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움직임 보고 의도대로 움직이는 로봇 손 개발돼
팔 움직임 보고 의도대로 움직이는 로봇 손 개발돼
  • 이상오 기자
  • 승인 2019.02.01 10: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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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이상오 기자] 국내 연구진이 뇌파를 측정할 필요 없이 영상으로 사람의 움직임만 보고 그 의도를 파악해 스스로 작동하는 지능형 웨어러블 로봇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컵을 집어 드는 것 같은 복잡한 연속 동작을 일일이 가르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어 장애인 재활은 물론이고 고령사회에서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인간중심소프트로봇기술연구센터(SRRC) 조규진 센터장(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과 조성호 브레인그룹장(KAIST 전산학부 교수) 연구팀은 영상으로 사람의 의도를 예측하고 웨어러블 로봇이 스스로 그 의도에 맞는 연속 동작을 수행하도록 하는 AI ‘비디오넷(VIDEO-Net)’을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30일자에 발표했다. 웨어러블 로봇에 딥러닝(심층기계학습) 기반 영상 분석 기술을 접목한 결과다.

연구진은 자체 개발한 소프트 웨어러블 손 로봇인 ‘엑소 글로브(Exo-Glove) 폴리 Ⅱ’와 비디오넷을 활용해 손 마비 환자가 손으로 머핀과 커피를 스스로 먹게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기존의 웨어러블 로봇은 각종 센서로 환자의 뇌파, 근육운동 같은 생체신호를 분석해 어떤 동작을 하고자 하는지 파악했다. 때문에 가령 사지마비 환자가 로봇 팔을 사용자의 의도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몸에 여러 종류의 센서를 부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또 대상 물체와 동작에 따라 별도의 동작 설계가 필요했다. 변수가 많고 복잡한 만큼 사용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도 한계가 따랐다.

반면 비디오넷은 사용자가 착용한 안경에 부착된 카메라로 내려다본 팔의 움직임과 주변 사물과의 상대적 위치 등 시각 정보를 토대로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때문에 다른 센서가 필요 없다.

조규진 센터장은 “손 마비 환자가 팔을 서서히 컵 쪽으로 움직이면 AI가 순간순간 다음에 이어질 동작을 예측해 ‘컵을 집어 들려고 한다’는 의도를 알아차리고 웨어러블 로봇에 그에 맞는 다음 동작을 명령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같은 각도에서 손이 멀쩡한 사람이 컵을 집어 드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학습시킨 결과다. 덕분에 비디오넷을 활용하면 대상 물체의 종류와 관계없이 자연스러운 연속 동작을 구현하는 게 가능하다. 커피 마시기, 젓가락 집어 들기, 책 펴기 같은 사람의 다양한 동작을 영상을 통해 있는 그대로 배우기 때문에 복잡한 동작들을 일일이 입력하지 않아도 되고 어떤 동작이든 일반인처럼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다. 영상으로 범용 학습이 가능한 셈이다.

‘손보다 눈이 더 빠르다(Eyes are faster than hands)’라는 제목의 이번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로보틱스 이번 호의 ‘포커스 논문’으로 게재됐다. 포커스 논문은 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혁신적인 연구개발 성과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세한 연구 논문이 발표되기 전 먼저 소개하는 코너다.

조성호 그룹장은 “현재는 웨어러블 로봇 손으로 단순히 컵을 집어 드는 수준이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신체마비환자와 거동이 불편하고 운동신경이 더딘 노인을 보조하는 전신 웨어러블 로봇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RRC는 인간에게 이로운 소프트로봇 개발을 위한 융합연구센터로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지원을 통해 2017년 출범했다. 서울대를 중심으로 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고려대, 중앙대 등 여러 대학의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이 활발한 학술 교류를 하고 있다.

조 센터장은 “비디오넷 시스템은 웨어러블 로봇과 딥러닝 AI라는 기존에 이미 있던 기술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한 것으로 융합연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목표를 요구하는 보통의 연구과제에서는 이런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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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준 2020-11-29 19:17:55
이런 기술에 평소 관심이 많았는데 이렇게 실제로 힘드신 분들을 돕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멋있기도 하고 감동적이었으며 나도 그런 사람의 일환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가질 수 있었다. 또한, 내가 평소에 장애인 분들을 돕기 위해서 만들고 싶었던 모든 것들이 상상하기 힘들다는 말에 나도 이런 직종에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