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소형화, 효과는 대형화
로봇의 소형화, 효과는 대형화
  • 이상오 기자
  • 승인 2019.10.1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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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이상오 기자] 일본에서 생산·공급하는 하모닉 감속기가 국내 기술력으로 개발돼 화제다. 감속기 시장은 일본 기업인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이 73.3%의 독보적인 점유율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일본 수출규제 여파로 국내 로봇기업들이 하모닉 감속기를 수요에 맞춰 공급받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순수 기술의 개발은 단비 같은 존재다.

초정밀 감속기인 로보 드라이브(ROBO Drive)는 소형&경량화, 논 백래시(Non-Backlash), 설계‧조립이 쉬우며, 타 감속기에 비해 (반복)위치결정 정도와 회전 정도가 높아 강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공장자동화를 통한 운영비 절감 효과와 작업자가 꺼려하는 3D작업, 인간과의 협업이 필요한 현장에 사용 가능하다. 모듈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제품을 새롭게 구성해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하모닉 타입 감속기는 크게 3가지 핵심 부품으로 구성돼 있다.

타원형으로 변형 가능한 초박형 베어링이 적용된 ‘Wave Generator’, 외기어가 가공돼 있고 타원형 형태로 변형해 회전하는 ‘Flex Spline’, 내기어가 가공돼 있고 구성 부품들을 지지하는 ‘Circular Spline’이다.

이 중 Wave Generator 베어링의 경우 일본에서는 베어링 전문 기업에서 개발한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지만 일본 외의 해외 기업에는 공급하지 않아 직접 개발해야만 했다.

Flex Spline의 경우 이름 그대로 유연하게 변형을 반복하면서도 동력을 최대한 많이 전달하고 반복적인 피로에서도 충분히 수명을 갖춰야 하는, 즉 서로 상반된 특성을 한 부품 안에 구현해야 하는 매우 까다로운 부품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국내 순수 기술로 개발한 ㈜에스비비테크는 최적의 소재‧열처리 방법을 개발하는데도 여러 차례 실패를 겪었다.

Circular Spline 또한 국내에서 적절한 소재 공급이 마땅치 않아 어려움을 겪었지만 얼마 전부터는 국내 소재 기업의 도움을 받아 일본에 뒤떨어지지 않는 소재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시제품 개발 이후에도 어려움은 계속됐다. 시험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직접 성능‧내구 시험기를 함께 개발해야했던 것. 이렇듯 에스비비테크가 오랜 시간 연구개발에 투자해 정밀 감속기를 개발했지만 일본의 강세가 두드러져 시장 개척이 쉽지 않은 상황도 있었다.

에스비비테크 류재완 대표이사(사진)는 “핵심부품 세 가지 중에서 볼 베어링이나 특수 베어링이 일본의 전략물자에 포함돼 있다”며 “우리는 지난 50년간 일본 기업이 거의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던 제품을 각고의 노력 끝에 10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결국은 기술 개발을 성공했다. 지금은 일본 제품을 따라가는 수준이었지만 앞으로는 일본 제품을 능가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스비비테크는 지난 2000년 이러한 로보 베어링 개발·양산으로 1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특히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소재부품 기업으로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본사를 방문해 격려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멘토·스마트공장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하반기 지원 사업 1호로 선정되는 성과도 얻었다.

현재 에스비비테크는 하모닉 감속기를 연간 7만대 가량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현 시점에서 국내 하모닉 감속기 수요는 약 5만개 정도로, 원가 경쟁력을 위해 연 30만개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수요로만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외, 특히 전 세계 하모닉감속기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시장에 진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

류 대표는 “로봇 부품기업으로 보는 전망으로는 한계가 있지만, 우선 로봇은 점차 소형, 경량화가 될 것이다. 아직 본격적인 붐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협동로봇 적용이 늘어날 것이고, 작업에 따라 소형의 로봇이 많이 필요하게 되면서 부품 기업도 소형화 기술에 힘써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베어링 감속기 기술 개발에 전념해 국내 산업 발전에 이바지 하는 회사가 되고싶다. 궁극적으로는 일본 업체를 능가하는 품질과 생산량을 갖춰 글로벌 순위의 기업으로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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