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리더, 버티기보다 돌파구 찾아야…
여성 리더, 버티기보다 돌파구 찾아야…
  • 김하늬 기자
  • 승인 2019.08.02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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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최근 다국적 제약사들은 여성 리더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들 기업은 예전부터 여성 리더를 키우기 위해 많은 제도적 지원을 해 왔다. 때문인지 국내로 진입한 다국적 제약사에는 유독 여성 CEO가 많다.

다국적 제약사에 여성 CEO가 늘어난 것은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국내 제약사들은 연구·개발(R&D), 생산과 영업을 중심으로 하지만 다국적 제약사는 제품 마케팅이 주 업무다. 특히 한국인 여성 CEO 대부분은 약학을 전공해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프랑스계 다국적제약사 사노피·아벤티스의 희귀질환 사업부문인 젠자임 한국법인(젠자임코리아) 박희경 대표이사(사진) 역시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한 후 대학원에서 약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스펙을 갖췄다고 해서 글로벌 기업의 CEO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박 대표는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왔다. 공학을 기반으로 뛰어난 영업력을 갖춘 덕분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CEO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박 대표가 졸업 후 제약업계 영업사원으로 입문했을 당시에는 제약업계에 여성 영업사원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99% 남성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는 영업 경력이 전무했으며 나이도 어렸다. 무엇보다 여성이라는 성별이 핸디캡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당시에 여성이 영업을 하면,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고객도 적지 않았다”며 “오기가 생겨 남성보다 1.5배, 2배는 더 열심히 일했다. 배워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노력하다 보니 부족한 부분은 자연스럽게 채워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재직 중에도 틈틈이 전혀 배우지 않았던 마케팅을 공부하는 등 자기개발에 힘썼다. 그렇게 여성 영업사원 불모지였던 업계에서 커리어를 쌓던 그는 주요 글로벌 제약사 최초 영업 본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가 백신사업부를 총괄할 당시 기업이 내놓는 백신 신제품마다 성공을 거뒀다는 후문도 있다.

박 대표는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에서 안주하지 않고 달려온 것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버티기보다 돌파구를 찾는 자세로 임했다.

젠자임코리아 대표이사로 제안 받았을 때 그는 많은 고민을 갖고 있었다고 전한다. 희귀질환이라는 생소한 분야에서 오는 부담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과감히 도전을 선택했다. 물러서는 것보다는 맞서기로 결심한 것이다.

때문에 그는 ‘버틴다’는 말을 싫어한다. 한 가지 일에 여러 이유를 대며 고민하고, 신경 쓰는 것보다 여유를 가지고 문제에 맞설 필요가 있다는 것.

박 대표는 “어떠한 문제가 주어졌을 때 자잘한 것들을 생각하며 시간과 감정을 소모하기보다는 내가 꼭 해야만 하는 것, 얻어야 하는 것들을 크게 보고 선택을 망설이지 않았던 것에 지금도 후회는 없다”고 전했다.

현재 희귀난치성 질환, 중증의 아토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에게 신약을 공급하고 있는 박 대표는 자신의 선택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환자에게 신약을 공급하면서 ‘삶이 달라지고 용기를 갖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며 “기업과 내가 그들에게 작지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동기부여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런 그 역시도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일과 가정에서 모두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후배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박 대표는 “선배님이 성장하는 만큼 우리도 성장할 수 있다는 말에 사명감을 갖게 됐다”며 “그 말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됐던 것 같다. 이렇다 할 롤모델도 없던 나에게 이러한 후배들이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표는 후배들에게 무작정 열정을 강요하기보다 열정을 건강하게 쓰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조직생활을 이어오며 잘못된 열정으로 스스로와 팀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열정을 건강하게 쓰는 연습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열정이라면 환영한다”며 “무작정 경쟁하기보다는 어떻게 함께 성장할 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나로 인해 영향력을 받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내게 주어진 일을 잘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후배들을 위한 좋은 사례가 되길 바라고 있다”며 “많은 여성 후배들이 또 다른 여성의 새로운 롤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좋은 사례들이 계속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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