 에이원은 자체 기술력을 갖춘 기업으로 초저온·산업용가스장비 분야에서 신뢰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그리고 그러한 기술력의 대표적인 사례로 ‘초저온진공단열배관’을 꼽을 수 있다.

초저온 상태의 액체산소, 액체질소를 이송하는 배관은 한번 설치하면 장기간 사용해야 하고, 일단 하자가 발생하면 플랜트 전체가 마비되는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장기간 고장이 없어야 하고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에이원은 자체 개발한 고유의 노하우로 지난 10년간 연 10km 넘는 길이의 진공단열배관을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체철, 항공우주연구원 등 여러 기관에 납품해 왔으며, 고객들로부터 제품에 대한 호평을 받아왔다.

이러한 에이원의 모체는 국내 에너지 전문기업인 대성산업으로 지난 2010년 1월에 설립 돼 만 10년을 바라보고 있다. 초기에는 대성산업가스 초저온연구소에서 개발된 초저온장비를 제작하는데 중점을 두면서 발전해 왔으나 현재는 다양한 고객을 대상으로 장비를 개발하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

에이원은 대성산업가스 초저온연구소와 서로 협력하며 제작기술을 발전시켜 왔기 때문에 국내에서 타 업체에 비해 짧은 시일 내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 중 심랭식공기분리의 핵심인 콜드박스(Cold Box) 제작은 에이원의 많은 성과들 중에서도 눈에 띄는 기술이다. 이 장치는 공기를 –180℃ 이하의 초저온으로 액화시켜 증류공정을 통해 산소, 질소를 분리하는 장치로, 기술 난이도가 높아 그동안 전량 해외에서 수입해 왔다.

대성초저온연구소는 국내 최초로 장치 국산화에 성공했고, 에이원은 장치 제작을 담당해 국내는 물론 해외로 수출되어 호평을 받았다. 에이원의 콜드박스 제작기술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일본의 대표적 가스회사인 Air Water사로부터 콜드박스를 의뢰받아 제작하기도 했다.

특히 에이원은 공기분리가스로부터 얻어진 초저온장비 제작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스의 콜드박스 제작을 수행했다.

CO2 액화용 콜드박스는 남부발전 소속 하동화력발전소에 설치되어 우수한 성능을 발휘했으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한국전력연구원과 기술협력을 하고 있다. 반도체용 고순도 NF3용 콜드박스는 국내 H사에서 가동 중이고,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액화온도가 –246℃인 극저온 네온 콜드박스를 제작하기도 했다.

최근 에이원은 이러한 콜드박스 제작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고자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 ‘상용급 액체수소 플랜트 연구단’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은 산학연 18개 기관과 연구비 38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형 연구사업으로 에이원은 KAIST, 가스안전공사와 함께 액체수소저장용기 개발을 담당하게 된다.

액체수소는 액화온도가 –253℃로 국내 최초로 대형 저장탱크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이원이 개발하려는 탱크는 향후 수소충전소에 설치될 장치로 기존의 액화수소탱크과 차별화된 구조인 사각형태로 제작된다. 설계의 기본은 KAIST 장대준 교수팀이 맡고, 에이원은 제작기술을, 한국가스안전공사는 탱크의 안전 및 국제규격과 관련된 연구를 맡아 수행한다.

에이원 문흥만 대표이사(사진)는 “이번에 개발될 액화수소저장기술은 초기에는 작은 저장용기에서 시작되지만 개발이 완료되면 대용량의 액화수소를 운반하는 선박에 적용할 수 있다”며 “향후 국내 산업이 수소경제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만날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에이원은 이 외에도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신기술 개발에 정진하고 있다. 핵융합의 원료인 중수소, 삼중수소의 분리·저장장치를 대성초저온연구소, 국가핵융합연구소와 공동개발하고 있으며, 초임계 CO2를 지하 1000미터 깊이에 저장하는 주입장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포항 영일만에 설치 운영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다.

문 대표는 “지금까지 에이원이 걸어온 길처럼, 초저온 분야에서 독보적인 제작기술을 가지려고 한다. 수소액화연구를 기반으로 신산업 분야에 참여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모험정신을 발휘해 남들이 가지 않는 길, 그러나 꼭 가야만 하는 길을 사명감을 갖고 개척하며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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