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청정에너지 분야는 기존의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을 대체하는 다양한 기술과 산업을 포함한다. 청정에너지는 탄소배출이 거의 없거나 적으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된 에너지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화 기술, 그리고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CCS)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최근 국제 에너지 기구(IEA)에서는 청정에너지의 확대를 위해 많은 국가가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늘리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의 탄소 중립 목표와 기업들의 지속 가능성 전략은 청정에너지 기술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하고 있다.
이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에너지연구센터는 최근 청정에너지 분야 기술을 바탕으로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다양한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CO₂) 포집 및 전환기술이 중심이 되고 있으며, 아민 기반의 포집제와 전기화학 기반의 CCU(Carbon Capture & Utilization) 기술 또한 주목받고 있다.
청정에너지연구센터는 기존에 석유화학산업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해왔지만, 최근 탄소 중립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연구의 초점은 석유화학 기반의 탄소 사이클을 CO₂와 바이오 매스(biomass) 기반의 탄소 사이클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기술이 바로 CCU 기술이며, 특히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활용해 CO₂를 고부가가치 화합물로 전환하는 전기화학적 CCU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대표적인 e-Chemical로는 메탄올, 에탄올, 에틸렌, 개미산 등이 있으며, 이를 활용해 e-SAF나 다양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CO₂ 포집 기술과 함께 석유화학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카본사이클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청정에너지연구센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메가 CCU 실증 사업’에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사업은 CO₂를 연간 5,000톤가량 처리할 수 있는 실증 연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LG화학과 S-Oil과 협력해 충청남도 중부발전에서 e-SAF를 생산하기 위한 실증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센터는 글로벌 톱 전략 연구단으로서 CCU 분야의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DACU(Direct Air Capture & Utilization)를 연계한 CCU와 같은 신기술이 중점적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들은 산업적 효용성을 넘어 학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청정에너지연구센터는 다양한 R&D 과제를 추진 중이며, 특히 전기화학적 방법을 통해 이산화탄소(CO₂)를 에틸렌, 에탄올, 합성가스 등으로 전환하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러한 전환기술은 초임계 CO₂ 환경에서의 전환 연구와 공기 중 CO₂를 직접 포집해 전환하는 과제와 함께 추진되고 있으며, 바이오매스를 열화학적으로 전환해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e-SAF)를 만드는 과제도 병행 중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오형석 센터장(사진)은 “현재 진행 중인 연구들은 모두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특히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기를 활용해 CO₂를 전기화학적으로 전환해 e-Chemical을 생산하는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러한 e-Chemical 기술은 기존 석유 화학 공정보다 CO₂ 저감효과가 크게 나타나, 향후 탄소 중립 실현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연구팀은 전기화학적 CO₂ 전환을 통해 CO를 대량 생산하는 ‘Carbon to X’ 과제를 수행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CO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높은 전환 효율과 선택도가 필수적이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산화물 이온(OH-)이 국소 pH를 상승시켜 반응 활성과 선택성을 개선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탄산염 이온의 형성으로 인해 CO₂의 물질 전달이 방해받을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지구상의 무기 탄소 순환에서 영감을 얻어, 규산염-탄산염 순환 메커니즘을 도입했다. 연구진은 규산염(SiO₂)을 환원 전극 촉매와 혼합해 전기화학적 CO₂ 환원 반응에 적용함으로써, SiO₂의 풍화 과정을 통해 수산화물 이온과 결합해 규산염을 생성하고, 이를 통해 CO₂ 포집 없이도 물질 전달을 향상시키는 가역적 순환 메커니즘을 확인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촉매의 가역성을 높이고 전류 밀도 한계를 극복하는 데 이바지하며, CCUS 기술의 상용화와 경제성 확보에 중요한 돌파구를 제공할 전망이다.
이뿐만 아니라 연구팀은 CO₂ 전환 연구에서 산화 전극의 구조가 CO₂ 전환 효율과 촉매 활성에 미치는 영향을 발견하기도 했다. 연구에 따르면, 물과 알칼리 이온의 전달 양이 산화 전극의 구조에 따라 조절되며, 저전류 밀도에서는 에틸렌 생성 효율이 높아지지만, 고전류 밀도에서는 촉매 활성이 저하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결과는 CO₂ 전환 반응의 최적 전류 밀도가 물과 이온의 공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며, 고효율 CO₂ 전환을 위한 새로운 반응 환경의 이해를 제공하고 있다.
오 센터장은 “이러한 연구는 고효율의 CO₂ 전환을 위해 산화 전극과 환원 전극의 상호작용을 최적화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며, CCUS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기반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청정에너지연구센터는 전기화학적 CCU 및 바이오 공정을 연계한 기술을 통해 실험실 연구에서 산업 규모로의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Lab to Industry(LTI)라는 이름으로 과제를 기획하고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전기화학적 CCU 기술, 열화학적 CCU 기술, 바이오 공정, CO₂ 포집 기술들을 연계해 작은 실험실 규모에서 대규모 실증화로 연결하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향후 청정에너지 분야의 핵심 기술로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올해 센터는 전기화학적 CCU와 바이오 공정을 연계한 기술을 산업 현장에서 실증하는 연구를 중점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오 센터장은 “탄소 중립은 개인이나 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정책 방향성과 추진력이 필요하다”며 “센터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연구실에서 개발된 기술을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