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산화물 저감하면 미세먼지 사라지나
질소산화물 저감하면 미세먼지 사라지나
  • 공학저널
  • 승인 2019.05.0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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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풀어야 할 미세먼지 숙제

최근 미세먼지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미세먼지의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 문제의 사회적 논의는 미세먼지의 성분과 형성 원인에 대한 과학적 규명과 해결책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언론은 질소산화물의 대기 중 농도를 줄이면 미세먼지가 감소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과연 미세먼지의 화학이 그렇게 간단하다고 볼 수 있을까. 이러한 의구심을 가져보며, 화학자의 입장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많은 언론에서 미세먼지 성분 분석에 대한 결과가 보도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황산화물 (SOx) 에서 나오는 황산이온, 질소산화물 (NOx) 에서 발행하는 질산 이온 등이 비중이 높으며 암모니아 (NH3)에서 나오는 암모늄 이온, 탄소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온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데이터를 화학적 분석이 없이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오류를 범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되는 미세먼지 성분의 비율은 중량 비율이다. 이를 다시 이온의 수로 환산하면 암모늄 이온의 수가 다른 것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세먼지의 성분 중 암모니아에서 형성되는 암모늄의 수가 가장 많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암모니아 배출이 미세먼지와 연관이 크다고 추론할 수 있다. 참고로 질량을 몰수로 환산하는 방법은 고등학교 화학 교재에 자세히 나와 있다.

미세먼지의 주성분으로 질산염, 황산염을 지목한다. 염은 이온성 화합물로 양이온과 음이온이 짝을 이룬다. 질산, 황산이온은 음이온이며 이들이 염을 이루려면 양이온 짝이 필요하며, 이 양이온 짝이 암모니아에서 나오는 암모늄 이온인 것이다.

결국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이 대기 중 반응해 이루는 질산, 황산 음이온은 암모니아에서 나오는 양이온 짝을 만나서 질산염, 황산염을 형성하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질소산화물, 황산화물뿐만 아니라 암모니아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암모니아가 없다면 질소산화물, 황산화물만으로 미세먼지가 형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추론해볼 수 있다. 암모니아의 배출에 대한 통계는 매우 부족하다고 알려져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질소산화물과 암모니아가 반응해 질산염을 형성한다고 할 때 질소산화물 분자 100개 암모니아 분자 10개가 있다면 질산암모늄 10개가 형성된다. 질소산화물을 100개에서 50개로 줄여도 질산암모늄은 똑같이 10개가 형성된다. 암모니아를 10개에서 5개로 줄이면 잘산염은 5개로 줄어든다. 대기 중 화학반응으로 미세먼지가 형성된다면, 미세먼지를 형성시키는 원인 물질 중 대기 중 농도가 낮은 것을 더 낮게 하는 것이 미세먼지 저감에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대학교 일반화학에서 배우는 한계시약이라는 개념이다.

국내 대학 연구진이 미세먼지 구조를 분석한 결과 탄소입자가 중심을 이루고 있고, 그 주변에 질산, 황산암모늄, 중금속 이온들이 붙어있는 형태임이 밝혀진 바 있다. 특히 탄소가 미세먼지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부 대기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탄소 덩어리 표면위에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암모니아, 오존이 흡착·반응해 미세먼지 입자크기를 증가시킨다. 이는 탄소덩어리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질산암모늄, 황산암모늄 등이 대기 중에서 형성되는 속도가 훨씬 느려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탄소 덩어리는 일차적으로 화력발전소, 자동차 등에서 배출되기도 하지만, 대기 중의 유기화합물, 질소산화물의 광화학적 반응에 의해 형성되기도 하고 이를 이차유기에어로졸이라고 한다.

성균관대학교 화학과 김영독 교수

대기학자들은 이차유기에어로졸의 형성이 질소산화물의 농도에 따라 촉진되기도 하고, 저감되기도 한다고 보고한다. 결국 질소산화물의 농도만 줄였다가 오히려 2차 미세먼지의 중심핵의 개수를 늘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 전문가들이 질소산화물만 줄이면 미세먼지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세먼지의 형성원인에 대해서는 필자의 짧은 글과 식견으로 모두 다룰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초연구들이 이뤄져 있으며,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다양한 과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분석하고 원인규명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미세먼지의 형성 원인을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는 아무런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형성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할까.

당장 국민들이 숨을 제대로 쉬기 힘들다고 불편해 하는 마당에 미세먼지의 형성원인을 규명할 때까지 기다리라고만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미세먼지의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모든 오염물질의 배출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언제부턴가 질소산화물의 배출을 줄여서 미세먼지의 성분인 질산이 줄어들면 미세먼지도 없어질 것이라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사실처럼 번졌다. 앞서 이야기했듯 상황이 간단하지만은 않다. 질소산화물, 암모니아 이외에도 휘발성유기화합물, 황산화물, 오존 등이 미세먼지 형성에 관여한다. 이들을 동시에 줄여야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유차는 휘발유차보다 질소산화물은 더 배출하지만 휘발성유기화합물은 덜 배출한다고 한다. 때문에 경유차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할만한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유럽에서도 경유차를 퇴출하려고 한다는 점에 많은 언론이 주목한다. 대기 중 질소산화물은 산성비를 만들어 인체에 유해하다. 미세먼지 문제가 우리나라처럼 심각하지 않은 유럽의 경우 경유차를 억제하면 대기환경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마저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지만 유럽에서는 경유차뿐만 아니라 모든 내연기관의 운행을 도시에서 억제하려는 노력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당장 미세먼지가 시급한 사안이다. 하지만 유럽에서 경유차를 억제하니 우리도 같은 정책으로 미세먼지를 없앨 수 있다는 것은 과학적 결론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미세먼지의 형성은 과학으로 이해해야 하고 정책은 과학을 기반으로 해야만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대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글_성균관대학교 화학과 김영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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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수 2019-05-11 16:17:05
100% 동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