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공학인재 양성 절실…다양성 인정하는 사회 만들어야
여성 공학인재 양성 절실…다양성 인정하는 사회 만들어야
  • 김하늬 기자
  • 승인 2019.06.18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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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산업의 변화 속에서 국가경쟁력의 핵심은 사람, 그 중에서도 공학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공대 정원은 이미 초과를 달성하고 있으며, 취업률도 60-70%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 중 여학생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작년 한국교육개발원이 낸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대학 공학계열 입학생 중 여학생 비율은 25%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여성과학기술인 지원센터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과학기술 연구개발 인력 중 여성 비율은 19%이며, 대학 및 공공연구기관의 연구과제 책임자 중 여성 비율은 9%에 그쳤다.

더욱이 사회에서 여성 공학인의 생존률은 더욱 낮은 수준이다. 최근 산업기술인력수급통계에 따르면 전체 산업기술 인력 가운데 여성 공학 인력 비중이 1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유명희 회장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여성과총)는 그간 여성 공학인·과학인의 네트워크 강화와 소통을 강조해 왔다. 유능한 여성 인재 육성과 공학들의 설자리를 넓히기 위한 네트워크의 구심점 중 주요 역할을 해온 것이 바로 여성과총이다.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 역시 여성 공학인, 과학자, 전문가들의 활동영역이 크게 넓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 장벽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여성과총 유명희 회장(사진)의 의견이다. 그는 여성 공학인들의 ‘네트워크’가 강해져야 저변이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유 회장은 “공학인‧과학자는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하지만 여성과학자들의 네트워크는 남성과학자들에 비해 강력하지 않다”며 “여성과총은 여성들이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여성과학자들의 위상을 알릴 수 있도록 ‘소통의 창’을 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여성과총은 현재 이공 분야, 과학 관련 여성 단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단체의 특성에 맞춰 지원해주는 ‘단체지원사업’을 비롯해 연차대회 등을 통해 소통하고 공유하는 ‘포럼사업’, ‘과학커뮤니케이션 사업’, 학술대회, 리더스포럼 등 기회의 장을 마련하며 여성 공학인·과학자들이 중장기적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여성과총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사업 중에는 ‘출판홍보사업’도 있다. ‘과학소통’, ‘과학커뮤니케이션’의 일환인 이 사업은 국내외 여성 공학인‧과학자의 업적을 알리고, 미래의 여성과학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문화를 형성하기 위함이다.

오명숙 부회장

오명숙 부회장(사진)은 “여성 공학인‧과학자의 롤모델이 많지 않은 편이다. 롤모델이 없으니 자연스레 공학에 대한 관심과 진입은 적을 수밖에 없다”며 “여성 공학인들의 우수한 성공사례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교육단계부터 여학생들이 전공에 대한 애착과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에 강선미 위원장(사진)은 여성인재 양성에서 나아가 경력단절이 일어나지 않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공대 여학생의 취업률은 남학생보다 낮고, 취업을 했더라도 경력이 단절되는 비율이 높다. 오랜 시간 회사에서 살아남는 여학생들의 수가 매우 낮은 편”이라며 “여성들은 육아에 대한 문제를 배재할 수 없다. 육아에 대한 지원이 있다고는 하지만 몇 기업에 불과하다. 가정과 일이라는 양립이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해결해주기에는 모든 여건이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의 지적처럼 여성 공학인들에게 있어 가정과 일의 양립은 여전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왕성하게 연구 활동에 전념해야 할 나이에 현장을 떠나 공백이 생기면 돌아와서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인 것.

유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최우선으로 해야 할 과제로 현재 과학기술계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들의 고충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해결하고, ‘경력단절 예방’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부회장 역시 이에 대한 의견을 덧붙여 말했다.

그는 “공학은 아직까지 ‘남성’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이 든다”며 “부모들이 여성의 공학 분야 진출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인식 전환 교육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선미 홍보위원장

더불어 이들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정책과 함께 사회적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 부회장은 “우수한 여성 인재 이탈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인 분위기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제대로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즉 다양함을 수용하고 포용하는 의도적인 노력을 통한 기업과 사회의 변화, 또한 이를 선도하고 지지하는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사회적 지원 시스템이 필수적으로 있어야 좀 더 많은 여성들이 경제인이 돼 자립하고,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고 우리 사회도 편견 없이 변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여성과총은 앞으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위한 포럼, 정책 제안 등에 힘쓸 예정이다. 그리고 다양한 여성 멘토, 롤 모델 사례를 전파하며 유능한 여성 인재 육성에도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유 회장은 “여성과학자들이 차별은 물론 불이익이 없이 자유롭고 능동적으로 연구 활동을 폈으면 한다”며 “21세기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선진국 진입을 위해 여성리더, 특히 과학계의 여성리더를 키우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유리천장은 여성들뿐 아니라 모두가 함께 도와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아직도 우리 사회는 여성 공학인‧과학자를 그 자체로 인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여성이라는 한계에 갇혀있는 이들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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