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도 칼럼] 기술은 전문가의 영역, 비전문가는 NO
[정이도 칼럼] 기술은 전문가의 영역, 비전문가는 NO
  • 공학저널
  • 승인 2022.07.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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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발사가 성공한 이후 많은 비화가 이제야 밝혀졌다. 적은 인력과 투자 비용, 경험 없는 조사위의 만행, 허술한 마스터플랜 등 그 내용을 자세히 들으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 다수다. 비전문가는 결정권 행사를 포함해서 계획 수립 및 참여 등 전문가의 영역에서 빠져야 한다.

과거 독자 기술이 없던 우주산업의 마스터플랜은 지금 보면 처참하기 그지없다. 마스터플랜이라는 것이 꼼꼼하게 세부 방침이라든지 구체적인 내용은 있었겠지만, 이것이 언제부터 언제까지는 100kg급 발사체를 개발하자, 언제부터 언제까지는 1톤급 발사체를 개발하자는 식이었다.

막연한 마스터플랜은 우주산업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차례 개발 계획을 연기하고 한동안 답보상태가 이어지는 등 구체적인 기술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간을 정하고 개발하자고만 하면 엔지니어들이 그것에 맞춰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했다.

나로호 개발 당시에도 우리나라는 자체 기술이 없었기에 기본 설계도 못 하는 상황이 있었다. 하지만 하늘이 도왔는지 러시아에서 모형 엔진을 들여오기로 했는데 모형이 아닌 첨단 다단 연소 사이클의 앙가라 엔진(미국도 최근 수입하려 했던 강력한 첨단 엔진)이 그대로 들여왔다.

기본설계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을 때 앙가라 엔진이 발사체 개발의 전환점이 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듯이 당시 전문가들이 유럽과 미국 러시아 등의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발품을 팔고 노력했던 결실이 나타났다.

특히, 미국이나 러시아 등 우주 선진국들은 엔진 기술을 절대로 유출하지 않기에 엔진 그대로 들여온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러시아의 디폴트 등 여러 이유로 우연히 들어왔지만, 원칙대로라면 엔진 그대로가 들어오는 일은 없다. 하늘이 도왔다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그래서 엔지니어들을 존경한다. 그들은 계획을 세웠기에 진행한다.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세우더라도 본인들의 업무이기에 묵묵하게 해결 방법을 찾아 엄청난 노력을 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엔진에 관한 일화도 엔지니어들이 와중에 러시아와 접촉을 했고 모형 엔진이라도 지원받을 방법을 찾았을 것이고 의도치 않게 실제 엔진을 지원받게 되었을 것이다.

원래 대한민국 공학인들은 그렇다. 계획이 세워지고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면 어떻게든 해낸다. 우리 대한민국 공학인의 유전자는 그렇다. 대한민국 공학인들의 유전자는 무엇이 다른 것인지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

우리나라 공학인들의 대표적인 특징은 계획이 세워지고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가능한 오더가 내려져도 어쩔 수 없다는 심정으로 가능성을 찾아내고야 만다. 방법이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들도 그들의 머릿속에서 경험과 지식, 정보와 노력이 융합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비단 우주산업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전반적인 분야가 그러하다.

미국은 우주개발 비용을 410억 달러, 중국은 58억 달러, 일본은 31억 달러가 소요되었다. 그런데 한국은 5억 9천 3백만 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단순 비교만을 하더라도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개발 인원도 큰 차이 난다.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그래서 제대로 된 계획만 세워진다면 더 훌륭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그 일화를 일일이 다 얘기할 수 없지만 제대로 되지 않은 계획을 세웠더라도 엔지니어는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공학인은 그랬고 앞으로 그럴 것이라 예상한다. 그렇다면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말 현장에 맞는 계획을 세워 좀 더 제대로 된 마스터플랜이나 다양한 기획을 하고 좀 더 유연한 연구 및 개발을 하는 방법은 없을까?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방법이 없다.

나로호가 실패했을 당시에도 발사체 경험이 전무한 조사위원회가 꾸려졌는데 그들이 엔지니어에게 폭언하고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전해진다. 이 부분이 너무나 웃긴 내용이다. 발사체 경험이 전무한 조사위원회가 발사체 전문가들을 평가한다?

나로호 1, 2차 발사 실패 때 조사위원 중 한 사람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라. 그따위로 하니 실패했지’라는 말까지 하면서 수모를 줬다고 했다. 이 사실을 듣고는 정말 분노했다. 현장 상황을 보진 못했지만 아마도 최근에 여러 청문회에서 보아온 비전문가들의 말도 안 되는 언사와 비슷하거나 이보다 더 심할 것이라 예상할 뿐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사실이다. 산업 전반에 거쳐 비전문가가 전문가들이 하는 일을 판단하고 계획까지도 세운다. 계획을 세울 때 전문가들도 참여하지만 그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일도 적다.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다. 정부의 업적을 위해서라도 국민을 위한다는 핑계로 정말 말도 안 되는 다양한 이유로 비전문가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다. 과거에는 정말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했기에 우리나라가 기술 선진국이 된 것도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오롯이 엔지니어들이 시간과 영혼을 갈아 넣어 결과물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시점이 중요하다. 비전문가나 경험이 없는 이들이 마스터플랜을 세우는 데에 중심 역할을 하는 상황을 타개하고 경험 많은 전문가 중심으로 관련 조직이 운영이 되어야 한다. 정부 및 산하 조직 모두 그러한 시스템이 진행되어야 한다.

민간에서 관급으로 인재를 등용해야 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경험 많은 전문 인재 중에서도 다수가 개발이 아니라 기획 및 계획 업무를 주도해야 한다. 정부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우주산업뿐만 아니라 건설, 환경, 바이오 등 모든 공학계열에서 동일하다.

언제까지 자신의 몸집에도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이들이 활기치고 돌아다녀야 할까? 제 몸에 맞지도 않은 이들이 활기치고 돌아다니는 것까지는 이해한다고 치자, 하지만 그는 큰 바지에 걸려 넘어지면서 혼자 넘어지지 않고 꼭 여러 사람을 같이 넘어지게 만든다.

꼭 맞는 옷을 입은 스마트한 이들의 업무가 존중받고 그들의 일을 주도적으로 끌어나갈 수 있는 환경이 많아졌으면 한다. 미래를 위해 헌신하는 전문가는 존경받아야 하며 비전문가의 말도 안 되는 타박을 받을 이유가 없다.

스마트하게 그들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 어느 분야에서도 비전문가와 경험이 없는 이들이 중심 역할을 하는 일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_정이도
㈜드림기획 대표이사
공학전문기자/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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