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공학인 기획] 여성 리더, 주체적 삶 이끄는 끈기 필요
[여성공학인 기획] 여성 리더, 주체적 삶 이끄는 끈기 필요
  • 김하늬 기자
  • 승인 2019.10.17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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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이인선 청장

[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가는 곳마다 주인처럼 행하면 있는 곳곳이 참되고 진실하다는 고사성어로,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살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로 개청 11주년을 맞이한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이하 DGFEZ) 이인선 청장(사진)의 신념이다. 이 청장은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DGFEZ의 선두에서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하고 정책 다변화를 시도해왔다.

글로벌 투자유치활동과 유관기관과의 협력사업 추진, 미래비전 설정 등을 통해 대구경북의 글로벌화를 촉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청장은 지난 2008년 개청 후 29개 국외기업에서 6억1천300만달러, 470개의 국내기업에서 4조3천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내며 대구‧경북 지역에 1만5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특유의 섬세함과 배려심, 이른바 ‘엄마 리더십’으로 기관을 이끈 이 청장은 과학자에서 공직자로의 변신을 꾀한 이력이 있다. 이 청장은 계명대 식품미생물학과 교수로 있던 지난 2001년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던 지역협력연구센터(RRC) 사업을 대구에 유치, 100여 개 지역 업체와 산학협동체를 구성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며 공직자로서의 첫 발걸음을 옮겼다.

이후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원장, 여성 최초 경북도 정무부지사와 경제부지사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리에서 여성 리더로서 활약해온 그는 언제나 주체적인 자세와 주인의식을 강조한다.

이 청장은 “신사업기술단장-DIGIST 원장-경제부지사 등 공직을 수행하며 계속해서 여러 번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수처작주의 깨달음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기관의 도약과 직원들의 성장을 위해서는 주인의식을 갖고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이 하는 일은 무엇인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은 한마디로 외국기업을 위한 맞춤형 도시입니다. 대구경북에 국외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며 기업에 최적화된 경영환경과 정주여건을 조성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기업 460개 해외기업 25개 사가 입주해 있으며 유치된 기업에 대한 기업지원, 수출상담회와 함께 투자설명회를 개최함으로써 합작투자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청의 특징은 가장 규모가 큰 인천경제자유구역과 달리 대구시와 경상북도라는 두 개의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조합형태의 경제 자치단체입니다. 대구시에서 56명, 경북도에서 56명이 파견돼 대구경북 경제통합의 상징적인 기관이 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 기억에 남는 사례 또는 성과가 있다면

경상북도 정무부지사와 경제부지사로 재직할 때 저의 주특기가 바로 국비예산 확보였습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사업추진을 위한 국비확보가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국비확보에는 세 가지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우선 사업내용을 파악하고, 예산부서에 부지런히 설명하는 한편 여러 채널로 강조하는 단계를 거칩니다. 그때 터득한 국비확보의 노하우를 경제청에 와서는 외국기업를 유치하는 투자유치 업무에 그대로 적용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성과로는 디지스트(DI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학부, 석·박사 과정을 신설해 명실상부한 고등교육기관의 위상을 확보한 것과 경북과 전북이 함께한 탄소산업 클러스터를 국책사업인 신성장 산업으로 성공시킨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여성 리더로서 힘들었던 점은

오래전 일본의 일한재단이 지원하는 산업기술협력 프로그램의 하나로 1년 단기 일본유학을 신청했을 때 겪은 일이 있습니다. 당시 심사위원들이 던지는 질문들은 연구계획보다 ‘여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남편 직업이 뭐냐’는 질문부터 ‘아이 둘을 데려가면 양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아이까지 데려가서 1년 만에 무엇을 할 수 있냐’ 등 연구계획에 대한 질문은 없었습니다. 연구와 상관없는 질문을 하는 심사위원들에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여성이 자기 목소리를 내며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기엔 걸림돌과 불편함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때문에 저는 남성들 이상으로 노력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끈기를 갖고 매달려 문제해결을 주도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라면 여성을 떠나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이 강점으로 작용했을 때도 있나

지난 2001년 지역협력연구센터 사업을 대구에 유치하면서 본격적으로 공직자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DIGIST 원장과 여성 최초의 경상북도 정무부지사, 경제부지사로 재직하는 동안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네트워킹’을 강조했습니다. 공직에 입문하면서 맺은 인맥들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다양하고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부 예산확보와 대외협력 활동에 있어서도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킹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여성 기관장들은 관계 형성 시 섬세함을 갖고 접근하는 노하우가 남다른 편이기도 합니다. 여성이란 이유로 공직에 입문할 당시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주변의 도움과 구축한 인맥을 적극 활용해 큰 어려움 없이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여성의 사회진출과 관련한 사회적·정책적 의견이 있다면

여성의 사회활동과 여성차별에 대한 시각을 좀 더 유연한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차별’에 대면하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여성에게 여성의 특성에 따른 특별한 능력이 있다면 남성도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무작정 비난하고 불평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직장이건 개인이건 성별의 특성에 따른 구분을 ‘차별’이라고 보기보다 ‘나눔’과 ‘역할분담’으로 해석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차별, 그 자체에 대한 공론화는 정부와 언론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노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지

우리 경제청은 IT융복합, 첨단의료, 부품소재, 에너지 등 4대 중점 유치업종에 초점을 맞춰 투자유치와 일자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경제자유구역의 궁극적인 목표는 외국 투자기업을 유치해 지역기업 환경의 글로벌화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데 집중할 것입니다.

현재 당면과제는 지역 내 일자리 창출을 통해 청년실업을 해소하는데 기여하는 것입니다. 대구경북의 젊은이들이 자기 고장에 남아서도 자기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런 도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제가 경제자유구역청장으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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