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안전 특성 고려한 시스템 구축 필요
건설안전 특성 고려한 시스템 구축 필요
  • 전찬민 기자
  • 승인 2021.11.12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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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을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됐다. 이번 개정은 건설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지만 건설안전은 독립적으로 구분돼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건설공사는 고정된 산업시설의 운영단계의 안전관리에 초점을 맞춘 산업안전과 달리 개별 프로젝트별로 기획·설계·발주·시공·유지관리·리모델링·해체에 이르는 생애주기를 고려한 체계적 안전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건설공사는 발주, 설계, 시공, 감리자 등 건설공사 참여자와 건축물·도로·철도 등 공사 목적물이 다양하며, 현장에서 다수의 건설사업자가 동시에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작업하는 건설기계와 건설종사자도 수시로 바뀌는 등 다른 산업과 작업환경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지난 2020년 전면개정을 통해 발주자의 안전관리의무를 추가했다. 하지만 적용대상이 도급인, 수급인 및 근로자로 정의되는 산안법의 근본 구조 상, 입찰단계에서 사업참여자의 안전관리 역량 평가, 설계자·감리자의 안전관리활동 등과 같이 건설공사에 참여하는 다양한 주체의 역할과 의무를 부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현재 건설안전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근본적으로 안전에 대한 투자와 사고예방보다는 당장의 공사비 절감과 공기단축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다.

또한 건설업의 특성을 고려한 프로젝트 생애주기 관점에서의 시스템적인 안전관리보다는 시공단계의 점검, 페널티 중심의 안전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현장단계의 안점점검, 교육 등도 중요하지만 건설업의 구조적 특성상 착공 후 시공단계에 들어서면 완전히 제거하거나 대체하기 어려운 위험요인들이 많다.

이처럼 시공단계에 집중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대형 건설사와 공사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신축 현장 중심으로 관리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역설적으로 안전관리 수준이 그나마 높은 대형 현장에 대해서는 여러 규제가 중첩되는 문제가 있으며, 오히려 안전관리가 열악한 소규모 현장이나 단기 개보수 공사 등은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건설안전에 대해서는 정확히 어디를 관리해야하는지에 대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어 산업안전과 건설안전은 구분돼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게 된 것이다.

산업안전의 경우 고정된 시설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근로자 안전을 다루는 반면, 건설안전은 가시설을 이용해 새로운 시설물을 시공하는 과정에서 근로자 안전이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또한 어떤 가시설 또는 시공방법이 적용되느냐는 시공 이전단계에 대부분 결정된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재욱 조교수(사진)는 “건설 프로젝트에서는 시공자가 선정되기 전에 계획단계에서부터 안전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와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계획과 설계단계에서 향후 시공과 유지관리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한 발주와 입찰과정에서 시공자나 전문기업 또는 설계·감리자를 선정할 때에도 발주자 또는 시공자가 충분한 안전관리 역량을 보유한 기업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물론 현장개설 이후에도 건설안전의 특성을 고려한 안전관리가 필요하지만 우선적으로 계획, 설계, 발주단계에서 건설안전의 특성을 고려한 프로세스와 시스템의 구축이 건설안전 분야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 중대재해처벌법 통과, 건설안전특별법 재발의 등 건설안전 관련 제도의 변화가 매우 큰 상황이지만 건설업의 특성상 사고의 원인은 복합할 수밖에 없고, 사고의 예방보다는 처벌에 주안점을 두는 제도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 정 교수는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건설업에서 중대재해 발생 시 지금도 영업정지, PQ 감점 등의 다양한 페널티가 있지만 복합적인 입찰제도와 소송 등의 사유로 실제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재 진행 중인 제도들만 본다면 앞으로 경영책임자 구속, 높은 벌금과 과징금 등의 페널티가 제도화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상황에서는 여러 사유로 실효성이 낮은 공포증(Phobia) 수준에서 그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될 경우, 사업주체들은 지속적인 안전투자보다는 문제 발생 시 법무법인을 찾는 편법을 택할 가능성도 높다.

또한 각 건설안전과 관련해 주무부처에 따라 유사한 성격의 제도가 중복되고 있다는 점 또한 반드시 극복해야할 숙제가 남아있다.

정 조교수는 “건설공사 단계별로 중복, 간섭되는 여러 제도들이 많으며,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실제 설계, 감리, 시공 주체들의 경우, 일부 안전전담 조직을 제외하고는 제도에 대한 이해가 매우 낮은 상황”이라며 “그렇다보니 이러한 제도에 따르기 위한 계획서 등은 대부분 컨설팅 업체에 외주를 주는 상황이며, 현장과 괴리된 서류를 위한 서류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은 반드시 지켜야하는 최소한의 요구사항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지속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며 “대부분의 건설 참여주체가 반드시 인지해야 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주무부처에 따라 유사성이 높은 제도는 한쪽으로 통폐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건설업은 사망사고 발생률이 매우 낮다고 알려진 영국의 경우에도 제조업에 비해 4~5배 중대재해율이 높은 위험한 산업이다. 이에 따라 단순히 무재해가 목표가 돼서는 안되며, 허용가능한 재해율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건설업 분야별로 구체화돼야한다. 이러한 구체적인 목표를 바탕으로 설계단계에서는 잠재적 위험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입찰단계에서는 재해율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업자가 수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러한 환경이 갖춰진다면, 제도로 강제하지 않더라도 건설업의 각 주체가 선제적으로 안전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측면에서 정 조교수는 안전에 대한 투자가 사업주체의 경영활동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로 작동하는 ‘안전경영’시스템 정착을 위해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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