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먼저’인 차도블록 확대될 것” 블록산업 발전 위해 사회적 시스템 구축 필요…
“‘사람이 먼저’인 차도블록 확대될 것” 블록산업 발전 위해 사회적 시스템 구축 필요…
  • 이상오 기자
  • 승인 2019.06.1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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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블록협회 노성열 회장

[공학저널 이상오 기자] 블록의 영역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과거 전통적인 경계를 넘어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블록은 이미 주거공간은 물론 우리가 생활하는 삶의 한 부분으로 깊이 들어와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최근에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이면도로에서의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저속 주행이 유도되는 블록을 차도에 설치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교통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도시 이면도로의 대부분은 아스팔트 포장이다. 이면도로를 주행하는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이면도로를 차량 우선 도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일 것이다. 이러한 보행환경과 고속 주행용인 아스팔트 포장 위 보행자의 교통사고는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면도로에 블록포장을 시공해왔다. 네덜란드의 경우 안전성 향상과 경관을 고려해 Discrete Pavement System (DPS)을 저속도로의 표준 포장 형식으로 사용해 오고 있다. 미국도 특정구역의 경우 전체를 블록 포장으로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유럽이나 미국만이 아니다. 블록포장이 아스팔트 포장에 비해 미끄럼 저항성이 높아 차량 제동 시에도 월등한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블록은 도로 포장재로서 가진 장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생산과 시공과정에서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사)한국블록협회에서는 블록이 가지고 있는 장점인 표면디자인을 통한 안전하고, 아름다움이 조화된 거리, 도심지 온도 저감효과, 투수를 통한 친환경 특성 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현재 한국블록협회는 대국민의 부정적 인식변화,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 블록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고, 블록의 사회적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공학저널은 한국블록협회 노성열 회장을 만나 이면도로에 차도블록을 시공해야 하는 이유와 더불어 국내 블록산업의 문제점, 블록산업의 앞으로의 전망을 들어봤다.

국내 차도블록의 현황은 어떻게 되는지

외국의 경우 로마의 아피아 도로, 북경 자금성의 광장, 유럽 공항·항만 등 중 하중을 받는 도로 공간에 차도블록이 설치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독일과 네덜란드의 생활공간에 이르기까지 많은 인프라 시설에 사용되는 건설자재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블록포장은 아직까지 보도, 공원, 광장 등의 경하중 포장용으로 국한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용어 역시 ‘블록’ 대신 ‘보도블록’이란 단어로 일반화된 것을 보면 말입니다. 우리 협회와 세종시가 작년에 시범적으로 시공한 ‘조치원 중앙로’는 4차로 도로로 버스와 대형차량이 1일 1만대 이상 통행하는 지역이지만 준공 후 2년 가까이 아주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하나의 좋은 본보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보·차도 또는 차도에도 블록이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아직 블록포장에 대한 제품평가, 설계, 시공·유지관리 기준이 정립되지 않아 잘못된 설계와 부실한 제품, 잘못된 시공으로 애써 만든 차도블록 포장이 손상되는 안타까운 상황도 있습니다. 국내에 설치된 보도블록, 차도블록이 어느 곳에 얼마나 설치돼 있는지 현황 통계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개선할 필요가 있는 현실입니다.

이면도로에 차도블록이 설치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고속화 도로에 적합한 아스팔트, 콘크리트 포장이 보행과 차량이 혼재된 이면도로에 적합한 포장재료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도심지 지역도로에 적합한 포장재 그것은 블록 형태(SEP, Small Element Paving)의 포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이면도로의 포장 대부분은 아스팔트 포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고속 주행용인 아스팔트 포장은 평탄하고 높은 주행성을 제공함으로 차량의 속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찰청 교통사고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제한속도를 하향한 118개 구간의 경우 전년 같은 기간보다 교통사고가 18.3% 감소하고, 보행자 교통사고도 17.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속도 저감이 생활도로의 보행 안전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포장 형식이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한 결과 아스팔트 포장에 비해 블록 포장에서 주행속도가 15~20%정도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속도가 낮아야 할 도로에 아스팔트 포장을 설치한 후 차도 턱이나 유색 포장 및 안전시설을 설치해 비용을 들이는 것은 경제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장점은 도심지 온도저감 및 차열효과입니다. 블록은 소규모로 공장 제작되므로 표면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습니다. 블록협회에서 도심 아파트단지 두 교차로에서 일반 콘크리트 블록과 아스팔트 포장에 대해 온도를 측정한 결과 시간대별 표면 온도는 블록포장이 최대 7°C 정도 낮게 나타내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뛰어난 투수효과를 자랑하는 것 또한 장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블록재료의 공극을 이용한 자체 투수 블록과 블록 간 틈새 사이로 물이 들어가게 하는 틈새 투수 방법이 있습니다. 실험 결과를 살펴보면 초기 우수 유출량뿐만 아니라 첨두 유출량 도달시간을 늦춰 도심지 게릴라성 호우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으로 판단됩니다.

블록 포장은 시인성이 향상되며 안전을 요구하는 엔지니어의 의도에 맞추어 패턴 디자인이 가능하며, 또한 재료를 가공하는 방식에 따라 미끄럼 저항성도 매우 높게 제공할 수 있어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가 안전한 도로를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 블록산업의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국내 블록산업은 갈림길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일본은 블록에서도 장인정신을 발휘해 제품생산과 시공에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블록시장 규모는 우리나라의 1/10 정도입니다. 최근 일본의 도심지 대부분의 인도는 까만 아스팔트로 바뀌는 분위기 입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블록시장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로 보입니다. 이는 제품의 생산과 시공에서 시장 경쟁의 논리를 잊은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즉 제품의 품질과 시공능력은 뛰어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시장 경쟁력을 상실해 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다른 하나의 예는 유럽입니다. 특히 독일과 네델란드 등은 도심지 도로의 주요 포장재로서 블록의 사용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네덜란드는 도심지 도로의 약 55%정도가 블록포장입니다. 이는 블록의 장점을 잘 살리며 시장 경제에 논리에 부응하고 있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유럽의 사례에서 그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와 공공기관은 제품생산, 설계, 시공·유지관리의 기준을 만들어 시행하고 제조사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시공사는 기준에 의한 최적화 된 시공을, 공공기관은 기준에 의한 유지관리를 시행해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삶의 질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서울시 등 지자체와 국민들이 블록포장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갖기 시작하고, 블록 제조기술이 많이 향상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시장 전망은 밝다고 생각합니다.

블록산업이 발전하는데 있어 정책적, 사회적으로 아쉬운 점은

국가적으로 블록포장의 제품생산, 설계, 시공·유지관리 기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 국내에는 블록의 체계적인 시스템이 부재한 상태에서 사용되다보니 많은 아쉬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협회에서 지난 2017년 협회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차도용 블록포장 설계·시공·유지관리 지침서’를 만들었지만, 아직 폭넓게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의 확대 보급 시행이 필요합니다.

또한 정책적인 관심도 필요합니다. 현 지침서에도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국내외 관련 연구자료 등에 의존하다 보니 국내 현실에 맞는 체계적인 연구와 시행착오를 통한 결과의 반영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자료가 매우 부족합니다. 아직도 국가 연구기관에서 블록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블록에 대한 관심과 체계적인 연구지원이 필요합니다.

이밖에도 블록 제조사의 양심적인 제품 생산, 시행자의 설계지침에 의한 설계 기법, 시공자의 책임을 가지고 각각의 명패가 달린 책임시공도 필요한 실정입니다. 또한 사후에 점검평가도 이뤄져야 하며, 각 단계별로 관련된 모두가 책임의식을 갖고 견실한 블록시공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면 합니다.

현재 한국블록협회의 주요 현안은 무엇인지

많은 현안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블록포장에 대한 체계적 시스템 구축입니다. 현재 블록포장에 대한 중앙부처의 담당기관이 없습니다. 예를 들면 블록의 많은 수요가 발생하는 행정안전부 또는 국토교통부에 블록포장을 담당하는 부서가 없다 보니,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제품생산,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에 대한 기준이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점에서 장점이 많은 차도블록 사용은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입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 한시라도 빨리 중앙부처 차원의 담당부서가 정해져 블록에 관한 정책을 총괄하는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절실합니다. 아울러 설계 및 시공을 위해 국가기준이 만들어져 기술과 품질이 완벽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토대로 대국민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에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올해 추진할 사업과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도 많은 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만 중점사항 위주로 말씀드리면 서울시가 주관하고 우리협회가 후원하는 ‘2019 보도블록엑스포’ 행사가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시청 광장과 본관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서울시가 주관해 진행하는 이 행사는 블록관련 제품전시회·시연회와 심포지엄으로 구성되며, 국내 블록 산업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블록협회 내적으로는 정기적인 세미나와 워크샵을 개최하고 국내외 블록관련 R&D에 적극 참여를 통해 국내 블록산업의 기술발전 기반을 제공하고자 추진 중에 있습니다. 또한 회원사 제품에 대한 제품품질 평가 Feed Back을 통해 제조회원사 품질관리 지원에도 앞장설 예정입니다. 앞으로 LH 등에서 체택하게 될 다양한 제품 품질기준에 대한 품질평가·결과를 공유해 회원사별 눈높이를 높여 국내 블록산업의 한 단계 Jump-Up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회원사 제품을 사용한 차도블록포장 시범사업 진행도 계획 중에 있습니다. 현재 도로변 대형주차장 등에는 블록포장이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사용된 블록포장의 품질에 일부 하자가 발생해 차도블록 포장이 도입되지 않은 것에서 기인합니다. 이에 우리 협회에서는 하자발생 원인 분석 등을 통해 정밀시공 계획을 마련하고, 협회의 이름을 걸고 ‘제품선정, 설계 및 시공’에 관한 시범사업을 시행할 계획입니다. 대형 주차장, 휴게소, 차량통행이 보행자와 혼재된 도시 중심부 도로, 광장 등에 블록포장이 자리를 잡아 차도블록 포장의 장점을 널리 체험하게 할 기회의 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리 협회는 블록의 품질 및 기능향상을 위한 학술적, 기술적 입증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 오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블록산업을 한층 발전시켜나감에 따라 인간 삶의 편의를 증진하고 아름다운 사회 기반시설 건설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또한 경제성을 고려한 고품질의 제품 생산을 위해 우리 협회가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협회는 회원 모두의 신뢰를 바탕으로 블록생산 제품의 품질을 보증하고 미래지향적인 기술을 개발해 국가 기반시설 건설의 중대한 한 몫을 수행할 것임은 물론,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이바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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