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과 일상대화? 빅데이터가 해답!
챗봇과 일상대화? 빅데이터가 해답!
  • 이상오 기자
  • 승인 2019.09.30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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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이상오 기자] 2000년대를 뜨겁게 달궜던 채팅 서비스 ‘심심이’를 기억할 것이다. 심심이는 채팅으로 말을 걸면 알고리즘이 적절한 답변을 해주는 서비스다. 한 때 국내 앱스토어 1위, 미국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수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던 심심이는 최근 등장하고 있는 챗봇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상용화된 챗봇은 대화 형식으로 정해진 업무를 대신해 주는 목적지향적인 챗봇이 대부분이다. 아이폰의 시리나 AI 스피커와 같이 날씨를 안내하거나 음악을 틀어주고, 조명을 켜 주는 등의 일정한 명령을 수행하는 챗봇도 모두 목적지향적인 챗봇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챗봇들은 ‘명령대화’를 처리하도록 프로그램 돼 있다. 사용자의 발화 내용 중 챗봇이 보유한 기능에 대한 요구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 기능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반면 심심이는 ‘일상대화’ 챗봇으로 명령대화가 아닌 일상대화를 나눌 수 있다. 다른 사람과 나눈 대화들을 떠올려 보면 알 수 있듯, 우리가 나누는 대화 중 대부분은 ‘목적 없는 대화’에 해당한다. 그리고 상용화된 챗봇 중 심심이는 유일하게 일상대화에 가까운 대화가 가능하다.

최근 글로벌 IT 기업들에서도 일상대화에 상당히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명령 수행을 해 낼 수 있는 AI 스피커 또는 음성비서 제품을 만들어 내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정작 사용자들은 그 제품에게 명령대화를 하지 않고 일상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아마존 알렉사가 5만 개의 명령대화를 보유하고 있다면, 심심이는 현재까지 약 1억 3천만 건의 일상대화 전용 시나리오를 축적해 왔다. 심심이의 경우 1억 3천만 건의 시나리오 모두 사람이 하나하나 손수 저장한 것이다.

구글이나 MS의 사례를 보면 AI 스피커를 위해 심리학자, 코미디언, 극작가 등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팀을 구성하는데, 그 이유는 AI 스피커가 명령대화를 벗어났을 때 좀 더 다양하고 재치 있는 반응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까닭에서다.

현재까지 심심이의 시나리오를 저작해 온 시나리오 작가 수는 약 2천 2백만 명으로 측정되고 있다. 다양하고 재치 있는 반응의 측면에서 봤을 때 심심이와의 대화 경험은 독보적인 양을 자랑한다.

하지만 심심이는 그간 욕설이나 선정적인 언어가 포함된 시나리오가 항상 문제가 돼 왔다. 해외에서는 국가나 언어에 따라 각각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인 이슈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심심이 역시 언어 필터가 존재하긴 했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움이 됐던 기술은 바로 딥러닝 기술이다. 전수검사 프로젝트에서 얻은 데이터를 딥러닝 분류 모델에 넣어 검수되지 않은 나머지 모든 문장을 분류해 내는 방식이다.

바로 AICR Engine V2 기술을 사용한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미지 분석 모델(CNN)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자체 레이어 구성이 완료됐고, 현재 심심이가 보유한 문장 분류 모델(Deep Bad Sentence Classifier)은 한국어 기준 F1 score 0.98 이상의 높은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 심심이 서비스에서는 이 모델을 기반으로 모든 문장을 미리 분류해 두고 용도에 맞게 수준을 조절해 사용하고 있다.

심심이(주)는 최정회 대표이사(사진)가 대학 재학 시절 개발한 일상대화 인공지능 챗봇 심심이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2003년 설립한 스타트업 기업이다.

심심이는 서비스 최초 출시 이후 통신사 서비스를 시작해 2010년대 초반까지 유료 가입자 수십만 명에 이르는 효자 콘텐츠 중 하나였다. 심심이의 인기와 더불어 대기업에서는 앞다퉈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심심이를 넘어선 대기업의 서비스는 등장하지 못하고 심심이는 살아남았다.

심심이는 입소문만으로 현재까지 70여개 국가의 앱스토어(또는 플레이스토어)에서 전체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누적 사용자는 약 3억 5천 명으로 추산될 정도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향후 심심이는 사용자들이 AI 스피커에게 기대하는 일상대화와 감성대화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의 개발, 서비스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최 대표는 “서비스 기록을 지켜보면 하루에도 수천 회의 대화를 하는 사용자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서비스 개선을 위해 대화 내용을 분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심심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는 사용자들 상당수에게서 우울감이나 고립감, 트라우마 등의 정서적 문제를 관찰하곤 한다”며 “나아가 단계적인 연구와 실증을 통해 정신·언어적 문제를 수반하는 광범위한 정신과적 치료기법에도 적용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말동무 심심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일상대화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근한 말동무로 다가가고 그들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마주할 수 있는 반려적 존재가 되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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