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장점 살린 기업운영 ‘날개 달아’
‘여성’의 장점 살린 기업운영 ‘날개 달아’
  • 김하영 기자
  • 승인 2019.08.02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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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김하영 기자] “여성으로서 겪는 제약도 있지만, 때로는 여성이라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섬세함과 부드러운 소통 능력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다는 ㈜유원 이숙 대표이사(사진)는 ‘여성’ 기술인들에게 많은 장점이 존재한다고 전한다.

예를 들어 R&D 분야에서 여성의 섬세함은 큰 장점으로 부각될 수도 있다. 또한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데 있어 유연한 소통 방식은 큰 도움이 되곤 한다.

이 대표는 새롭게 공학 분야 CEO에 도전하는 많은 여성들이 ‘여성’이라는 제약에 묶이지 않고 자신감을 갖고 장점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학의 특성 상 남성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여기에 미리 겁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여성들이 스스로 움츠러들기 보다는 CEO로서 영향력을 발휘해야만 사회적인식도 변화해 더욱 많은 여성 기술인들이 발굴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 그 역시도 처음에는 갑작스럽게 맡게 된 회사의 대표 자리에서 수많은 고민과 무게를 느껴야 했다. 그는 준비 없이 수장의 자리에 앉아야만 했다. 가정주부였던 그가 남편인 유동원 회장의 병세가 심각해지면서 유 회장의 자리를 대신 채우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이 대표는 헌신적인 아내였던 이전의 생활에서 벗어나 CEO의 길을 걷게 됐다. 다행히도 공학 분야를 전공한 기술인으로서 유원의 제품 및 사업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것이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는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한 만큼, 시행착오도 컸다.

이 대표는 가혹한 CEO 수업료를 지불해야 했다. 적은 외부에 있다고 하지만 이 대표가 싸워야 하는 것은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바닥부터 시작했다. 이 대표는 부끄러움을 불사하고, 직원들과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얻어 회사업무를 배웠다.

직원들과 면담을 통해 차근차근 능력을 쌓던 그는 이 때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배웠다고 전한다. 바로 소통이었다. 소통의 오해로, 한 직원과의 다툼이 일어난 것이다. 그날의 기억은 아직까지도 이 대표의 가슴 한 켠에 남아 있다.

이 대표는 “CEO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자리가 가진 무게로 내가 가진 장점을 백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직된 소통으로 빚어진 오해는 지금의 나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발판 삼아 이 대표는 빠르게 성장했다. 누구보다 회사와 직원을 살뜰히 챙기며, 남성 CEO에 대적할 자신만의 무기도 만들었다. 바로 섬세한 일처리와 따뜻한 소통 방식이다.

이를 통해 유원은 승승장구했고, 이 대표는 모범 여성 경제인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처음과 달리 이 대표의 경영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유원도 안정적인 성장을 통해 우수한 성적표를 보여주고 있다. 전자산업용 절연체와 소재산업 분야에서 끝없는 혁신과 신기술 개발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유원을 세계적인 기술 강소기업으로 성장시켜 여성 공학도이자 CEO의 롤 모델이 되고자 한다”며 “지속적으로 여성 기술인도 채용해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줄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한편, 이 대표는 얼마 되지 않는 공학 전공 여성 CEO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현재 여성 기업인은 많지만 공학 분야를 전공한 CEO는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대부분의 공학 분야 CEO는 남성이어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기에는 다소 어색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며 “공학 분야 여성 기술인 또는 CEO와의 기술교류·정보공유가 다소 아쉽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그는 여성 기술인 고용에 따는 정부지원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이공계 중 공학계열의 전공자에 대한 우대 정책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사회적으로 여성 기술인의 편견이 사라져야 한다. 일례로 ‘여성의 뇌는 이공계에 적합하지 않다’라는 편견”이라며 “남성과 똑같은 일을 맡기는 것에 대한 주저함이 아직까지 존재하는 것 같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하루 빨리 개선돼 우리나라의 이공계도 한층 업그레이드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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