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다음 정복 대상은?
로봇의 다음 정복 대상은?
  • 김진성 기자
  • 승인 2019.02.0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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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김진성 기자] 로봇이 바둑 두기, 피아노 치기, 잘 부스러지는 두부 집기에 이어 이번에는 나무 블록으로 탑을 쌓았다가 하나씩 빼서 탑을 무너뜨리는 사람이 지는 게임인, '젠가' 도전에 나섰다. 미세한 힘을 사용해 나무 블록의 중심을 잡고, 위태로운 상태를 인지해 반응하는 복잡한 손기술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알베르토 로드리게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젠가 게임을 스스로 배워 하는 로봇을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30일 밝혔다.

젠가는 54개의 직사각형 블록을 한 층당 3개씩 가로·세로로 쌓아 탑을 만든 후 아래에서 하나씩 조심스럽게 블록을 빼 위에 놓는 게임이다. 이 과정에서 탑이 무너지면 진다. 체스나 바둑과는 달리 젠가 게임을 하려면 블록을 조사하고, 밀고, 잡아당기고 놓는 등 물리적 기술을 배워야 한다. 정밀한 조작으로 블록을 빼내기 위해서는 로봇이 탑을 만지고 블록을 움직이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다국적 로봇기업 아세아브라운보버리(ABB)의 산업용 로봇인 IRB-120의 로봇팔에 부드러운 집게와 힘을 감지하는 손목 관절, 관찰 카메라를 달았다. 로봇이 블록을 밀어보고 꺼내 올려놓는 과정을 연구팀이 개발한 시뮬레이터인 ‘무조코(MuJoCo)’를 통해 300회 학습하도록 했다. 학습 과정에서 로봇은 인간이 손끝으로 감각을 느껴 빼내기 쉬운 블록을 구분하듯 빼내기 쉬운 블록과 어려운 블록을 힘 센서와 카메라 영상을 통해 얻은 정보로 구분했다.

시각과 촉각 정보를 통해 학습한 로봇은 학습 전 56.4%였던 블록을 빼내는 확률을 학습 후 88.2%까지 올렸다. 탑이 무너지기 전에 얼마나 많은 블록을 뺄 수 있는지를 여러 명의 피실험자와 비교했을 때에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인간과 경쟁하려면 갈 길이 멀다고 전망했다. 젠가 게임은 손기술 외에도 상대방이 다음 블록을 꺼내기 어렵게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로봇 젠가 챔피언을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다”라며 “로봇이 배운 새로운 손놀림 기술을 재활용 물체 분리나 제품 조립 같은 복잡한 물리적 기술이 필요한 작업 분야에 응용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로드리게스 교수는 “핸드폰 조립에서 손목을 이용해 부품을 끼워넣는다든지 나사를 돌려넣는 과정은 모두 물리적인 힘을 측정해 배울 수 있다”며 “로봇이 이러한 작업을 배울 학습 모델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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