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이 바라보는 도로시설물… 안정성 확보 위해 시인성 높인다
자율주행이 바라보는 도로시설물… 안정성 확보 위해 시인성 높인다
  • 전찬민 기자
  • 승인 2022.05.0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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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는 자율주행은 자신의 위치를 끊임없이 확인하기 위해 차량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도로와 주변을 인식한다. 안전한 자율주행을 하는 차량은 필수적으로 교통표지, 교통신호등, 차선 등의 도로시설물과 지형지물, 다른 도로이용자 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에 따라 도로시설물의 인프라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자율주행차량(Autonomous Vehicle, AV)은 일반 운전자의 눈의 역할을 센서가 담당한다. 초창기의 AV는 이러한 센서 중심의 기술을 고도화하는 전략으로 삼았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 등에서 발생한 테슬라의 (반)자율주행 사고와 우버의 보행자 사망사고 등은 센서 중심의 자율주행차량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로 인해 이 같은 사건에 대한 사회적·기술적 대응 방안 마련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면서 자율 협력 주행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실제로 우리나라 정부도 오는 2027년 AV의 상용화를 목표로, 현재 센서 중심의 자율주행이 갖는 한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로시설물인 인프라와의 협력 방안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현재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협력 인프라를 크게 디지털 인프라, 논리 인프라, 물리인프라로 구분하고 있다.

디지털 인프라는 정밀도로지도 또는 HD 맵이 대표적인 기술로, 정밀도로지도와 가변적이고 실시간 정보까지 포함하는 정보 플랫폼 통신기술인 LDM(Local Dynamic Map)도 포함된다. 논리 인프라는 AV의 운영을 위해 필요한 제도 등의 제반사항이다. 물리 인프라는 기존의 도로교통 인프라나 그에 상응하는 자율주행 전용 인프라로, 도로시설물과 도로의 부속 시설물이 포함되는 개념이다.

물리인프라는 자율주행전용도로 혹은 차로와 이들을 운영하기 위한 각종 도로시설물을 의미하며, 현재 자율주행기술을 주도하는 미국도 디트로이트 인근의 카비뉴 건설 프로젝트와 중국의 베이징 남서쪽의 징슝고속도로 등이 이미 건설 중에 있다. 이렇듯 미래 자율협력주행에서 도로 시설물과 AV의 협력을 필수적인 요소로 꼽고 있는 것이 실제 현실이다.

하지만 도로시설물은 도로의 정보를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기능이 대부분 사람의 눈을 대상으로 설계돼 있다. 예를 들어 시선유도시설인 갈매기표지 같은 경우 표지의 크기, 갈매기 마크의 규격과 색도(색상), 반사도를 높이기 위한 재귀반사지의 사용 등 다양한 조건을 통해서 운전자를 위한 최적의 시인성 기준이 제시되고 있다.

이렇듯 이러한 기준과 이에 따른 시설물의 기능은 운전자의 눈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자율주행 센서를 대상으로도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자율주행차량이 주변 환경을 인식할 때 활용되는 눈은 vision 센서, radar 센서, LiDAR 센서가 대표적이다. 최근 그 중요성과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LiDAR는 근적외선을 통해 차량주변부나 타겟 영역을 3D 스캐닝하는 센서이기 때문에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범위와 해상력에 있어 사람의 눈이나 이와 유사한 vision 센서와는 차이가 있다. 기존 시설물이 자율차량의 시각에 있어서도 충분한 시인성을 가지고 있는지 검증되고 모자란 부분이 있다면 개선돼야 하며 이에 대해서는 아직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최근 사고/공사 상황에서 임시적으로 설치되는 교통콘의 개선방안과 그 효과를 연구하며 이를 자율주행의 시인성과 관련해서도 이 교통콘을 주목했다. 사고 또는 공사 상황에서는 차로 표시가 지워지거나 도로 통행규칙이 바뀌게 되기 때문에 교통콘은 자율주행차량에 있어 시인성이 매우 중요한 도로 부속물 중 하나이다.

건설기술연구원 연구진은 기존 교통콘의 모양과 재질, 배치 등을 개선해 기존 교통콘과의 성능을 비교했으며, 개선 교통콘의 시인성이 기존 교통콘보다 특히 악천후 상황에서 시인성이 우수한 것으로 확인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도로교통연구본부 박범진 연구위원(사진)은 “이러한 자율주행차량의 센서를 고려한 개선 도로시설물의 1차적 역할은 차량이 도로시설물을 인식하는 시간을 감소시켜 주는 것이고 이를 통해 차량이 정지, 감속, 차선변경 등 의사판단을 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해 도로주행 안전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가상 도로시설물의 경우 자율주행차량을 타겟으로 설계된 만큼 장래 도로의 차량 구성이 점진적으로 자율주행중심으로 변경되고 나면 그 효과가 더욱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자율주행 센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개선시설물의 설계와 테스트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의 시설물 성능들은 KS표준을 통해 최소조건이나 규격사항이 정해져 있을 만큼 많이 연구돼 왔지만 자율주행차량을 대상으로 하는 기능과 성능은 연구되고 표준화돼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에 연구진은 공동연구진과 자율주행차량의 안전 주행을 위한 개선 시설물, 가상 시설물의 개발과 시설물의 성능평가 방법론을 연구 중에 있다. 이는 시설물의 개발과 동시에 시설물의 자율주행차량 지원 성능의 정의와 이를 평가할 수 있는 성능지표 설정이 동반되는 과정으로, 연구진은 자율주행센서를 활용해 다양한 소재와 시설물 구조를 대상으로 실측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 말에는 개선 도로시설물과 가상 도로시설물의 시작품을 완성하고 이에 대한 성능평가 방법론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박 연구위원은 “자율주행 기술은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은 기술이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기술의 완성이라는 하나의 목표 하에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을 적용하는 중”이라며 “결정되지 않은 미래상황을 예측해 기술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중복투자나 불확실성, 실현시기 지연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수용하고 이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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