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의 혁신은, 건설안전의 혁신
건설산업의 혁신은, 건설안전의 혁신
  • 전찬민 기자
  • 승인 2021.11.29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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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범국가 차원의 국민생명 지키기 노력이 5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현재까지 건설업에서 사고사망자수는 450명대 수준으로 목표인 250명 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건설업 사고사망만인율은 2016년 1.58에서 2020년 2.00으로 무려 26.6%가 상승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냉정하게 평가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현재까지 다양한 시도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으로 건설사고를 감소시키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첫째, 작업안전을 다루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조공장용으로 건설사업에 실효성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건설사업은 발주자, 설계자, 감리사, 원청시공사, 하청시공사 등 다수 이해당사자가 참여하기 때문에 공사현장의 시공자 중심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두 번째로는 건설기술진흥법 등 건설 관련 법규에서 상위 의사결정권자인 발주자의 권한에 따른 책임을 제대로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전하게 건설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공사비, 공사기간, 설계단계의 안전성 검토, 역량 있는 시공자 선정 등 공사 이전단계에서 확보해야 할 조건들이 많다.

이에 따라 발주자의 역할을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설계자, 감리자, 시공자 등 수급자의 노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장차원의 지엽적인 안전활동의 독려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공사이전의 상부구조의 불합리하거나 미비한 점을 시정하는 것이 건설사고방지에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한 국가차원의 거시적 관점에서 건설사고의 직간접 요인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지렛대가 되는 핵심요인의 개선을 위한 국가의 노력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국가의 노력 중 하나인 중대재해처벌법은 그간 소외돼 왔던 발주자, 특히 최고경영자를 책임의 정점에 세움으로써 사회 전반에 경각심을 높였다는 점에서 커다란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이윤에만 매몰됐던 사회 전반에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고취시키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건설 안전 제고와 안전문화 확산, 그리고 건설안전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어떠한 이유로도 인명을 담보로 한 생산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는 시대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안전학회 안홍섭 회장(사진)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이제까지 책임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최고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경영의 원칙에 부합한다”며 “하지만, 원래의 취지인 징벌적 손해보상 장치로 손질해 신체적 구속으로 인한 경영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건설안전특별법이 필요한 이유이자 사고방지에서 안전조직 즉, 누구의 책임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선결과제”라며 “이에 따라 최고 의사결정권자이자 이익 귀속주체이며 위험생산자인 발주자에게 포괄적인 책임이 부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발주자의 책무가 아직 안전대장작성이나 안전비 계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안전관리자제도 등도 제조공장을 위한 것으로서 건설사업에는 감리기능에 내재된 안전조정자(safety coordinator)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건설안전특별법은 산업안전보건법과 기존의 건설사업 관련 법령에서 미비했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건설사업에 관한 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기 때문에 건설안전특별법이 이 사각지대를 메워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면, 산업안전보건법과 건설기술진흥법에서 누락시킨 발주자의 책임을 건설안전특별법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대재해특별법은 건설사업 참여자인 발주자. 설계자, 감리자, 원도급사, 하도급사 등 이해 당사자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도 전부 개정됐지만 발주자의 역할과 안전감리 역할이 실효성을 발휘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안 회장은 “제도적, 정책적으로 건설산업의 인프라 강화가 시급하다. 작금의 기능인력 부족과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 근로자 단체의 과도한 공사 개입 등은 국가와 산업차원에서 인프라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어도 유능한 건설기능인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사상누각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역으로 건설기능인력을 육성하고 보유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가 건설사고 방지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근본적인 요소는 아직 심각하게 다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한시적인 외국인근로자에 의존을 줄이기 위해 국가와 산업차원에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며, 발주자의 건전한 주문이 선순환으로 작용할 때만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독일의 사례처럼 전문건설사의 경우 정규직 비율을 80% 수준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 안 회장의 설명이다.

이러한 안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국가와 발주자가 선도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건설안전학회는 사고방지와 책임의 원칙에 따라 건설안전 분야 제도와 정책을 합리화에 기여하는 것을 첫 번째 사명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건설작업과 건설산업의 생리에 부적합한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산업안전보건법의 전부 개정, 건설안전특별법의 발의 등에 기여해 왔다.

앞으로도 학회는 건설안전 분야 제도와 정책의 개선에 기여해 오피니언 리더로서 제도와 정책에 미흡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건설산업의 플랫폼으로 기능해 안전이 건설생산과정에 녹아들어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또한 올바른 건설안전 지식과 정보의 효과적인 보급을 위해 건설안전 관련 정보를 체계화하고 집대성하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 건설안전분야에 관한 도서가 건설안전기사나 기술사 준비를 위한 수험서가 대부분으로서, 실무자에게는 건설안전분야를 종합한 더 실용적인 책이 필요하다. 기존의 건설안전 관련 도서가 단편적 지식 위주인 점을 극복해 안전의 원리나 원칙을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 도서를 개발·보급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년 1월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건설안전특별법 등으로 건설산업에도 이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차원의 안전책무 강화와 높은 사회적 요구는 부정적 이미지의 건설산업에도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안 회장은 “건설산업의 혁신은 건설안전의 혁신으로 가능하다. 모든 인위적인 사고는 예방이 가능하다는 관점에서 산업사고를 정의한다면 누군가가 타인의 생명을 담보로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안전에는 건설사고의 근본원인이 비리와 부조리를 치유할 신비한 힘이 있다. 이번 기회에 건설산업이 살인산업에서 행복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하며, 건설산업의 주체인 건설인의 단결과 연대를 주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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