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디지털 전환은 이제 모든 산업에서 필수 불가결한 사항이 됐다. 플랜트 엔지니어링 산업 또한 마찬가지다.
이에 최근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EPC 산업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AI를 활용한 엔지니어링 업무 혁신과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 설계(engineering), 조달(procurement), 시공(construction) 과정에서 불필요한 시스템을 개선하고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국내 대표적인 엔지니어링 선도기업으로 손꼽히는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AI·빅데이터, Biz 플랫폼, OSC, 시공 로봇 등 최첨단 스마트 건설 기술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는 한편, 디지털 전환, 환경·에너지 신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가능성과 가치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현대엔지니어링의 미래성장을 위한 기술 Hub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미래기술사업부 스마트DT실은 디지털 기반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담당하는 디지털 혁신 조직으로서 관련 역할을 수행 중이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이 디지털 혁신을 위해 주력하는 기술은 크게 AI·빅데이터, 지능형 설계 자동화,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플랜트 산업의 특성상 사내뿐만 아니라 발주처와 협력업체 간 문서 협업 시 생성되고 유통되는 데이터는 데이터베이스와 같은 정형 데이터보다 문서, 도면, 시트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비정형 데이터는 분석·활용 측면에서 한계가 있기에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현대엔지니어링은 비정형 도면 정보를 인식하기 위한 ‘Vision AI 기반 P&ID 도면 인식 및 관리 시스템’을 장기 R&D 과제로 실시해 기술을 확보하고 올해 실적용을 앞두고 있다.
발주처로부터 받은 도면을 최대한 짧은 시간에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 준지도 학습 방식을 통해 3일 안에 학습을 완료하고, 바로 도면 내 인식대상인 심볼, 텍스트, 라인을 인식한 후 정보체계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시스템의 인식률은 95% 내외로 나타나고 있으며, 후속 공정에 전달된 산출물들을 자동생성해 전달할 수 있다.
해당 과제는 효율이나 인식 정확도 측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으며, 다양한 논문과 특허 출원을 마친 상태다.
특히 비정형 문서들에 대한 효율적 관리를 위해 업계 최초로 건설업의 일반 지식과 당사 특화 지식을 학습한 ‘HEC 특화 sLLM(Large Language Model) 베이스 모델’을 구축한 것은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술이 여타 기술과 차별화되는 부분 중 하나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은 RAG 등의 기술을 이용해 기존에 보유한 다양한 지식 정보·문서에 대한 의미기반 검색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미래기술사업부 스마트DT실 이현식 실장(사진)은 “향후 ITB와 같은 계약서 분석 시스템 또는 엔지니어링 전문가 시스템 등으로 확장해 단순한 정보검색을 넘어 AI가 엔지니어의 전문 Advisor로 자리 잡도록 해 엔지니어의 생산성 향상 및 업무 효율화를 달성하고자 한다”며 “AI의 발전속도가 빠르고 수많은 분야에서 업무효율을 높이고 있지만 잘 정돈된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은 AI 기술은 실현되기 어려운 허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엔지니어링만의 데이터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현재 데이터 자산화로 확장하는 전사 데이터 자산화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3년까지 당사에 적합한 데이터 플랫폼을 자체 구축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올해부터 데이터 거버넌스 등의 관리체계를 정립하고 본격적으로 전사 데이터 자산화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 실장은 “자산화와 동시에 데이터의 활용에도 집중하고 있다. 다양한 분석방법 도입·시각화 등을 통해 데이터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종국에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환경을 만들어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설계 전문기업으로 출발해 타사보다 오랜 경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축적된 설계역량이 주요한 경쟁력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최대한 단순반복 업무를 제거하고 단시간 내 정확한 설계 산출물을 생산할 수 있는 ‘지능형 설계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설계 자동화 시스템은 독자적으로 구축되는 것이 아닌 선·후행 관계를 정립하고 선행 시스템에서 생성된 정보가 후행 시스템으로 전달돼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정보 파이프라인’을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AI 기반 P&ID 인식이나 ITB 분석 등에서 산출된 정보들이 지능형 설계 자동화 단계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현대엔지니어링은 배관과 철골 부분에 집중해 배관 Auto-Routing부터 철골 Shop 도면 자동설계까지 5대 주요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배관 Auto-Routing은 배관의 경로(Route)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추천해 엔지니어의 설계 의사결정을 도와준다. 이러한 Auto-Routing에서 생성된 3D 설계 모델은 후속 공정인 3D Auto Modeling으로 전달돼 후속 3D 모델 설계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 중 배관의 특정 형상(Typical), 철골 설계에 3D Auto-Modeling을 적용, 손쉬운 모델링이 가능하다. 또한, 생성된 3D 모델은 구조해석 설계 자동 시스템을 거쳐 철골 Shop Drawing 자동 생성까지 연결되게 되는데, 해당 과정에서 출력되는 정보 산출물들은 모두 후속 시스템의 기초 입력 자료로 활용돼 데이터의 파이프라인을 구성하게 된다.
지능형 설계 자동화 시스템은 올해까지 배관과 철골을 마무리하고 2025년에는 기계, 전기, 계장 등 타 공종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앞선 개별 기술들의 완성도가 높다고 하더라도 사용자의 편의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표준화되지 못한다면 그 효용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성공적인 통합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가장 주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이에 이 실장은 미래 ICT 기술들이 완전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잘 구성되고 운영됐을 때 시스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실장은 “플랜트 분야의 디지털 전환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라고 보고 있다. 아직은 AI나 데이터 자산화도 이제 진입하는 단계이고 지능형 설계 자동화 역시 마찬가지”라며 “비즈니스 플랫폼 전환도 더욱 고도화되고 표준화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단기 성과 위주의 기술 개발보다는 다양한 요소기술들이 복합적으로 구성되는 중장기 로드맵을 구성하고 이에 따라 단계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설업의 경우 생산성은 2017년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고 타 사업 대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디지털 지수 역시 최하위로 나타난다”며 “디지털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생산성은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검증돼왔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통해 현재 다소 낮은 생산성을 극복할 수 있다면 이 자체가 회사의 성장을 위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현대엔지니어링은 시스템 구축을 통해 습득한 지식이나 경험 정보들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공유하고 전달해 회사 자체를 넘어 플랜트 분야 산업 전체의 스마트DT 기술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일반적인 플랜트/건설 지식의 학습이나 International Code&Standard와 같은 지식 정보의 습득은 대기업에서도 수행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 실장의 생각이다.
이 실장은 “정부나 기관에서 플랜트 일반 지식이 포함된 범용 LLM을 구축하고 공개한다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참여 가능한 플랜트/건설 AI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본다”며 “플랜트 분야의 디지털 전환은 사실 그리 쉬운 과제는 아니다. 여러 가지 장벽들이 존재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모색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제 디지털 전환은 플랜트 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회피하거나 외면하기보다는 업계 전체가 이를 당면과제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이 디지털 전환의 캐즘(Chasm)을 지나고 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이 단계를 지혜롭게 넘어가서 현대엔지니어링이 디지털 기반의 업계 리더로 한 단계 발돋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견지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