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량시장의 위기 극복, 설계분야 인식부터 해소할 때…
교량시장의 위기 극복, 설계분야 인식부터 해소할 때…
  • 전찬민 기자
  • 승인 2022.10.0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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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우리나라의 케이블 교량의 역사는 40년 정도에 불과하지만, 터키 보스포러스 3교, 칠레 차카오교 등 해외 교량 건설에도 우리나라의 설계, 시공기술을 적용할 정도로 세계적 기술 수준으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장 현수교인 튀르키예의 차나칼레 대교를 건설하며 우리나라 교량 기술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량 기술은 1980년대 말과 1990년대에 서해대교 등 국내 초장대 교량의 기본설계 또는 감리업무를 담당한 교량 기술 선진국 기술진과 협업하는 기회를 가지면서 급속히 발전했다. 당시에는 국내 몇 개 대학에서 케이블 교량 등 초장대 교량에 관련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젊고 우수한 기술진이 설계사, 시공사 등 산업계에 진출한 상태였다.

선진국 기술진은 기술 이전에 소극적이었으며, 기술진이 수행한 업무의 결과만을 통보해주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국내의 박사급 기술진이 독립적으로 수행한 기술검토결과를 그들의 결과와 맞춰 가는 등의 과정을 거쳐 노하우와 경험을 쌓은 결과, 국내 기술진만으로도 초장대 교량의 설계가 가능할 정도로 발전했다. 또한 경험 많은 시공사 기술진의 우수한 시공능력 또한 밑받침이 됐다.

이러한 세계적 위용에도 불구하고 현재 교량분야는 젊은 인재들의 부재로 위기 아닌 위기인 상황이다. 건설기술은 높은 교육 수준의 우수한 기술진이 끊임없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발전해야 하고, 또 쌓아온 기술과 경험을 젊은 기술진에 전수해 지속적으로 우수한 기술진이 공급돼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는 토목공학을 기피하고, 토목공학 전공 대학생들마저도 공무원 또는 연봉 수준에 따라 진로를 선택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는 실정으로, 어려운 공부를 회피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의 수도 매우 적어진 상태다. 이와 같은 현상은 기본 능력과 잠재력을 가진 우수한 젊은 기술자의 공급이 끊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교량 기술 분야의 미래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한국교량및구조공학회 이재훈 회장(사진)은 “설계과업의 수주가 기술수준이나 창의성에 좌우되는 것이 아닌 영업의 결과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느끼는 한 설계자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며 “설계비의 배분에 있어서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는 설계과업의 수주 영업에 종사하는 일부 상위층에 크게 배분된다는 인식이 많은 것이 현실인데,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설계분야의 위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량을 비롯한 건설 전반의 위기 속에서 한국교량및구조공학회는 건설 구조물과 관련된 모든 학문과 기술의 발전, 보급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회발전에 이바지하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건설 구조물은 도로 구조물, 항만 구조물 등 사람과 물류를 수송하는 교통시설물과 상하수도, 댐, 유류·가스 저장소, 화력발전소·원자력발전소, 건축물 등 인류가 편리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시설물로, 대표적인 사회간접자본(SOC)이다. 그 중에서 교량은 사람이 걸어서 건너가도록 만든 인도교, 차량이나 기차를 이용해 사람과 물류를 빠르고 안전하게 수송하는 도로교와 철도교 등 다양한 형태로 건설돼 왔다.

한국교량및구조공학회는 교량을 대표적인 건설 구조물로 다루고 있지만 교량을 포함한 모든 구조물을 대상으로 하는 학술단체로서, 실제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기술적 문제의 해결과 기술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해외 관련 단체와의 유기적 국제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우리나라 기술의 국제화와 선진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 회장은 “국내 건설의 계획, 설계, 시공, 유지관리의 모든 제도를 국제표준(global standard)으로 전환해야만 해외 건설시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며 “국내용과 국제용의 두 가지 다른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으며, 우수한 품질의 사회기반시설물을 기대하며 세금을 내는 납세자 국민들에게도 떳떳하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설 제도를 관리하는 공직자들이 사명감을 갖고 권한을 발휘해 젊은 건설기술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국가시설물을 설계하고 건설하도록 합리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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