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에 자신을 가두지 말 것
프레임에 자신을 가두지 말 것
  • 전수진 기자
  • 승인 2019.08.0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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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전수진 기자] 공대에 진학하는 여학생은 늘고 있지만 공대는 아직도 남성 중심의 이미지가 강하다. 여학생들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여교수를 찾아보기란 어렵다.

지난 3월 서울대 전기공학부가 73년 만에 처음 여성 교수를 임명하는 기사가 대서특필 됐다. 주목할 만한 일이지만 씁쓸함이 느껴진다. 이것은 비단 서울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국내 대학 중 공대 여교수 비율이 10%를 넘는 곳은 거의 없다.

특히 토목학과 교수 중 여성은 더욱 드물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토목 분야. 조미라 교수(사진)는 당당하게 자신의 자리를 굳혀 왔다.

여성이 공대에 진학하는 경우가 드물었던 70, 80년대 당시의 상황이 그랬듯, 조 교수가 토목공학과에 입학했을 때 그는 홀로 여성이었다. 여성이 공학을 전공하는 일이 흔하지 않았던 탓에 남자 동기들은 그가 졸업까지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얘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는 토목이 적성에 매우 잘 맞았다.

여성 기술자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조 교수 역시 기술자로의 진로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그럼에도 운명은 그를 엔지니어로 이끌었다.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조 교수는 경험삼아 지원했던 설계 회사에 합격해 입사를 하게 됐다.

이후 ‘토목 시장의 경기가 좋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을 했다’는 그는 회사 생활에서 얻은 깨달음이 있다고 전했다.

여성기술자보다 여직원에 대한 인식이 강했던 당시 흔하지 않게 여성임에도 공대 대학원을 졸업한 조 교수는 자신을 언제나 ‘기술자’로 여겨주길 바랐다. 빈번히 요청받았던 커피 심부름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 교수는 이내 다시 깨달음을 얻었다. 그 스스로 남과 여를 분류하고 있었음을 느낀 것이다. 그 때부터 그는 어떠한 생각도 하지 않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 했다.

조 교수는 “오랜 회사 생활을 통해 여자와 남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적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회사생활을 하면서 출장, 현장에 대한 불편함은 있었지만 단지 조금 불편할 뿐 여성으로서의 한계는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후 부족함을 느꼈던 조 교수는 박사과정에 입학해 토목구조물의 유지관리 분야를 전공하며 학문적인 소양을 쌓았다. 우연히 한국과학재단에서 지원하는 박사 후 과정 프로그램에 참여해미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기도 했다.

후학을 가르치는 일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조 교수는 특히 현장에서의 경험이 강의를 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고 전한다. 이를 통해 그는 자신과 같은 상황에 놓인 여학생들에게 실용적인 방향으로 강의를 진행 할 수 있었다.

평소 그는 학생들에게 스스로를 어떤 프레임에 가두지 말고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 실행하라고 조언한다.

조 교수는 “많은 여성 공학인들을 만나다 보면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좋은 성과를 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늘 긴장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많은 여학생들이 가끔은 이러한 스스로의 모습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 ‘멋진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면 본인만의 철학을 세우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며 “남들의 시선이 아니라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고 그 일을 하기 위해 어떤 것 들을 준비하면 좋을지 경험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 역시 앞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강의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여전히 강의할 때 행복을 느낀다는 그는 요즘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좀 더 실무적인 내용을 통해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식의 변화 속도가 1학년에 배운 내용이 4학년쯤엔 필요 없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변화하는 것들을 잘 이해하고 이를 강의에 반영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교수는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여성할당제, 여성기업인 우대와 같은 정책들에 대한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사회적인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경력 단절을 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는 “꾸준히 잘 진행되고 있지만, 조금 욕심을 내 육아에 의한 경력단절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을 바꾸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며 “여성들의 경력단절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택근무 시스템, 유동적 출근 시스템 등 회사를 운영하는 방법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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