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도 칼럼] 우리는 과거에도 위기를 극복했다
[정이도 칼럼] 우리는 과거에도 위기를 극복했다
  • 공학저널
  • 승인 2022.10.1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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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문득 아파트를 보면 한 채가 10억이니까 1,000세대가 살면 1조라고 생각하고, 도로에 우두커니 서서 지나가는 자동차의 숫자를 세면서 하나당 2,000만 원이라고 한다면 순식간에 눈앞에서 1조가 지나간다고 생각한다.

한 뼘도 안 되는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 몇백만 원을 쓰기도 하고 특별한 날에는 한 끼에 몇십만 원 하는 음식으로 그날을 기념한다. 돈을 모아 명품 가방을 사기도 하고 호캉스라고 해서 숙박비가 백만 원이 넘는 곳에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의 수입만 있으면 누구나 자동차를 살 수 있고 우리나라 여권의 힘으로 해외여행을 쉽게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 말로 TV를 켜고 끌 수 있고 스마트폰만 있어도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다.

너무 발전했기에 그러할까? 과거의 추억을 가져오는 프로그램은 엄청난 인기를 얻는다. 소식이 끊겼던 과거의 스타가 나오면 사람들은 환호하고 최근에 트로트가 인기를 얻는 것은 우리가 한창 힘들 때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일 것이다. 과거의 성장했던 때가 그리워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이 있기 전에는 한국전쟁이라는 큰 위기가 있었고 IMF 사태도 발생했다. 아마 지금의 젊은이가 태어난 대한민국은 가난한 나라가 아니기에 그 위기를 체감조차 할 수가 없다. 부모 세대와의 갈등은 그래서 일 것이다. 처참한 가난을 겪지 않았던 세대와 비참한 가난에서 벗어나려 했던 세대. 단지 그 차이일 뿐.

한국전쟁의 아픔을 딛고 성장한 대한민국은 부모 세대들에게는 너무나 자랑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믿는다. 그래서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 아무리 그들이 애먼 짓을 하고 있더라도 그들 때문에 본인들의 삶이 좋아졌다고 믿는다. 그래서 또 지지한다.

지금의 성장은 국민 스스로 만든 것인데 착각한다. 그 공을 정치인들에게 돌리고 있는 것이 가슴 아플 때가 많다. 우리는 약자였기에 그럴 것이다. 그 처참한 국토에서 기댈 곳 없는 상황에서 누구에게라도 의존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등이 필요하면 등을 내어 주었고 아픔에 어쩔 줄 몰라 하면 서로 보듬어 주었다. 우리는 모두가 약자였기에 편을 가르지 않았다. 약자를 괴롭히는 이들에 저항했다. 옳지 않은 일에 맞서 싸웠고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이들에 대항했다. 목숨을 소중히 여겼지만, 그것으로 무엇인가 바꿀 수 있으면 너무 쉽게 희생했다.

정이 있는 한국인이기에 약자가 보이면 적극적으로 도우려 했고 잘못된 일은 바로잡으려는 의지가 강했다. 성격은 급하지만 일을 그르치지 않았다. 일을 그르치지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시간을 갈아 넣어 어떠한 임무라도 완성하고 만족했다.

우리는 서로 배려 했다. 지역갈등이 있어도 개그의 소재로 사용하거나 뒤에서만 욕을 했지 막상 만나면 지역과는 상관없이 즐거웠다. 서로 욕을 하더라도 마음을 주고받으면 갈등은 해결되었고 친구가 되었다.

남녀갈등도 흔치 않았다. 서로의 배경을 살피기보다 마음을 살폈다. 열심히 살기에 기댈 곳 없는 마음을 서로에게 주었다. 그렇게 사랑하고 가족이 만들어졌다. 지금의 남녀갈등은 풍족해졌기에 생기는 것일까? 나의 부족함을 상대로부터 채우려고 안 했다. 그저 사랑하는 이가 곁에만 있으면 그것이 힘이 되는 원동력이었고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다.

10년을 일하면 아무리 못해도 내 집은 마련할 수 있었다. 그래서 돈을 더 벌어 승용차도 사고 외식도 했다. 인생의 목표를 이루는 동안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그런 삶을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것들을 포기한다. 그때와는 상황이 너무나 많이 변했다.

지금은 빈부격차가 너무 커졌다. 부는 특정인들의 전유물이었지만 그래도 노력하면 그 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고도 믿었다. 그러하기에 노력했고 밤낮없이 일했다. 열심히 일하면 돈을 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지금은 누구나 알고 있다.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급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이미 선진국에서 태어나서 살고 있는 젊은이들은 과거에는 노력으로 얻을 수 있던 것들을 포기한다. 노력해도 집을 얻을 수 없기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 안정적인 삶을 사는 대신에 하고 싶은 것을 거치없이 하면서 사는 삶을 선택했다.

그 짧은 사이에 대한민국에서의 삶은 너무 많이 변했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를 잊지 않는다. 약자였던 그 때 서러웠던 6·25전쟁에서 우리를 도와줬던 나라가 위험에 빠지면 종종 보답하기도 한다.

우리는 약자였기에 그들의 아픔을 아는 것이다. 그렇게 아픔을 딛고 성장했기에 나라도 개인도 지금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도 내부적으로도 너무 큰 위험에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불안할 것이다.

하지만 본질은 변함이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약자의 위험을 내버려 두지 말고 손을 잡아 주면 된다. 도움을 받으면 갚아주거나 그 도움을 또다른 누군가에게 배풀면 된다. 불의를 보면 지나치지 말고 작은 용기를 내어주면 된다. 강자에게는 강하고 약자에게는 약하면 된다.

시대는 변했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역사와 국민성이 있다. 그리고 그 국민성은 어떤 위기도 극복해 왔다. 어쩌면 IMF 때보다고 지금이 더 큰 위기일 것이다. 질병과 전쟁, 그리고 자국이기주의가 만연한 현재. 지금 선진국이 되었다고 달라질 것도 없다.

한국인이라서가 아니라 한국인은 분명히 다른나라 사람들과 엄연히 다르다. 성격도 지능도 행동도 전 세계에서 이러한 민족은 없을 것이라고 자부할 정도로 훌륭한 민족이다. 그렇기에 그 처참했던 과거의 시간을 너무나도 훌륭히 극복해 냈다. 그러하기에 지금 국가부도보다도 더 큰 위기의 순간인 지금도 충분히 극복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글_정이도
㈜드림기획 대표이사
공학전문기자/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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