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도 칼럼] 제대로 일하는 것
[정이도 칼럼] 제대로 일하는 것
  • 공학저널
  • 승인 2022.11.1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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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경제, 질병의 위험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만 해도 전쟁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외국인들이 식겁하는 와중에도 우리는 그것을 연례행사 정도로만 치부했다.

러시아는 21세기에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대만을 노리는 중국과 이미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전쟁할 수 있는 국가가 되려는 일본, 그리고 북한까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전쟁 위험국에 둘러싸인 나라도 없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은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인데 비중이 큰 반도체와 자동차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으로 인해 수출에 제한이 걸렸고 미국의 대중 무역 제재로 중국 수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두 나라 모두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이다.

그리고 코로나19는 많은 변이를 거쳐 아직도 진행 중이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가계 부담 증가, 집값 폭등 각종 사건과 사고. 어느 하나 좋은 소식이 없다. 왜 갑자기 우리나라는 위기의 나라가 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화가 하나가 있다. 일본의 어느 기업의 일화인데, 어느 날 센터장이 몇 년간 서버 말썽이 나지 않았다고 서버 관리팀 전원을 해고한 적이 있다. 몇 주 후에 당연히 서버 말썽이 생겼고 그 회사는 엄청난 위기를 겪게 되었다는 일화다.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 안에서 사람이든 기계든 문제가 안 생기게 유기적으로 열심히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없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은, 위기가 생기지 않기 위해 그 안에서 해당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증거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서버 관리팀을 전부 해고한 것은 정말 최악의 선택이다. 문제를 만들지 않고 고요하게 서버를 운영했던 팀원들은 제대로 일했고 센터장은 제대로 일하지 않았다. 나아가 위기가 없는 안정적인 상황에서 굳이 문제를 만들었다.

센터장이 제대로 일했다면 서버에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것에 상을 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해고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직원들의 업무는 서버를 잘 관리하는 것이다. 가만히 놔두면 전문가들은 알아서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을 건들지만 않으면 말이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에 발생한 춘천 레고랜드 사건도 강원도에서 뜬금없이 보증 의무를 지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각종 채권 신용도가 급락했다. 어떤 의도였을까? 뜬금없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았다. 이 여파는 지금은 잘 드러나지 않겠지만 이 사건이 나비효과가 되어 발생하지 않아도 되는 많은 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위기는 인구감소 때문에 발생할 것이고, 지금의 위기는 사전에 그 내용을 확인해서 대응할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한 대응, 미국의 대중국 무역전쟁, 미국의 금리인상, 부동산정책 등이 그렇다.

우리나라에도 전문가는 많다.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면 지금 같은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위험을 최소화했을 것이다. 경제위기가 발생할 것 같으면 경제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판단하면 되고 나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 훌륭하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중국을 포함한 투기 세력이 집값 상승을 주도했는데 이를 명확하게 알면서도 제대로 막는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목적이 명확하고 대응만 하면 되는 이런 문제들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이제야 금리 인상이 부동산 가격 급등을 해결하고 있다. 그전까지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는데 미국의 금리인상이 우리나라의 집값을 잡아준 셈이 되었다.

모르면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전문가는 왜 있을까. 인간 개인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그 시간 안에 배울 수 있는 것 역시 한정되어 있다. 한 개인이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렇기에 모든 문제의 해결점은 결정권자가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적재적소에 전문가들이 업무를 하는 것에 있다.

나라도 기업도 가정도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화목해질 수 있다. 가정은 부부 중 한 사람이 돈을 벌고 다른 사람이 아이를 맡아서 키우고 아이들은 공부하면서 자기 적성을 찾아가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는 다른 해결책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육아를 노부모가 도와주는 것처럼.

이상적인 기업은 대표를 포함한 임원진의 영업으로 일감을 수주하면 직원들이 이에 맞춰 업무를 진행하면 훌륭하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부서별로 각자의 맡은 일을 수행하면 된다.

이상적인 국가는 대통령 등의 결정권자가 정책 결정을 하고 결정하기 위한 좋은 정책들을 국회에서 만들면 된다.

일은 잘하지 못해도 된다. 제대로만 해 놓으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며 혹시라도 변수에 의해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처리하면 된다. 이때 제대로 일 처리를 했다면 문제가 발생해도 쉽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제대로 일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하는 일의 목적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가정은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하고 기업은 최대한 가정의 행복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많은 이익을 추구하면 된다.

나라는 국민 개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일을 하면 된다. 정말 그것마저 어렵다면 최소한 헌법 제1조 7항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것만 지켜도 된다. 그리고 국민은 헌법 제2장 제10조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를 지키면 된다. 그것이 우리가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글_정이도
㈜드림기획 대표이사
공학전문기자/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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