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여성과학기술인, ‘국가적 자산’ 될 것
산업계 여성과학기술인, ‘국가적 자산’ 될 것
  • 김하늬 기자
  • 승인 2019.07.30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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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여성의 과학기술 분야 사회 진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산업이 발전하고 인구는 감소하는 현 상황에서 여성 인력의 경쟁력은 과학기술 분야의 자산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만 늘 뿐, ‘유지’는 어려운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결혼‧육아 등 복합적인 이유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경력단절 여성과학기술인 복귀 지원책과 함께 과학기술 분야 일·가정양립 지원 등 여성과학기술인을 위한 정책적 방안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지난 2002년 ‘여성과학기술인 양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설립된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이하 위셋)는 여성과학기술인 누구나 사회에서 자질과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청년취업에서 경력복귀까지 여성과학기술인의 전생애주기에 걸쳐 종합 지원을 하고 있는 위셋 안혜연 소장(사진)을 만나 여성과학기술인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

올해부터 제3대 소장으로 취임했는데 소감은 어떤지

현재 과학기술 분야 산업의 여성인력은 여전히 매우 적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기술 기반의 여성인력들이 턱 없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간 위셋에서 강의나 멘토링을 통해 인재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해왔습니다. 그간의 지원 프로그램은 석박사급의 고급 인력이 학교나 연구소 등에 진출하는 것을 돕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기술과 산업이 변하면서 이제는 산업 분야에서 더 많은 인재가 필요해졌습니다. 특히 미래를 이끌어갈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필요합니다. 중요한 시기에 소장을 맡게 돼 부담도 있지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0여년간 IT 업계에 재직했던 저의 경력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산업계에 몸담았던 경험을 토대로 여성과학기술인들의 사회 진출‧유지에 있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오랜 시간 산업계에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저는 업계에서 혼자였습니다. 현실적으로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 후배들을 키워보려고 해도, 사회적 시스템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무척 크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여성이 자신의 커리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시대가 흐른 만큼 커리어를 쌓는데 있어 여성이어서 ‘안 된다’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분명 여성에게도 스케일업의 기회가 있습니다. 때문에 여성들도 자긍심과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자신을 키워나갔으면 합니다.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보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도전하고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으면 합니다.

정책적, 혹은 사회적으로 바라는 점이 있는지

적극적인 여성 인재 양성책은 국가경쟁력 향상의 필수 조건입니다. 주요 국가들은 여성 전문인력이 20~30%에 이릅니다. 그것 역시 부족하다고 판단해 확대 및 양성에 적극적입니다. 우리나라는 10%대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정책을 통한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여성의 일자리 할당제는 크게 선호하지는 않지만, 지금의 시기에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적당한 시점에 맞는 정책은 필요하다고 보고, 이것이 잘 정착돼 여성과학기술인들의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편 교육적인 측면에서 아쉬움도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교육현장에서 여성들은 과학이나 공학과는 거리감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중학교 때부터 젠더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부분입니다. 어릴 적부터 여성과 과학기술 간의 거리를 두기보다는 흥미와 재미를 유발해 과학과 공학에 관심을 갖게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셋의 앞으로의 계획은

GDP 대비 R&D 투자 비율 세계 1위인 우리나라 전체 R&D 예산 중 여성 책임자에게 지원되는 비율은 여전히 매우 낮습니다. 여성과학기술인력에 대한 높은 관심과 중요성을 고려한 더 많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셋은 전문 인력들이 산업으로 확장해나갈 수 있도록 올해 구체적인 방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것이 마련되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입니다. 정부가 신산업 분야 여성인재 3000명 배출 등의 내용을 담은 ‘제4차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지원 기본계획’을 발표한 만큼 앞으로 이와 연계한 정책, 지원방안을 모색‧추진해나갈 계획입니다. 신산업, 신기술 분야에서 우수한 STEAM 여성 인재를 육성하고 산업현장으로 연계하며, 관련 분야 인력 육성 프로그램을 추진해 여성 참여를 늘릴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제가 오래 종사했던 IT 분야도 아직까지 여성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더 많은 여성 인력이 다양한 산업에 진출해 국가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에 위셋은 여성 전문인력이 산업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여성과학기술인의 필요성이 부족해서, 또는 소수 보호 차원에서 이야기되는 것이 아님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여성에 대한 지원을 ‘역차별’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성이 국가적으로 필요한 인력의 풀을 채울 수 있는 필수 조건이 됐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 가져온 생각을 쉽게 바꿀 수는 없지만, 앞으로는 사회적 시선, 문화 등을 점차 개선해나가며 여성 인력을 양성하고, 국가 경쟁력의 디딤돌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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