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올해 태풍 힌남노가 한국에게 안긴 충격은 강렬했다. 그간의 안일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수많은 인명사고와 경제까지 뒤흔들며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특히 도시의 낮은 지대, 지하거주지역, 주차장 등 아래로 열려 있는 지하공간은 우천 시 침수 무방비지대로 전락했다. 침수가 빈번히 발생하는 지하공간에 대한 침수대응이 전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수시로 집중호우가 발생하고 있으며, 올해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한국은 3년간 평균 강우량의 두 배가 넘는 집중호우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APEC과 기상청이 공동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40년 내 이러한 극한강우 패턴이 35~60%는 더 증가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집중호우로 인한 누적 수위와 침수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지하주차장입구, 지하철입구, 건물(사업장)입구 등 지하로 연결된 개구부에는 반드시 차수판, 모래주머니 등과 같은 침수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발 빠르게 이러한 침수대응체계를 적용한 기술 개발에 나섰다. 현재 서울시 지하철계획과와 ㈜우노가 공동 개발하고 있는 ‘스마트 워터블럭시스템(SWBS)’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SWBS는 침수예측-현장대응-모니터링이라는 3단계 입체적 침수대응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기존 홍수예측시스템은 지역 또는 유역 단위로 정보가 생성되고 사용자들에 알림이 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업장, 현장, 지하철실무자 등의 입장에서는 언제 어디서 침수가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SWBS는 우노가 개발한 침수예측·알람시스템(IFAS)을 통해 1일, 6시간, 3시간 전 침수여부를 건물입구, 지하주차장입구 등 지점별로 침수시간과 수위를 알 수 있다.
또한 상하좌우 무한 확장 모듈 방식의 수동차수판(SIMS-c)은 수밀성과 강도 성능인증에 대한 KS 인증을 획득해 다른 제품보다 최소 5배 이상의 B/C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국내 경쟁제품 대비 비용도 50% 이하로 강점을 갖고 있다.
우노 오은호 대표이사(사진)는 “무엇보다 이번 서울시와의 연구 개발을 통해 구조와 모터를 경량화하고 넉다운 유지관리시스템을 채택해 기존의 제작·설치·운영비보다 70% 이상 절감할 수 있게 됐다”며 “자동차수시스템의 안전성·신속성·원격모니터링의 편리성 등 장점은 알고 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적용하기 어려웠던 반면, 우노의 SWBS를 통해 스마트한 기능과 차수 성능이 훨씬 좋아졌음에도 가격은 종전의 1/3 수준이어서 매우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뿐만 아니라 SWBS는 차수블럭(Water Block)의 독특한 구조로 기존의 바닥 또는 벽, 기둥 구조에 피해를 주지 않고 설치·사용이 가능하며, 유지관리가 편리하도록 넉다운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점 또한 차별화되고 있다.
특히 지하철입구 또는 지하주차장입구에는 아스콘이나 바닥판 아래 토공슬라브가 사용되는데 이때 전체 구조의 안전을 위해 토공슬라브를 깨거나 변형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기존 자동차수시스템은 비교적 규모가 큰 구조물로 개발돼 벽과 기둥 등 기존 골조에 데미지를 입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우노의 차수블럭(Water Block) 구조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했다.
오 대표는 “미국에 있던 시기에 아이오와 주 다운타운이 완전히 물에 잠겨 현장조사를 나갔던 적이 있다. 이때 놀랐던 부분이 바로 다양한 종류의 차수시스템이었다”며 “포르타댐, 아쿠아펜스, 아큐아튜브 등의 차수시스템이 호텔이나 개인주택에서 성공적인 차수대응을 하는 것을 보며 성능을 실감했고, 이후 한국에 적용해야겠다는 일념으로 DRIMSS, RASS 같은 수재해 대응시스템과 차수시스템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우노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내 창업을 통해 수동차수시스템을 고도화해 현재의 침수모니터링시스템 등을 개발했다. 건설기술연구원 스마트건설지원센터에서는 매년 입주기업을 위해 시제품제작·검증사업을 진행해 3천만원의 시제품 제작비를 지원해 주고 있으며 우노가 이에 선정돼 지원을 받게 된 것.
오 대표는 “스타트업은 영세한 규모로 시작할 수밖에 없어 직접 개발하고 설계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시제품 제작지원은 큰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우노는 국내에서 SWBS와 전기차화재대응시스템 등 관련 제품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후 미국진출을 통해 해외 침수시장과 전기차화재시장에 기술 확산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오 대표는 “우노가 만들고 공급하는 기술과 제품들로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모든 가정에서 컴퓨터를 보유하듯 모든 건물에서 SWBS를 설치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량하고 대중화하고 싶다. 퍼스널컴퓨터의 대중화로 전 세계가 바뀐 것처럼, SWBS의 대중화로 전 세계가 안전한 세상이 되는 것이 삶의 모토”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